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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 명시 감상

안구사(雁丘詞): 기러기 무덤을 기리다... 원호문(元好問)

원호문(元好問) 1190~1257


금(金)나라 때 시인(詩人)이며,

흔주(忻州) 수용(秀容)이 고향으로, 지금의 산시성(山西省) 흔현(忻縣) 사람이다.
자(字)는 유지(裕之) 호(號)는 유산(遺山)으로 쓴다.
7세 때에 이미 시(詩)를 지을 수 있을 만큼 총명하였으나,
32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진사(進士)에 합격한 것으로 보아 과거(科擧)에는

큰 욕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벼슬은 상서성(尙書省) 좌사원외랑(左司員外郞)을 지냈다.


원호문(元好問)은 금(金)나라가 원(元)나라의 침입으로 망하자 벼슬을 그만두었다.
원(元)나라 조정(朝廷)에서는 그의 재주(才操)를 아까워 하며

여러차레 출사(出仕)를 종용했으나,
끝내 원(元)나라의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았다.


그리고는 책을 쓰는 저작(著作)일을 자신의 마지막 임무로 여기고 심취하여
문인(文人)으로서 유유자적(悠悠自適)한 삶으로 만년(晩年)을 보냈다.


자신의 조국(祖國)인 금(金)나라 때

군신(君臣)들의 사록(史錄)들을 수집하여 기록해 놓은 것이,
나중에 사학자(史學者)들이

"금사(金史)"를 편찬할 때 자료(資料)로 인용을 할 정도로 많은 자료를 수집하기도 했다.


원호문(元好問)의 문장(文章)은

각종 문체(文體)를 넘나들 정도로 거침이 없으며,
그의 시(詩)는 기굴(奇崛) 즉 기발하고 변화무쌍하다는 평(評)을 받는다.


금(金)나라와 원(元)나라의 교체기를 살았던 그였기에
작품(作品)들에는 흥망(興亡)에 대한 감정(感情)이 농후하게 배어 있다.


작품(作品)의 성향(性向)을 보면

당(唐)나라 시인(詩人) 두보(杜甫)의 싯구를 인용함을 즐겼는데,
때로는 두보(杜甫)의 시(詩)를 능가하는 중후함과

정감(情感)을 보이기도 한다는 평을 가끔 듣기도 한다.
저서로 유산문집(遺山文集) 40권과 중주집(中州集)10권 등이 전해온다.

 

안구사(雁丘詞): 기러기 무덤을 기리다.

 

問人間 情是何物 直敎生死相許(문인간, 정시하물 직교생사상허)
세상 사람들에게 묻노니,
정이란 무엇이길래
이토록 생과 사를 가늠하느뇨~?.


天南地北雙飛客 老翅幾回寒暑(천남지북쌍비객 노시기회한서)
천지 간을 가로지르는 저 새야,
그 늙은 날개 위로 몇 해를 보내었던고~?.


歡樂趣 離別苦 是中更有癡兒女(환낙취 이별고 시중갱유치아녀)
만남의 기쁨은 잠시요, 이별은 괴로움이라,
그 한 가운데를 헤매이는 어리석은 여인이 있었다오.


君應有語 渺萬里層雲 千山幕景 隻影爲誰去 (군응유어 묘만리층운 천산막경 척영위수거)
그대 말좀 해보시오~ ?.
아득한 구름 첩첩이 덮이고
온 산에 노을질 때...
외로운 이 내 그림자 어이 홀로 돌아갈꼬.


橫汾路 寂寞當年蕭鼓 荒煙依舊平楚 (횡분노 적막당년소고 황연의구평초)
분수(汾水)를 건너려 함에,
지난 시절 퉁소소리 북소리는 이젠 간 곳 없고
황량한 초땅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네.


招魂楚些何磋及 山鬼自啼風雨(초혼초사하차급 산귀자제풍우)
초혼가를 소리높혀 부른들 무엇하나.
산속 귀신은 홀로 울어 비바람 되는 것을...


天也妬忌 未信與 鶯兒燕子俱黃土(천야투기 미신여 앵아연자구황토)
하늘조차 저버렸음을 왜 아직 믿지 못 하는지...
꾀꼬리도 제비도 언젠가는 모두 흙으로 돌아갈진데...


千秋萬古 爲留待騷人 狂歌痛飮 來訪雁丘處(천추만고 위류대소인 광가통음 내방안구처)
이제 세상사 잡다한 것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맡겨두고,
나는 거나히 취하여 미친 듯 노래 부르며 기러기 무덤에나 찾아가리라...!.

 

원호문(元好問)의 "안구사(雁丘詞)"는...
금(金)나라 장종(章宗) 때인

태화(泰和) 5년 서기로 1205년에 쓴 시(詩)이다.
당시 그는 병주(幷州)로 과거(科擧)를 보러 가는 길에
분강(汾江)을 건너는 나룻터에서 우연히 기러기 두 마리를 잡은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이 원호문(元好問)에게 말하길,
"내가 기러기 한 쌍을 잡았는데

한 마리는 잡자마자 죽었고, 다른 한 마리는 그물을 피해 요행히 도망을 쳤습니다."


"그런데 도망친 그 기러기가 도무지 멀리 도망가질 않고
죽은 놈 주위를 배회하며 슬피 울더니 땅에 머리를 찧고 죽어버렸지 뭡니까~?"
"이게 데체 우찌된 일이라요~?" 라며 의아하게 물었다.


원호문(元好問)은 그가 들려주는 슬픈 이야기에 감동되어

죽은 한 쌍의 기러기를 그에게 사서 분강(汾江) 언덕에 정성껏 묻어주었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 돌을 쌓아 봉분(封墳)을 만들고

기러기 무덤이란 뜻으로

기러기 안(雁), 언덕 구(丘), 즉 "안구(雁丘)"라 이름 지었다.
그리고는 지금 소개하는 "안구사(雁丘詞)"를 지었다고 전한다.

 

우연히 TV에서 방영하는 김주영(金周榮) 원작(原作)의 사극(史劇) "객주(客主)"를 보다가
여주인공이 안타까운 연정(戀情)에 눈물을 떨구며

이 시(詩)을 백지(白紙)에 옴겨 적는 장면을 보았다.

 

아리한 마음에 이렇게 전문(全文)을 소개 한다.
기러기 한 쌍의 애틋한 죽음을 빗대어

애타는 연인(戀人)의 처량한 처지를 읊은 이 시(詩)는
금(金)나라 연시(戀詩)의 걸작(傑作)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