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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 명시 감상

추흥(秋興)6수(六首): 가을날의 감흥... 두보(杜甫)

秋興(추흥) 六首(6수)

 

瞿唐峽口曲江頭(구당협구곡강두): 구당협 어구와 곡강 머리가
萬里風煙接素秋(만리풍연접소추): 만리나 되는 바람과 안개로 가을이 가득하다.
花萼夾城通御氣(화악협성통어기): 화악루의 협성에는 임금의 행차가 이어지고
芙蓉小苑入邊愁(부용소원입변수): 부용의 작은 연못에는 변방 시름 깃든다.
珠簾繡柱圍黃鵠(주렴수주위황곡): 수놓은 기둥의 구슬발은 누런 백조를 둘러싸고
錦纜牙檣起白鷗(금람아장기백구): 비단 닻줄 상아 돛대 위로 흰 갈매기 날아오른다.
回首可憐歌舞地(회수가련가무지): 머리 돌려, 노래하고 춤추던 곳 바라보니 애달프구나
秦中自古帝王州(진중자고제왕주): 진중은 예로부터 제왕의 고을이라네.

 

구당협(瞿唐峽) 입구와 곡강(曲江)의 머리까지는 만리(萬里)나 되는 먼 거리인데
그 사이로 어느새 안개와 찬 바람이 들어차 가을색이 가득하다.
지난날 천자(天子)의 위용(威容)은 화학루(花萼樓)부터 협성(夾城)을 지나
부용원(芙蓉苑)까지 이어졌었는데,
그 부용(芙蓉)의 화원(花苑)이 타향에서 방황하는 내 시름 속에 가득 잠기는구나.


지난날 그곳에는
구슬로 장식한 발과 수를 놓은 비단으로 치장한 기둥으로 꾸민 건물들이
뜰에서 노니는 누런 백조들을 둘러쌌으며,
비단으로 만든 닻줄과 상아로 꾸민 돛대를 단 멋진 배들이
연못을 나는 흰 갈매기들 마저 놀라서 날게 했었다.
허나, 지난날을 추억하며 고개 돌려 장안(長安) 쪽을 바라보니,
흥에 겨워 춤추고 노래하던 저곳도 변했을 것이라 생각들어 서글픈 마음 금할 길 없구나.
저 장안(長安) 땅 일대는
예로부터 제왕(帝王)들이 대를 이어 내려온 유서(由緖) 깊은 수도(首都)였는데 말이다.

 

- 주(註) -

"구당협(瞿唐峽)"은 삼협(三峽)의 협곡(峽谷) 중 한곳인데,
기주(夔州) 동쪽에 있으며 이곳도 험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협곡(峽谷)이다.
"곡강(曲江)"은 장안(長安) 근교의 유원지(遊園地)로
이곳에는 이궁(離宮)과 어원(御苑) 즉 별궁(別宮)과 황실(皇室) 정원(庭園)이 있었다.
"화악(花萼)"은 장안(長安)의 흥경궁(興慶宮) 서남쪽에 세워진 누각(樓閣) 이름이다.


본 6수(六首)도
지난날 장안(長安)의 호사스럽던 날들을 추억(追憶)하며
깊어가는 가을에 쓴 회상시(回想詩)이다.

 

두보(杜甫)의 시(詩)는

늘 나라에 대한 충정(忠情)이 시(詩)에 녹아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자신의 뜻을 국정(國政)에 반영코자 무던히 애를 썼지만
조정(朝廷)은 그을 냉정하리만치 왜면했고,
위정자(爲政者)들은 오히려 자신의 조국(祖國)을 망쳐 버렸다.


이런 현실을 바라보는 두보(杜甫)의 가슴에는
응어리진 안타까움이 짙게 배어,
이렇듯 회한(悔恨)의 시(詩)로 토해내고 있다.


가난하고 병들어 타향을 떠도는 초라한 자신이 비통하리만치 서러우며
이 어지러운 세태(世態)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한 무력감(無力感)이
더더욱 그를 한숨 짓게 만든다.


따라서 지난날 짧은 벼슬길의 그리움과 회한(悔恨)이 한데 어우러져
가을의 서정(抒情) 속에서 시(詩)로 토해내는 안타까움이 바로
"추흥(秋興) 씨리즈(series)"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