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興(추흥) 七首(7수)
昆明池水漢時功(곤명지수한시공): 곤명지(昆明池)의 물은 한(漢)나라의 공이니
武帝旌旗在眼中(무제정기재안중): 무제(武帝)의 깃발이 눈 앞에 보이는 듯 하다.
織女機絲虛夜月(직녀기사허야월): 직녀는 베틀에서 헛된 실만 달밤에 꾸리고
石鯨鱗甲動秋風(석경인갑동추풍): 돌고래 비늘 껍질 갈바람에 움직이네.
波漂菰米沈雲黑(파표고미침운흑): 수초 열매 파도에 떠다니며 검은 구름 물에 잠기고
露冷蓮房墜粉紅(노냉연방추분홍): 연방(蓮房)엔 이슬이 차고 떨어지는 꽃잎 붉구나.
關塞極天唯鳥道(관새극천유조도): 변방의 관문은 하늘에 닿아 오직 새들만 날고
江湖滿地一漁翁(강호만지일어옹): 강과 호수만 가득한 땅엔 늙은 어부 한 사람 뿐이네.
곤명지(昆明池)의 물은 한(漢)나라 때 토목사업(土木事業)의 공적(功績)이요.
무제(武帝)의 깃발들이 지금도 눈에 선 하구나.
직녀(織女)는 베틀에서 헛된 실만 달밤에 꾸리고,
돌고래의 비늘과 껍질 갈바람에 움직이네.
수초 열매 파도 따라 이리저리 떠다니고, 검은 구름은 물속에 잠기며
연밥 씨방엔 이슬이 차고 떨어지는 꽃잎은 붉구나.
여기 변방(邊方)의 관문(關門)은 하늘에 닿을 듯 오직 새들만 날고
강과 호수만 가득한 땅에는 늙은 어부 한 사람 뿐이로다.
- 주(註) -
곤명지(昆明池)는... 장안(長安) 서쪽에 있는 인공(人工) 못의 이름이다.
한(漢)나라 무제(武帝)가 이 못을 파고
병사들로 하여금 수전(水戰) 즉 수중전투(水中戰鬪) 훈련을 시켰던 곳이다.
본 시(詩)에서 무제(武帝)의 깃발은...
군사훈련(軍事訓鍊)을 시킬 때
배 위에 꽂았던 무제(武帝)를 알리는 커다란 깃발들을 나타낸 말이다.
삼국지(三國志)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전투(戰鬪)을 위해 나아갈 때는 항상 그 집단(集團)의 우두머리 이름을
크게 쓴 깃발을 앞세우고 전쟁에 임했다.
황제(皇帝)가 손수 출전할 때는 황제(皇帝)의 이름이,
장수(將帥)가 대장(大將)으로 갈 때는 그 대장(大將)의 이름이 적힌
깃발을 앞세워서 위세(威勢)을 떨쳤는데,
이 깃발로 아군(我軍)에겐 사기(士氣)를 돋우고
적군(敵軍)에겐 겁을 주어 승기(勝機)를 잡고자 했다.
따라서 상대편은 서로 누가 지휘관(指揮官)으로 왔는지를
싸움 전부터 알았으며 싸움이냐 후퇴냐는
그 깃발을 보고 결정을 했고,
집단(集團)의 가장 중요한 표상(表象)이 대장(大將)의 깃발이었다.
직녀기사(織女機絲)란 말은...
곤명지(昆明池) 좌우에 견우(牽牛)와 직녀(織女)의 석상(石像)을 만들어 세웠는데,
그 직녀(織女)의 손에는
베틀에서 쓰는 실 꾸러미를 들고 있는 모습을 조각했다고 한다.
시인(詩人)은 이 석상(石像)을 가리켜
모습은 그럴듯 갖추었지만
실제로는 베를 짤 수도 없는 헛된 모습이라고 표현한 내용이다.
석경(石鯨)은... 바다에 사는 돌고래가 아니고,
석경(石鯨) 즉 돌로 만든 고래를 이르는 말이다.
인갑(鱗甲)... 비늘과 껍데기로
곤명지(昆明池)에는 옥(玉)을 깎아서 고래를 만들어 놓았다고 하는데,
천둥 번개가 치면 울부짖었고,
지느러미와 꼬리가 움직였다고 한다.
그 번쩍 번쩍 하는 모습이
마치 비늘과 껍질이 움직이는 모습 같다고 하는 표현이다.
고미(菰米)... 마름이라는 물풀을 지칭하는 것 같은데
정확한 것은 모르겠다.
가을에 마름씨가 익으면 검은 색을 띠고 물결 따라 둥둥 떠다닌다.
어렵던 시절에는 이 씨앗을 건져내 볕에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연방(蓮房)... 연꽃이 지고 나서 씨가 익는데, 씨가 들어찬 씨방을 가리킨다.
윗 시(詩)에서 어옹(漁翁)은...
고기 잡는 늙은이로 두보(杜甫) 자신을 비유한 표현이다.
지난날 아름답던 곤명지(昆明池)를 떠올리며
물가에 앉아 장안(長安) 쪽을 바라보니
저 멀고 먼 하늘이 맞닫는 곳은 새들만이 날아가는 아득한 길이고,
그리움만 강가에 가득할 뿐 고향으로 돌아갈 기약이 없다.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자신은
시름에 새월만 보내는 초라한 늙은 어부의 신새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라고 하는
푸념이 시(詩)에 가득하다.
인간(人間)에게서 희망(希望)은...
모든 고통을 이겨내는 에너지이며
삶을 영위(營爲)해 나가는 원동력(原動力)이다.
그러기에 인간은 벼랑 끝에 닥친 그 어떤 어려움이나 두려움도 모두 이겨낼 수 있으며
살아가야할 목적이 뚜렷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두보(杜甫)는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한가닥 희망마저 기약할 수 없는 암울한 처지에 놓여 있다.
가진 것이라고는
철없는 어린 자식들과 못난 남편을 만나
생활고(生活苦)에 찌들린 불쌍한 아내,
그리고 늙고 병들어 말라비틀어진 자신의 몸뚱아리 뿐이다.
병마는 점점 깊어가고 몸은 하루가 다르게 늙어가는데,
어지러운 변란(變亂)은 끝이없고...
그런 벼랑끝의 아울한 생의 끝자락에서도
이런 주옥 같은 명시(名詩)들을 쏟아내는 서정(抒情)의 마력(魔力)은
두보(杜甫)가 시성(詩聖)으로 불려지기에 주저없는 까닭이다.
끝없이 토해내는 충정(忠情) 어린 감성(感性)은
가히 따라올 자(者) 그 누가 있겠는가~!.
참으로 존경스럽기 그지없는 위대한 시인(詩人)이 두보(杜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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