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絶望)의 늪에서 나를 구해준 철학자(哲學者)의 책 두권.
그리고 이를 고맙게 여긴
저자(著者)의 마음이 담긴 값진 선물...!.
2013년 6월 29일
중국(中國)을 방문한 박근혜(朴槿惠) 대통령(大統領)이
북경(北京)의 명문(名門) 청화대학(清華大學)을 방문하여
교수들과 학생들 앞에서 연설을 했었다.
연설의 시작과 끝부분을 유창한 중국어(中國語)로 하자
경청하는 청중(聽衆)은 물론이고,
이 연설이 중국 전역에 중계되자
중국 대륙이 감동(感動)을 받았다고 할 정도로 열광적이었다.
연설이 끝나자 칭화대학(清華大學)의 진래(陳來) 국학연구원장(國學硏究院長)이
박 대통령에게 답례로
서예작품(書藝作品)을 선물했는데,
다름아닌 중국의 저명한 철학자(哲學者) "풍우란(馮友蘭)"이 쓴 작품(作品)이었다.
진래(陳來) 원장(院長)이 박 대통령(朴 大統領)에게
서예작품(書藝作品)을 선물한 경위(經緯)가 참으로 뜻 깊다.
박 대통령(朴 大統領)은 2007년 5월 "월간 에세이"에 기고한
"내 삶의 등대가 되었던 동양철학(東洋哲學)과의 만남"이라는 글에서,
“숨 쉬는 것조차 힘들던 시절
내 삶의 한 구석에 들어와 인생의 큰 스승으로 남은 것이
풍우란(馮友蘭)의 중국철학사(中國哲學史)”라면서,
“논리(論理)와 논증(論證)을 중시하는 서양철학(西洋哲學)과는 달리
동양철학(東洋哲學)에는
바르게 살아가는 인간(人間)의 도리(道理)와
어지러운 세상을 헤쳐 나갈 지혜(智慧)의 가르침이 녹아 있었다” 라고 썼다.
그리고 얼마전 기자 간담회에서는
풍우란(馮友蘭)의 "중국철학사(中國哲學史)"를 예로 들며,
“깊은 방안에 앉아 있더라도 마음은 네거리를 다니듯 조심하고,
작은 뜻을 베풀더라도 여섯 필의 말을 부리듯 조심하면 모든 허물을 면할 수 있다.” 라는
내용도 있다면서 소개를 했다고 한다.
이 말을 전해들은 풍우란(馮友蘭)의 딸 풍종박(馮宗璞) 여사가
풍우란(馮友蘭)이 89세 때 직접 쓴 서예작품(書藝作品)을,
박 대통령(朴 大統領)에게 드리고싶다며
청화대학(清華大學)에 전달했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박 대통령이 아버지의 책을 보신 소중한 친구이기 때문에 선물하는 것"이라며,
"만약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이를 박 대통령께 드리는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실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참으로 감동스러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베이징 청화대학에서 글씨를 선물 받고 활짝웃는 박 대통령
그런데 서예작품(書藝作品)의 내용이 뭔가 하면
당(唐)나라 때 시인(詩人) 왕창령(王昌齡)의
"부용루송신점(芙蓉樓送辛漸)" 이란 명시(名詩)였다.
이 작품(作品)이 대단한 이유는
청념(淸恬)하고 고결(高潔)한 뜻이 담긴 내용으로도 유명하지만,
풍우란(馮友蘭)의 글씨 또한
중국(中國)의 문화재(文化財)로 등록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이 글씨는 우리나라의 문화재청(文化財廳) 격인
중국의 "국가문물국(國家文物局)"에 등록돼 있는 문물(文物)로,
박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전
문물국(文物局)의 특별 허가(許可)를 받는 절차(節次)를 거쳤다고 한다.
"문물국(文物局)의 허가(許可)를 받아야 하는 과정 때문에
우리 측에 사전에 통보가 없이
청화대학(清華大學) 연설 직 후 전달된 그야말로 "깜짝 선물"이었다"고
관계당국(關係當局)은 전하기도 했다.
철학자(哲學者) 풍우란(馮友蘭)
본 시(詩)는 "부용루(芙蓉樓)에서 신점(辛漸)을 전송(電送)하며"란 시(詩)인데,
당(唐)나라 때 지어진 수많은 송별시(送別詩) 중,
이백(李白)의 명시(名詩) "황학루송맹호연지광릉(黃鶴樓送孟浩然之廣陵):
황학루에서 광릉으로 떠나는 맹호연을 전송하며"와 함께,
걸작(傑作)으로 알려진 또 하나의 작품(作品)이다.
부용루(芙蓉樓)는 장쑤성(江蘇省) 진강시(鎭江市)의 아름다운 호수
탑영호(塔影糊) 서쪽변에 앉은 누각(樓閣)으로,
좀 멀리서 보면 누대(樓臺) 앞의 연밭과 어울려
마치 물에 뜬 누각(樓閣)처럼 멋진 모습을 하고 있다.
"부용(芙蓉)"이란 연꽃을 가리키는 말로
"장강(長江)에 피어난 한 송이 연꽃과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시(詩)에 등장하는 신점(辛漸)은 왕창령(王昌齡)의 절친한 벗이다.
바로 전에 소개한 두목(杜牧)의 시(詩)
"박진회(泊秦淮)"를 소개하면서 부연설명을 했듯,
양자강(揚子江)을 중심으로한 강남(江南)은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이전부터
오(吳)나라와 초(楚)나라가 국경(國境)을 맞대고 자리한 땅으로,
중원(中原)의 패권(覇權)을 놓고 수없이 다투던 지역이기도 하다.
따라서 본 시(詩)에서 오(吳)나라니 초(楚)나라니 하는 표현은
결국 같은 강남(江南)땅을 애칭(愛稱)으로 부르는 말이다.
왕창령(王昌齡)은 호쾌한 성격과 행동탓에
관리(管理)들의 질시(嫉視)를 받다보니 조정(朝廷)에서 밀려난다.
결국 낙양(洛陽)에서 금릉(金陵)
즉 오늘날의 남경(南京)의 지방관(地方官)으로 좌천(左遷)돼 길을 나선다.
이때 그의 친구 신점(辛漸)이 낙양(洛陽)에서 이곳 진강(鎭江)까지
천리(千里)가 넘는 길을 동행(同行)하며 배웅해주었다.
그리고 진강(鎭江)에서 같이 하룻밤을 묵고서,
이른 새벽에 낙양(洛陽)으로 다시 돌아가는 신점(辛漸)과
부용루(芙蓉樓)에서 작별주(作別酒)를 마시며 지은 시(詩)로 알려진다.
芙蓉樓送辛漸(부용루송신점): 부용루에서 신점을 보내며
寒雨連江夜入吳(한우련강야입오): 찬 비 내리는 밤 오(吳)나라 땅에 들어와
平明送客楚山孤(평명송객초산고): 새벽에 벗을 보내자니 초(楚)나라 산(山)도 외롭구나.
洛陽親友如相問(낙양친우여상문): 낙양(洛陽)의 벗들 혹시 내 안부 묻거들랑
一片氷心在玉壺(일편빙심재옥호): 한 조각 얼음 같은 마음 옥(玉)항아리에 담겨 있다 전하게나.
진강시(鎭江市) 탑영호(塔影糊)변의 부용루(芙蓉樓)
진래(陳來) 중국(中國) 국가문물국(國家文物局) 원장(院長)이
이 작품을 박 대통령(朴 大統領)에게 전하면서,
“일편빙심재옥호(一片氷心在玉壺)란 말은
사람의 고결(高潔)한 품격(品格)을 표현하는 말”이라며
“풍우란(馮友蘭)선생이 돌아가신지 20년이 넘었으나
그가 살아 계시다면 박 대통령(朴 大統領) 각하(閣下)께
이 작품(作品)을 드리게 되어 한없이 기쁘게 생각하실 것입니다.
그 까닭은 박 대통령(朴 大統領)께서
풍선생(馮先生)의 사상(思想)을 정확이 이해하시고 평가하시기 때문입니다.” 라고 말해다고 한다.
명작(名作)에 담긴 명사(名士)의 깊은 마음을 선물로 받은 박 대통령...
세상에서 이 보다 소중하고 뜻 깊은 인연(因緣)과
감동(感動)의 선물이 어디 흔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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