進艇(진정): 배를 띄우다.
南京久客耕南畝(남경구객경남무): 남경에 오래 머물면서 남쪽 밭을 갈고
北望傷神坐北窓(북망상신좌북창): 북쪽 창에 앉아 북쪽 고향 바라보며 한탄하네.
晝引老妻乘小艇(주인노처승소정): 낮이면 늙은 아내 불러 작은 배 띄우고
晴看稚子沐淸江(청간치자목청강): 날 개이면 어린 아이 맑은 물에서 목욕하는 것 바라본다.
俱飛蛺蝶元相逐(구비협접원상축): 함께 나는 호랑나비 서로 쫓고 쫓으며
竝蔕芙蓉本自雙(병체부용본자쌍): 두 꽃 나란이 핀 연꽃도 본래부터 짝이라네.
茗飮蔗漿携所有(명음자장휴소유): 차와 단물 배 띄울 때 집에서 가지고 나왔는데
瓷罌無謝玉爲缸(자앵무사옥위항): 비록 옹기그릇에 담았지만 옥항아리 안 부럽구나.
시(詩)의 제목(題目)을 우리말로 옴기자면 "뱃놀이"라고
풀이해야 좋을 듯도 하다.
윗 시(詩)는 두보초당(杜甫草堂)에서 지은
그의 명시(名詩) "강촌(江村)"과 같은 시기에 지은 시(詩)이다.
따라서 두 시(詩)에서 느끼는
평화로운 정감(情感)이 비슷하게 녹아 있다.
강촌(江村)에서 읊은 "제멋대로 오가는 들보 위의 제비"나,
"서로 어울려 노니는 물가운데 갈매기"도
모두가 암수 서로 짝을 이루어 노니는 평화로운 모습을 그렸다.
본 시(詩)에서도 서로 쫓고 쫓기는 호랑나비의 현란한 모습이과
두 꽃 나란히 소담스레 핀 연꽃의 모습도,
태초(太初)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그는 순수하게 보고 있다.
두보(杜甫)가 그리는 이상적(理想的)인
삼라만상(森羅萬象)의 세계(世界)란,
이처럼 암수가 서로 제 짝을 찾아
서로서로 어울려 자연스레 살아가는 소박한 세상이다.
이 작은 행복을 두보(杜甫)는 참으로 오랜만에 여유롭게 즐기고 있다.
돌이켜 보면
지난날 먹을 것이 없어서 자식 하나는 굶어 죽은 적도 있었고
살기 위해서 이곳 쓰촨(四川) 땅 청두(成都)까지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며 찾아든 그 였기에,
지금처럼 소박한 여유로움이
두보(杜甫)에겐 낙원(樂園)처럼 느껴지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했는지도 모르겠다.
비록 이곳이 절도사(節度使)로 온 옛 친구
엄무(嚴武)와 먼 친척 두제(杜濟)의 도움으로 마련한 초당(草堂)이지만,
두보(杜甫)에게는
고관대작(高官大爵)의 생활이 결코 부럽잖은 행복한 안식처였음을
여러 편의 시(詩)에서 읊고 있다.
북쪽 고향땅에는 아직도 전란이 끊이지 않아
장안(長安)과 하남성(河南省)이 있는 고향쪽을 바라보면 한탄스럽지만...
몸 가누고 쉴만한 안식처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행복해 한다.
이렇게 행복한 완화계(浣花溪)의 초당(草堂) 생활이
오래도록 지속됐으면 좋으련만...
세상은 그를 또다시 정처없는 방랑길로 내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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