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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 명시 감상

곡강(曲江) 2수(二首)... 두보(杜甫)

서기 758년 봄...

 

두보(杜甫)가 좌습유(左拾遺)란 벼슬을 지내고 있을 때 지은 칠언율시(七言律詩)로,

시제(詩題)인 "곡강(曲江)"

장안(長安) 근교의 유명한 유원지(遊園地) 이름이다.


안사(安史)의 난(亂)으로 나라가 뒤집어지자,

겹에 질린 현종(玄宗)은 양귀비(楊貴妃)를 앞세우고
그녀의 고향(故鄕)인 사천(四川)으로
도망치듯 몽진(蒙塵)을 떠나게 되는데,

 

피난가는 도중 장안(長安)이 아닌 영무(靈武)에서

황제직(皇帝職)을 그의 맏아들에게 급히 이양한다.


이에 엉겹결에 황제(皇帝)에 오른 이가 바로
숙종(肅宗)이다.


이무렵 두보(杜甫)는 장안(長安)에서

창고의 열쇠를 관리하는 일을 맏고 있었다.


반란군(叛亂軍)은 파죽지세(破竹之勢)로 낙양(洛陽)을 치고

수도인 장안(長安)마저 점령(占領)하며,

그들의 명(命)에 따르지 않는 고관대작(高官大爵)들을 가차없이 처형했다.


이때 두보(杜甫)도 반란군(叛亂軍)에 붙잡혀
죽음만은 겨우 면했으나

그것도 벼슬아치다 하여 그를 옥에 가두었다.


그 와중에도 그는
어지러운 세파(世波)를 한탄하며 가족을 그리워하는

몇 편의 시(詩)와
황제(皇帝)께 충성(忠誠)을 맹세(盟誓)하는
시(詩)를 짓기도 했다.

 

그의 시(詩)를 알아주는 몇 몇의 도움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 탈출하여

영하성(寧夏省) 영무(靈武)에서 즉위한 숙종(肅宗)을 찾아가
그간의 사정을 아뢰고 머릴 조아리니

숙송(肅宗)은 그를 기특하게 여겨

즉석에서 임명한 벼슬이 "좌습유(左拾遺)"였다.


이때 두보(杜甫)는 47세로
당시로서는 비교적 나이가 많은 측에 들었다.


이리하여 꿈에 그리던 관직(官職)을 얻어 기뻐했으나
그것도 잠시 뿐,
어수선한 시국(時局)에
황제(皇帝)마저

장안(長安)의 황궁(皇宮)으로 돌아가지 못 하고,

 

장안(長安) 근교(近郊)를 맴돌고 있는 마당에

무슨 꿈과 이상(理想)을 펼칠 기회가 오겠는가~!.


이 답답한 현실(現實)을 괴로워 하며
매일같이 술에 절어 지내고 있었다.

이런 일상의 두보(杜甫)가 황제(皇帝)의 신임(信任)에서 멀어진 건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曲江(곡강) 二首(2수)

一首(1수)

 

一片花飛減却春(일편화비감각춘): 한 조각 꽃잎이 날려도 봄빛은 문득 줄어드는데
風飄萬點正愁人(풍표만점정수인): 바람에 수많은 꽃잎이 날리니 참으로 근심스럽구나.
且看欲盡花經眼(차간욕진화경안): 떨어지는 꽃들이 스쳐 지나가는 걸 언듯 바라보니
莫厭傷多酒入脣(막염상다주입순): 너무 마셔 몸이 상해도 술 마시는 일 마다하지 않네.
江上小堂巢翡翠(강상소당소비취): 강 위의 작은 집에는 물총새가 둥지 틀고
苑邊高塚臥麒麟(원변고총와기린): 부용원(芙蓉園) 높은 무덤가엔 기린상이 누웠구나.
細推物理須行樂(세추물리수행락): 만물(萬物)의 이치를 헤아려 보니 즐겁게 놀아야 하거늘
河用浮名絆此身(하용부명반차신): 어찌 헛된 이름에 이 몸 얽메인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二首(2수)

朝回日日典春衣(조회일일전춘의): 조회를 마치고 돌아와선 매일마다 봄옷 저당잡혀
每日江頭盡醉歸(매일강두진취귀): 날마다 강 어귀에 나가 흠뻑 취해 돌아오네.
酒債尋常行處有(주채심상행처유): 외상 술값이야 가는 곳마다 으레 있는 것이거늘
人生七十古來稀(인생칠십고래희): 인생살이 칠십년은 예로부터 드물었다오.
穿花挾蝶深深見(천화협접심심견): 꽃 사이를 맴도는 호랑나비 보였다 말다 하고
點水淸精款款飛(점수청정관관비): 물 위에 점찍는 잠자리 느릿느릿 날아오르네.
傳語風光共流轉(전어풍광공류전): 저 봄바람과 봄빛에 전하노니 우리 함께 어울려
暫時相賞莫相違(잠시상상막상위): 잠시나마 서로 즐겨나 보세, 날 버리고 가지 말고서.

 곡강(曲江)의 일부 풍경(風景)

 

두보(杜甫)는 이 시(詩)를 통해

무수한 꽃잎이 흩날리는 봄날의 화사한 풍경에
오히려 더 황량하고 쓸쓸한 인생(人生)의 비애(悲哀)를 느끼며

시(詩)에 그 심정(心情)을 쏟아붓고 있다.


찬찬히 읽어보면
저물어 가는 늦봄을 떠나보내는 비감(悲感)한 심정을
애잔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것들을 온 몸으로 감싸안고 싶어한다.


그는 시들며 떨어지는 꽃잎이
눈 앞을 스치는 것을 애써 외면하려 하지만

가는 봄을 아무리 막으려 해도 어찌할 수 없음에

안타까워함을 시(詩)를 통해 느낄 수 있다.


희망(希望)마저 껶여버린 암담한 현실을

어찌할 수 없어 몸이 상하는 걸 아랑곳하지 않고

옷까지 저당잡히고 그것도 모자라 외상술까지 마셔댄다.

날마다 곡강(曲江)에 나아가 취하는 게 일상(日常)이 됐다.


봄이면 더더욱 아름답던 곡강(曲江)의 운치어린 경치(景致)는
전란(戰亂)으로 부서지고,

인적 끊긴 빈집 처마엔 물총새만이 둥지를 틀고 들락거린다.


돌보는 이 없는
고관대작(高官大爵)의 무덤에는

지난날 영화(榮華)를 상징하던 기린(麒麟) 석상(石象)이

아무렇게나 쓰러져 나뒹굴 뿐이다.

 

한 때는 뜻을 세우고 천하(天下)에 이름을 날리려고 애도 써봤다만,
전란(戰亂)으로 찢겨버린 이 나라에

무슨 희망(希望)을 걸 것이란 말인가~!.


결국 "헛된 이름 두어 자(字) 남겨 본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라며

절망적(絶望的)인 현실(現實)을 괴로워 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봄이 이렇게 또 지나가는데...
술에 취해 짧은 봄볕을 즐길 뿐,
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단말인가...!.


두보(杜甫)는 술에 취해 꽃잎 흩날리는 아름다운 봄날,

조국(祖國)의 안타까운 현실(現實)에 온 몸으로 절규(絶叫)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