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溪(청계): 푸른 계곡
言入黃花川(언입황화천): 황화천(黃花川)으로 들어가
每逐靑谿水(매축청계수): 푸른 계곡 물 따라 가노라면.
隨山將萬轉(수상장만전): 먼 산 따라 굽이굽이 돌았는데도
趣途無百里(취도무백리): 다다른 길은 백리도 못 되는구나.
聲喧亂石中(성훤난석중): 물소리 자갈 따라 요란하고
色靜深松裏(색정심송리): 울창한 송림(松林)길 아늑하네.
漾漾泛菱荇(양양범릉행): 마름풀 물 따라 일렁이며
澄澄映葮葦(징징영가위): 맑은 물엔 갈대가 비친다.
我心素已閑(아심소이한): 본디 한가로운 이 마음
淸川澹如此(청천담여차): 푸른 물 이렇게 맑은데.
請留盤石上(청류반석상): 너럭바위에 앉아
垂釣將已矣(수조장이의): 낚싯대나 드리워 볼까나~!.
왕유(王維)는
당(唐)나라 여러 시인(詩人)들 중에서 가장 달관(達觀)한 삶을 살다 간 시인(詩人)이다.
불교신자(佛敎信者)이기도한 그는
장안(長安) 근교 종남산(終南山) 자락의 망천(輞川)에서
당시 세도가(勢道家)였던
송지문(宋之問) 소유의 "망천장(輞川莊)"이란 별장(別莊)을 사들이고서,
그 안에 들어앉아 마음을 수양(修養)하고
불교(佛敎)의 교리(敎理)를 익히며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
전에 본 블로그에 왕유(王維)의 시(詩) 두어 수(數)를 소개하면서
그의 삶을 들여다 봤었는데,
독실한 불교신자(佛敎信者)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그도 말년(末年)에는
불교(佛敎)에 심취한 삶 속에서 인생을 달관(達觀)한 시(詩)들을 여러 편 쏟아낸다.
그의 시집(詩集) 중 망천장(輞川莊)에서 쓴 망천집(輞川集)에는
20편의 시(詩)가 들어있는데,
대부분이 오언절구(五言絶句)의 짧은 시(詩)들이지만,
불교색채(佛敎色彩)가 강한 시(詩)들로 삶을 초월해가는 그의 모습이 잘 담겨 있다.
본 청계(靑溪)도 무소유적(無所有的) 색채(色彩)가 강하다.
시(詩)를 읽다보면
심산구곡(深山九谷)의 풍경(風景)이 마치 그림을 보는 듯 잔잔하게 펼쳐진다.
왕유(王維)의 시(詩)를 일컬어
"시중유화(詩中有畵), 화중유시(畵中有詩)"라고 평(評)했던
소동파(蘇東坡)의 말처럼,
"시(詩) 속에 그림(畵)이 있고, 그림(畵) 속에 시(詩)가 있다"는 평(評)이
어쩜 그리 절묘한 표현인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본 시(詩)는 처음 왕유(王維)가 은거(隱居)했던
남전(藍田)의 남산(南山)에서 쓴 것으로 전해진다.
왕유(王維)는 시(詩), 서(書), 화(畵)에 능해,
당시 여러 편의 그림과 글씨가 있었다고 하나 전하는 것은 그리없고,
망천집(輞川集)을 비롯한 여러 편의 시(詩)만 전해온다.
자세한 것은 본 블로그에
"대숲의 별장"이란
왕유(王維)의 시(詩)를 소개하면서 그의 삶을 짧게 들여다 봤었다.
아주 가끔은 왕유(王維)의 시(詩)에서 처럼
깊고 고요한 산속으로 들어가
세속(世俗)을 초월(超越)한 삶을 문득 문득 꿈꿔보는 게
그리 호사스런 바램일까~? 하고
반문해 보곤 한다.
이젠 절기(節氣)로 보나 기온(氣溫)으로 보나 분명 여름에 들어섰다.
한낮에는 어찌나 뜨거운지 이마를 타고 땀이 흘러내려
그늘을 찾게 되는 요즈음이다.
이렇게 여름은 또 시작됐고
몇달 동안 이글거리는 태양이 머리 위를 사정없이 달굴 것이다.
무더운 올 여름도
왕유(王維)의 시(詩)처럼 여유롭게 보냈으면 하는 바램에서 소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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