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전기(沈佺期) 656?∼716?
자(字)는 운경(雲卿)으로,
상주내황(相州內黃) 즉 현재의 허난성(河南省) 내황현(內黃縣) 사람이다.
14살의 어린 나이에 이미 무협(巫峽)과 형양(荊襄) 등을 유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약관(弱冠)에는 송지문(宋之問)과 함께
진사시(進士試)에 급제했으며,
이후 협률랑(協律郞)의 벼슬을 거쳐 통사사인(通事舍人)을 지내게 되는데,
이때 그는 삼교주영(三敎珠英)의 편찬 사업에 참여하기도 해
서기 701년에 완성을 했다.
또한 같은 해 고공원외랑(考功員外郞)으로 전직했다가,
2년 뒤인 서기 703년에 급사중(給事中)으로 승진하게 된다.
그러나 이듬해 뜻하지 않게 뇌물수수죄로 탄핵을 받게 되어
환주(驩州) 현재의 베트남(越南) 북부의 빈(Vinh)로 유배(流配)를 당하게 된다.
이때 그의 나이 49세였다.
그러나 유배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2년 뒤 그는 사면을 받았고 조정(朝廷)으로 복귀하여
수문관학사(修文館學士) 중서사인(中書舍人), 태부소경(太府少卿) 등을 역임하는 등
비교적 순탄한 관직 생활을 영위하다가
그의 나이 61세인 서기 716년에 세상을 뜬 것으로 알려진다.
獄中燕(옥중연): 옥중 제비
拾蘂嫌叢棘(습예혐총극): 꽃술을 줍자니 잡풀의 가시가 싫고
銜泥劫死灰(함니겁사회): 진흙을 물려하니 식은 잿더미가 겁난다.
不如黃雀語(불여황작어): 차라리 참새가 말을 해서
能雪冶長猜(능설야장시): 공야장의 의심을 씻을 수 있었음만 못하다.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시(詩)인가~?.
황간(皇侃)이 지은 "논어의소(論語義疏)"에는 "논석(論釋)"이란 책을 인용하여
이런 내용을 전하고 있다.
옥중지연(獄中之燕): 옥중 제비가
습기예이혐총극지자(拾其蕋而嫌叢棘之刺): 꽃술을 줍자니 떨기 풀의 가시에 찔리는 게 싫고
술기니이항겁사회지입(銜其泥而恒㤼死灰之入): 진흙을 머금으려 하니 항상 식은 잿더미가 겁나니라.
석(昔)에 공야장(公冶長)이: 예전에 공야장이
재어루설지시(在於縲絏之時)에: 감옥에 갇혀 있을 때에
황작(黃雀)이: 참새가
어기원(語其寃)하야: 원통함을 지저귀어
능설기시(能雪其猜)하니: 능히 그 의심을 풀어주었다.
금(今)에 피연(彼燕)은: 오늘의 저 제비는
수재옥(雖在獄)이나: 비록 감옥에 있으나
필여황작야(必如黃雀也)로다: 반드시 참새 같아야 한다.
논어(論語) 공야장편(公冶長篇) 1장(章)에 나오는 말이다.
자위공야장(子謂公冶長): 공자께서 공야장을 두고 평하시기를
가처야(可妻也): "사위 삼을 만하다".
수재류설지중(雖在縲絏之中): "비록 포승으로 묶여 옥중에 있었으나"
비기죄야(非其罪也): "그의 죄가 아니었다".
이기자처지(以其子妻之): 하시고, 자기의 딸을 그에게 시집보내셨다.
공야장(公冶長)은 새 소리를 알아듣는 기이한 재주(才操)를 갖고 있었다.
그가 위(魏)나라를 떠나 노(魯)나라로 돌아오는 길에
새들이 사람의 시체(屍體)가 있다고 지저귀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한 노파(老婆)가 어린 자식을 잃고 통곡하는 것을 보고
그 자식의 시체(屍體)가 있는 곳을 알려 주었다가
급기야 살인범(殺人犯)으로 몰려 옥(獄)에 갇히게 되었다.
그러다가 나중에서야
공야장(公冶長)이 정말로 새 소리를 알아듣는다는 것이 확인되어
옥에서 풀려 나올 수 있었다.
그는 많은 제자들 중에 유일하게 공자(孔子)의 사위가 된 자였다.
이런 이야기를 심전기(沈佺期)가 시(詩)로 옴긴 것이다.
논어(論語)를 읽어보지 않고서는 무슨 시(詩)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내용이다.
공자(孔子)의 제자(弟子) 중 특이한 재주(才操)를 가진
공야장(公冶長)의 고사(故事)를 들어 제비의 아둔함을 꾸짖은 시(詩)로,
당음(唐吟) 30편에 실려 있다.
"당음(唐吟)"은 중국(中國) 원(元)나라의 양사굉(楊士宏)이
당(唐)나라 때 좋은 시(詩)들을 가려 뽑아 엮은 책으로 14권으로 되어 있다.
오랜만에 난해한 시(詩) 한 편을 올렸다.
중국 옛 한시(漢詩)들은 이렇게 고사(故事)를 담고 있는 시(詩)가 아주 많다.
그냥 읽으면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으나,
전고(典故)를 더듬어 보면 깊은 뜻과 멋이 숨어 있기에
두고두고 음미해 볼 수 있는 명작(名作)이 무수히 많은 것이
한시(漢詩)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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