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

 

중국(中國) 역대 4대 미녀(美女) 중
한 명으로 전해오는
"왕소군(王昭君)"의 슬픈 사연을 노래한
당(唐)나라 시인(詩人) "동방규(東方虬)"의 시(詩) "소군원(昭君怨)"에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유래한다.

 

왕소군(王昭君)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한(漢)나라 역사서인 한서(漢書) "원제기(元帝紀)"와

"흉노전(匈奴傳)",
그리고 "후한서(後漢書) 남흉노전(南匈奴傳)"에 간략하게 젼해온다.

 

오랜 세월을 거쳐오며

후세 사람들이 이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흥미로운 살을 붙이고 다듬은,
절세가인(絶世佳人) 왕소군(王昭君)의 이야기는 대략
다음과 같다.

 

기원전 한(漢)나라 원제(元帝) 건소(建昭) 원년(BC38)에
전국에 황제(皇帝)의

"후궁(後宮)들을 모집한다"는 조서를 내렸는데,
미모(美貌)를 바탕으로

황제의 총애를 받아 벼락 출세를 노리는 처녀들이
각 지방에서 엄격한 시험을 거쳐 선발되어
입궁한 후궁들의 수가 수천 명에 이르렀다.

 

이때 왕소군(王昭君),

본명 왕장(王嬙)도
18세의 꽃봉우리 같은 앳된 나이에 후궁(後宮)으로 선발되어 입궁을 한다.

 

원제(元帝)는
수천 명에 이르는 후궁들의 신상을 일일이 파악할 수 없기에
모연수(毛延壽)를 비롯한 많은 궁중 화공(畵工)들에게
후궁들의 초상화(肖像畵)를 세세하게 그려 바치게 하여

그 초상화들를 보고서 황제의 수침을 드는 후궁을

그날 그날 간택하는 것이 관례였디.

 

따라서 부귀한 집안 출신이나

수도 장안(長安)에 후원자가 있는 후궁들은
화공(畵工)에게 자신의 모습을 예쁘게 그려달라고 뇌물을 바쳤으나,
왕소군은 집안이 빈천(貧賤)하다 보니
뇌물(賂物)을 준비하거나
줄을 댈만한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용모를
황제에게 속일 마음도 없었으므로

화공에게 뇌물을 바치지 않았다.

 

모연수(毛延壽)는

뇌물을 바치지 않은 왕소군의 용모를
형편없이 못 생기게 그리고

얼굴에 점까지 찍어 놓았다.

 

이러다 보니 왕소군은

입궁한지 5년이 자나도록 황제(皇帝)의 얼굴은 커녕
그림자도 볼 수가 없었다.

 

원제(元帝) 경녕(竟寧) 원년(BC33)에
남흉노(南匈奴)의 호한야(呼韓邪) 선우(單于) 즉

북방의 유목민족인 흉노의 왕(王)이
한나라의 원제(元帝)를 알현하고

친교를 맺기 위해 장안(長安)으로 왔다.

 

호한야(呼韓邪)는

모피(毛皮)와 준마(駿馬) 등 많은 공물을 가지고 와서
원제(元帝)에게 선물했다.
크게 기뻐한 원제는

성대한 연회를 베풀어 호한야 선우(呼韓邪 單于)를
극진히 예우하며 대접했다.

 

이에 감동한 호한야(呼韓邪)는
즉석에서 원제(元帝)에게

 "황제(皇帝)의 사위가 되고싶으니 받아달라"고

정중히 청을 하자,

 

원제(元帝)는 놀랍기도 하고 기쁜 마음에 즉석에서
그의 청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공주(公主) 한 명을,
저 무식한 오랑케 왕에게 시집을 보내자니

썩 내키지 않아 미적거리며 고민에 빠졌다.

 

원제는 먼저 호한야(呼韓邪)에게

한(漢)나라 황실(皇室)의 위엄(威嚴)을
은근히 과시하며 기를 꺾고싶어,
자신의 후궁(後宮)들 중에서

아직 총애(寵愛)를 받지 못한 후궁들을 불러와
술을 권하며 흥을 돋우게 했다.

 

한컷 치장한 후궁들이

풍악이 흐르는 연회장으로 줄지어 들어오자,
호한야는 한참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그중에서 눈에 띄는 절세(絶世)의 미인(美人)을 발견하고는
즉석에서 원제(元帝)에게 또 다른 제의(提議)를 한다.

 

“황제(皇帝)의 사위가 되기를 원하지만...

꼭 공주(公主)가 아니어도 상관 없으며
저 미녀들 중에 한 명이어도 괜찮습니다".

 

원제는 그러잖아도 찜찜하던 차에,
저 후궁들 중에서 한 명을 선발한다면
아까울게 없다는 생각에
호한야의 제의를 즉석에서 기쁘게 수락한다.

 

호한야는 황제의 말이 끝나자마자

벌떡 일어나 후궁들 속에서 왕소군(王昭君)을 지목했다.

처음보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왕소군의 빼어난 미모에
원제도 왕소군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저런 미녀가 아직도 짐의 총애를 못 받고 있었다니...
아이고 이를 우짤꼬~~~"

 

그러나 황제로서 한 번 내린 결정을 다시 번복할 수는 없었다.

원제는 흥청이던 연회가 끝난 후,
급히 돌아가

"후궁들에게 빠짐없이 전부 모이라" 명을 내리고는

각자의 초상화를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초상화를 들고 서 있는 후궁들을

한명 한명 얼굴과 대조해 보았다.

 

그런데 왕소군(王昭君)의 초상화가 유독

본래의 모습과

너무나 다르게 그려진 것을 발견한 황제는,
화공(畵工) 모연수(毛延壽)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라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토록 불 같은 명을 내린다.

 

이 일로 모연수(毛延壽)를 비롯한 많은 화공(畵工)들이
뇌물을 받고 황제를 기만한 죄로

목이 잘리는 참수형(斬首刑)에 처해졌다.

 

원제는 호한야에게

"혼수(婚需)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으니
3일만 기다리라" 하고는,

조용히 왕소군(王昭君)을 미앙궁(未央宮) 침실로 불러들여
사흘 밤 사흘 낮 동안

질펀하게 성욕(性慾)을 욕심껏 채웠다.

이때 왕소군의 나이는 23살이었다.

 

3일 후,

왕소군(王昭君)은

흉노족(匈奴族)의 전통차림으로 단장을 하고
미앙궁(未央宮)에서

원제(元帝)에게 눈물로 하직(下直)을 고 하고 궁궐을 나섰다.

 

빼어나게 아름다운 왕소군을 보내자니

참으로 아깝고도 아까웠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하는 심정이 쓰라렸다.
황제는 그녀에게

"항상 밝은 마음으로 군자처럼 꿋꿋하게 살아가라며"

"소군(昭君)"이라는 칭호(稱號)를 내렸다.
이때부터 그녀는

"왕소군(王昭君)"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왕소군은 황량한 흉노땅에서
그곳 여인들에게 길쌈하는 방법 등을 가르쳤고,
한(漢)나라와의 우호적인 관계 유지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그가 시집 온 후부터 80여 년 동안은

늘 골칫거리였던 흉노(匈奴)와 한(漢)의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흉노의 왕인 호한야 선우가
왕소군의 미색에 취해 국정을 팽개치고

밤낮으로 색정(色情)에 탐닉을 하는지라...
얼마 못가 정기(精氣)가 말라버려 요절하고 만다.

 

이에 호한야의 본처 소생인 복주루(復株累)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선우(單于)의 자리에 올라

흉노의 새로운 왕(王)이 된다.

 

그는 왕소군의 눈부신 미모에 반하여
자신의 황후(皇后)로 왕소군을 취하려 하자,

왕소군은 한(漢)나라에 서신을 급히 보내
제발 한나라로 돌아가게 도와달라며
원제(元帝)의 뒤를 이어 등극한 새로운 황제(皇帝)인
성제(成帝)에게 간청을 하였으나,
성제(成帝)는
"이미 시집을 간 몸이니 흉노(匈奴)의 습속(習俗)을 따르라"며
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왕소군은 어쩔 수 없이

흉노(匈奴)의 관습대로 복주루(復株累)의 연지(閼氏) 즉,
선우(單于)의 황후(皇后)가 되어
딸 둘을 낳는다.

 

세월은 무심하게 흘러 왕소군(王昭君)이 죽자,

대흑하(大黑河) 남쪽 기슭에 묻혔다고

문헌은 전한다.

 

현재 왕소군의 묘는
내몽고 후허하오터(呼和浩特)에서 남쪽으로

9km 지점에 있다.

그녀의 전설과 미모에 호기심 많은 관광객들이 사시사철

끊이질 않고 찾아온다.

 

전해오는 풍문(風聞)에 따르면...
가을로 접어들어 북방의 초목(草木)이 모두 누렇게 말라가는데도
오직 왕소군 무덤의 풀만은
푸르름을 잃지 않고 있기에

사람들은 "청총(靑塚)"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한(漢)나라 시대의 전설, 일화, 고사, 등을 수록한
"서경잡기(西京雜記)"에 실려 있다.

소군원(昭君怨): 왕소군의 원망.

漢道初全盛(한도방전성): 한(漢)나라 국운 처음에는 융성했으니
朝廷足武臣(조정족무신): 조정에는 무신도 넉넉했다네.
何須薄命妾(하수박명첩): 어찌 꼭 박명한 여인이
辛苦遠和親(신고사화친): 괴로움을 겪으며 먼 곳까지 화친하러 가야 했던가.

掩涕辭丹鳳(엄루사단봉): 흐르는 눈물 가리고 단봉성을 떠나
銜悲向白龍(함비향백룡): 슬픔을 삼키며 백룡대로 향하네.
單于浪驚喜(선우랑경희): 선우(單于)는 놀라 기뻐했으나
無復舊時容(모부구시용): 더 이상 옛날의 그 얼굴 아니었다오.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 오랑캐 땅엔 꽃도 풀도 없어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
自然衣帶緩(자연의대완): 옷에 맨 허리끈이 저절로 느슨해진 건
非是爲腰身(비시위요신): 가느다란 허리 몸매를 위함이 아니라오.

 

그 외에도 그녀에 관한 애잔한 전설은

수도없이 많다.
그중 몇가지를 추려 보면...

 

왕소군이 흉노로 시집가면서
그득한 눈물을 머금은 눈으로
장안(長安)을 바라보더니
가슴에 비파(琵琶)를 안고 말에 올랐다는 이야기를 비롯하여,

 

흉노로 시집가는 일행이 장안(長安)거리를 지나갈 때는
구경 나온 인파가 거리를 가득 메워
그야말로 장안에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정든 고국산천(故國山川)을 떠나는 슬픈 마음을 달랠 길 없어
말 위에 앉은 채 눈물을 흘리며
비파를 뜯으며 이별곡(離別曲)을 연주하자,

마침 남쪽으로 날아가던 기러기가
아름다운 비파소리와
말 위에 앉은 왕소군의 눈부신 미모에 반해

날개짓도 잊고서
땅으로 떨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왕소군의 미모를 일컬어 "낙안(落雁)"이라 칭하는데.
이는 여기서 유래된 말이다.

 

그 외에도 왕소군(王昭君)에 대한 이야기는
후세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오르내리며
시가(詩歌), 소설(小說), 희곡(戱曲), 등의
각종 문학과 그림으로

그 형상이 끊임없이 재 창조되고 있다.

 

그러나 왕소군(王昭君)의 슬품을 노래한
시인(詩人) 동방규(東方虯)는

당(唐)나라 무주(武周) 사람으로,
측천무후(則天武后) 때 좌사(左史)를 지냈다는 것 외에는
전해오는 것이 별로 없다.

 

그의 시(詩)도
"소군원(昭君怨) 삼수(三首)" 외에
전한는 게 거의 없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하기사,
당(唐)나라 때 이름 난 시인들이 약 2만 명이 넘는다고
"당시선(唐詩選)"은 전하니...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기라성(綺羅星) 같은 시인들이

어디 한 둘이겠는가~~!.

그에 비하면 동방규(東方虯)는 멋진 시인으로 역사에 남았으니

행운아(幸運兒)라 아니할 수 없다.

 

지금 온 지구촌이
중국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져나가 날리가 났다.
자고나면 오늘은 몇 명이 걸리고
또 몇 명이 죽었다는 등...

 

서글프고 무서운 이야기가

하루종일 방송을 타고 흘러나온다.

남녁에는 지금쯤 매화꽃과 산수유꽃이 지천으로
피었을 터인데...

 

꽁꽁 얼어붙은

지구촌 사람들 마음속엔 꽃 잔치가 꿈에서나 봄직한
풍경이 되어버렸으니...

 

왕소군(王昭君)의 슬픈 사연을 노래한
당(唐)나라 시인(詩人) 동방규(東方虬)의

싯귀절처럼,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는 말이
절절히 실감나는 요즈음이다.

 

어서 빨리 이 난국(難局)을 벗어나
꽃이 만발한 남녁땅으로 달려 가고픈 마음이 간절하여
쓰라린 마음으로 이렇게 더듬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