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興(추흥) 五首(5수)
蓬萊古闕對南山(봉래고궐대남산): 봉래궁(蓬萊宮)의 문은 종남산(終南山)과 마주하고
承露金莖宵漢間(승로금경소한간): 승로반(承露盤)의 쇠기둥은 높은 하늘 사이에 솟아 있네.
西望瑤池降王母(서망요지강왕모): 서쪽 요지(瑤池)를 바라보니 서왕모(西王母)가 내려오며
東來紫氣滿函關(동래자기만함관): 동쪽엔 붉은 기운 다가와 함곡관(函谷關)에 가득 차네.
雲移雉尾開宮扇(운이치미개궁선): 구름이 꿩 꼬리에 옮겨지니 궁선(宮扇)이 열리고
日繞龍鱗識聖顔(일요용린식성안): 햇빛이 용의 비늘을 감싸니 비로소 용안(龍眼)이 보였다네.
一臥滄江驚歲晩(일와창강경세만): 창강(滄江)에 누어 한해가 저물어감에 놀라나니
幾回靑瑣點朝班(기회청쇄점조반): 지난 날 조회 때 청쇄문(靑瑣門)에서 몇 번이나 점호를 받았던가~?.
한(漢)나라를 빌어 당(唐)나라를 읊다.
봉래궁(蓬萊宮)의 궁문(宮門)은 종남산(終南山)을 마주하고 있고
승로반(承露盤)의 구리 기둥은 공중에 높이 솟았다.
서쪽을 바라보면 멀리 요지(瑤池)에서 서왕모(西王母)가 내려오는 것이 보이고
동쪽을 보면은 붉은 기운이 함곡관(函谷關)에 가득 차는 것이 보인다.
이런 궁전(宮殿)에서 구름이 움직이는 것 같은 꿩 깃으로 장식한 궁선(宮扇)이 열리고,
햇빛이 곤룡포(袞龍袍)에 비칠 때 천자(天子)의 용안(龍眼)을 배알(拜謁) 한다.
그러나 나는 지금 창강(滄江)에 누어 금년도 이렇게 저물어가는 것에 놀라니,
지난날 몇 번이나 조반(朝班)에 참석하는 점호(點呼)에 응하기 위해
청쇄문(靑瑣門)을 드나들었던가~?.
이 시(詩)의 전반부(前半部)는 궁궐(宮闕)에 대한 추억(追憶)이며,
후반부(後半部)는 조회(朝會)에 참석했던 추억(追憶)을 더듬는 그리움이 담겨 있다.
옛 모습대로 복원된 함곡관(函谷關)
- 주(註) -
본 5수(五首)는 궁궐(宮闕)의 명칭(名稱)이나 법도(法度)를 다룬
어려운 용어들이 있어,
몇가지 용어(用語)를 별도로 풀어야 될 것 같아서
시(詩)에 나오는 용어(用語)들을 되세겨 보았다.
봉래(蓬萊)는... 봉래궁(蓬萊宮)을 말하는 것인데,
이는 한(漢)나라 때 궁전(宮殿)의 이름이다.
따라서 본 시(詩)는 한(漢)나라를 빌어와 당(唐)나라를 읊은 내용의 시(詩)이다.
지난날 소개 했던 백거이(白居易)의 시(詩) "장한가(長恨歌)" 역시
한(漢)나라을 빌어다 당(唐)나라를 읊은 시(詩)인데,
이는 시인(詩人)이 속해 있는 자신의 조국(祖國)을
차마 대놓고 안타까움을 옴기기가 껄그러워 그렇게 한 것이다.
자신의 나라 황제(皇帝)를 시(詩)에 옴겨 놓고자 할 때는 특히나 더더욱 그러한데,
이는 나라의 녹(祿)을 먹던 관리로서의 예의(禮儀)에 어긋남을 빗겨가고자,
지난 왕조(王朝)를 슬쩍 끌어다 놓은 것으로
당(唐)나라 시절에는 여러 시(詩)에서 종종 등장하는 기법(技法) 중 하나였다.
남산(南山)이란...
바로 장안(長安) 동남방(東南方)에 있는 종남산(終南山)을 일컷는 말이며,
승로금경(承露金莖)은...
승로반(承露盤)의 구리(銅)로 만든 기둥을 가리킨다.
따라서 "승로반(承露盤)"은 이슬을 받는 쟁반으로,
한(漢)나라 무제(武帝)가 구리(銅)로 신선(神仙)의 거상(巨像)을 만들었는데,
그 신선(神仙)의 손 위에 큰 쟁반을 올려놓고
아참마다 쟁반에 고인 이슬에 옥(玉) 가루를 섞어 마셨다.
이렇게 하면 장수(長壽) 한다는 이상한 설(說)에 따라서
무제(武帝)가 만들어 놓은 동상(銅像)의 쟁반(錚盤)이다.
당(唐)나라에 와서 이 동상(銅像)과 쟁반(錚盤)이 없어졌다.
요지(瑤池)는... 곤륜산(崑崙山)에 산다는
선녀(仙女) 서왕모(西王母)가 사는 곳을 이른다.
옛날 주(周)나라 목왕(穆王)이
곤륜산(崑崙山)에 놀러 갔다가 서왕모(西王母)에 초대되어
요지(瑤池)에서 대접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열자(列子)"에 실려있다.
소 타고 서쪽으로 가는 노자(老子)
동래자기(東來紫氣)...
"열선전(列仙傳)"에 전하길,
노자(老子)는 주(周)나라가 쇠퇴하는 것을 보고는
주(周)나라를 떠나 진(秦)나라로 들어가는 길목인 이곳 "함곡관(函谷關)"으로 온다.
이때 이곳의 희(喜)라는 관문지기가 노자(老子)에게 간청하며 이르길
"책을 한 권 만 써 주십시오" 라고 청했다.
그러자 노자(老子)는 5,000자의 도경(道經)과 덕경(德經)을 담은 저서를
그에게 건네주었는데,
이 책이 바로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이라고 열선전(列仙傳)은 적고 있다.
사마천(司馬遷)은 "사기(史記)"에서 "노자(老子)는
함곡관(函谷關)을 훌쩍 떠났고,
아무도 그 뒤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지 못한다."고 기술했다.
아무튼 노자(老子)는 이 함곡관(函谷關)을 떠나
서쪽으로 가서 화산(华山)으로 들어갔다는 설(說)도 있다.
당(唐)나라 조정(朝廷)은 이(李)씨가 황제(皇帝)를 이어갔는데,
노자(老子)의 성(性)이 이(李)씨로
그를 선조(先祖)로 여겼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운이치미(雲移雉尾)... 치미(雉尾)는 원래 꿩 꼬리털을 말하는데,
본 시(詩)는 꿩 꼬리로 만든 부채를 가리킨다.
궁(宮)에서 쓰는 궁선(宮扇)의 한 종류이며,
운(雲)이란 좌우로 열리는 궁선(宮扇)을 구름에 비유한 말이다.
천자(天子)가 옥좌(玉座)에 나아갈 때
시녀들이 좌 우에서 궁선(宮扇)을 받혀들고 있다가
천자(天子)가 옥좌(玉座)에 앉으면 이 궁선(宮扇)을 좌 우로 열었다.
그때서야 대신(大臣)들이 용안(龍眼)을 볼 수 있었다.
함곡관(函谷關)
용린(龍鱗)이란... 용(龍)의 비늘로
천자(天子)의 옷은 황용(黃龍)을 수놓은 옷을 입었는데 이를 곤룡포(袞龍袍)라고 한다.
본 시(詩)에서 햇빛이 곤룡포(袞龍袍)에 비치니
그제서 성상(聖像)의 용안(龍眼)인줄 알겠다는 뜻을 표한 말이다.
창강(滄江)은... 기주(夔州) 앞을 흐르는 강을 가리킨다.
청쇄(靑瑣)는...
당시 궁궐문(宮闕門)에 자물쇠 문양(文樣)을 조각하고
청색으로 칠했는데 이를 가리킨 말이다.
점조반(點朝班)의 점(點)은 점호(點呼)를 말하고
조반(朝班)은 조정(朝廷)의 반열(班列)로,
조정반열(朝廷班列)에 나가려고 점호(點呼)를 받다 라는 말이다.
지난날 두보(杜甫)는 서기 757년 10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좌습유(左拾遺)"란 벼슬로 궁궐(宮闕)에 출사(出仕)한 적이 있는데,
실각(失脚)한 재상(宰相) 방관(房棺)을 변호(辯護)하는
상소(上疏)를 올렸다가 숙종(肅宗)의 노여움을 사
어렵게 얻은 관직(官職)에서 8개월 만에 쫓겨났다.
그때가 두보(杜甫) 나이 47세 때 일이다.
따라서 잠시나마 관직(官職)에 있던 시절을 회상(回想)하며
안타까움을 시(詩)에 나타낸 것이 5수(五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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