歲暮歸南山(세모귀남산): 세밑에 종남산(終南山)으로 돌아와...
北闕休上書(북궐휴상서): 북궐에 상소하는 일 그만두고
南山歸敝廬(남산귀폐려): 남산의 허름한 집으로 돌아온다.
不才明主棄(부재명주기): 재주가 없다 보니 밝은 임금께서 버렸고
多病故人疏(다병고인소): 병이 많아 친구마저 소원해졌네.
白髮催年老(백발최연로): 백발은 나이 늙음을 재촉해가고
青陽逼歲除(청양핍세제): 봄볕은 새밑으로 다가오는구나.
永懷愁不寐(영회수불매): 오랜 생각 근심에 잠 못 이루는데
松月夜窗墟(송월야창허): 소나무 위에 걸린 달이 창가로 비쳐드네.
맹호연(孟浩然)은
자 타가 인정하는 위대한 시인(詩人)이다.
그는 벼슬길에 나아가지 못했으면서도
지체 높은 고관대작(高官大爵)들과 격의없이 어울리며
시(詩)를 논(論)할 정도로 이름이 높았다.
키도 훤칠하게 크고 인물도 호남형(好男形)으로 잘 생겼다고
알려지기도 했는데,
그토록 원하던 높은 관직(官職)을 끝내 얻지는 못했다.
이 시(詩)에 얽힌 일화(逸話)를 잠시 소개코저 한다.
높은 벼슬자리에 있던 왕유(王維)가
맹호연(孟浩然)을 근무지인 궁궐로 불렀다.
당시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평민(平民)이 황궁에 출입한다는 것은,
국법(國法)을 어기는 중대한 범법행위로
일반인들은 꿈도 꿀 수 없는 목숨을 건 파격적(破格的)인 일이었다.
맹호연(孟浩然)이
시(詩)로써 세상에 널리 이름이 알려지고
발이 넓다 보니 그와 시(詩)을 논하고 싶었던 왕유(王維)가
자신의 근무처로 은밀히 그를 부른 것이다.
왕유(王維)와 맹호연(孟浩然)이 한창
시(詩)와 문학(文學)을 논하는데,
때마침 공교롭게도 현종(玄宗) 황제(皇帝)가 그곳을 갑작스레 방문하였다.
맹호연(孟浩然)은 겁에 질려 얼결에 탁자 밑으로 숨었다.
현종(玄宗)이 이를 눈치 채자,
왕유(王維)는 이실직고(以實直告) 하고,
맹호연(孟浩然)은 덜덜 떨며 기어나와 황제(皇帝)께 사죄했다.
그런데 뜻밖에 현종(玄宗)은 벌을 주지 않고
그의 시(詩)를 보여달라고 했다.
이때 황제(皇帝)께 보여준 시(詩)가
지금 소개하는 "세모귀남산(歲暮歸南山)"이란 시(詩)이다.
현종(玄宗)은 이 시(詩)를 읽어나가다가
"부재명주기(不才明主棄)"란 구절(句節)에 이르러,
맹호연(孟浩然)에게 이르길,
"그대가 벼슬을 요구하지 않은 것이지 짐이 언제 너를 버렸느냐~?"
"왜 짐을 모함하는가~?" 하고는
맹호연(孟浩然)을 호통으로 돌려보내고 나가버렸다.
맹호연(孟浩然)은 황제(皇帝)에게 질책(叱責)을 듣고 돌아와서는
종남산(終南山)으로 다시 들어가
은둔생활을 계속 이어갔다고 한다.
이같은 일화(逸話)가 왕유(王維)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자
이 시(詩)는 더욱 유명세(有名稅)을 탔다.
맹호연(孟浩然)은 젊은시절 종남산(終南山)에 이어
녹문산(鹿門山)에서 한동안 은거(隱居)하기도 했다.
그후 40세가 넘어서 진사시(進士試)에 응시한 적이 있으나
낙방(落榜)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당(唐)나라 조정(朝廷)은 이미 썩을 대로 썩어
돈을 주고 벼슬을 사고 파는
매관매직(賣官賣職)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었다.
따라서 요식행위(要式行爲)에 불과했던 과거(科擧)를 통해
벼슬길에 나아간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보다도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이에 수많은 청춘들이 좌절(挫折)의 울분 삼키며
하늘을 원망하기도 했고,
더러는 세태(世態)를 한탄한 시(詩)들을 봇물처럼 쏟아내기도 했다.
그 유명한 장계(張繼)의 "풍교야박(楓橋夜泊)"도
이때 나온 시(詩)이다.
그후 맹호연(孟浩然)은
지인(知人)을 통해 낮은 벼슬자리를 얻어 잠시 머물기도 했으나,
뜻이 컷던 그가
낮은 관직(官職)이 양에 찰리 없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두고 천하(天下)를 유람(遊覽)하며 한세월을 보낸
바람 같은 시인(詩人)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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