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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 명시 감상

어옹(漁翁): 늙은 어부... 유종원(柳宗元)

 漁翁(어옹): 늙은 어부

 

漁翁夜傍西巖宿(어옹야방서암숙): 어옹이 밤이 되자 강 서쪽 바위 밑에서 하룻밤 머물고는,
曉汲淸湘燃楚竹(효급청상연초죽): 새벽에 맑은 상강의 물을 길어 초죽으로 불을 지펴 밥을 지었네.
煙銷日出不見人(연소일출불견인): 연무 걷히고 태양 솟아올라도 사람을 볼 수가 없는데,
欸乃一聲山水綠(애내일성산수록): 어여차~! 한 소리에 산수는 푸르러라.
回看天際下中流(회간천제하중류): 머리 돌려 멀리 하늘가 물 흘러내리는 곳 바라보니,
巖上無心雲相逐(암상무심운상축): 바위 위로 무심한 구름이 서로 쫓고 있구나.

 

본 시(詩)도 그의 명시(名詩) "강설(江雪)"과 마찬가지로

유배(流配) 중에 지은 시(詩)로 알려진다.

타관객지(他官客地)에서 세월만 보내야하는

지식인(知識人)의 좌절(挫折)과 애환(哀歡)이 짙게 배어 있다.


아무리 마음을 비우고 살아가려 애쓴다지만
가슴 깊이 응어리진 회한(悔恨)은

그를 초라한 늙은 어부로 만들고 말았다.


유배지(流配地)에서
욕심없이 유유자적(悠悠自適) 사는 듯 하나,

정치적(政治的) 좌절(挫折)에

허(虛)한 시인(詩人)의 마음이 "어옹(漁翁)"을 통해 진하게 묻어난다.

 

자구(字句) 풀이

상강(湘江): 중국 남부 광서장족자치구(廣西壯族自治區)

흥안현(興安縣) 양해산(陽海山)에서 발원하여,

호남성(湖南省) 성도(省都)인 장사시(長沙市)를 지나며

북쪽으로 흘러 동정호(洞庭湖)로 들어가는 큰 강이다.


옛날 전국시대(戰國時代) 때는 호남성(湖南省) 일대가 모두

초(楚)나라 영토였다.

 

따라서 본 시(詩)에서 "초죽(楚竹)"

초(楚)나라 땅에서 자란 대나무를 가리키는 말이다.

유종원(柳宗元)의 어옹(漁翁)을 두고

소동파(蘇東坡)는 평(評) 하길,

"끝의 두 행(行)은 떼어 버리는 것이 더 좋겠다"라고 했다.


그 뒤로 이에 대한 평론(評論)들이 자자 했지만

결국 붙이는 게 더 났다는 평(評)이 더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