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무극(歌舞劇)을 보며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생각합니다.
시안(西安)의 가무극 전용 극장은
길이가 140m가 넘고 높이도 50m나 되며
3,000명이 동시에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대형 원형극장입니다.
일반 공연장과 다른 점은
관람석이 360도로 회전하며
객석(客席) 외곽이 모두 무대란 점입니다.
따라서 무대 전환이 매우 빠르고
다양한 무대를 만들 수 있으며
관객들은 쉼 없이 공연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마침 극장을 찾은 날은
어린 학생들이 단체로 관람을 왔기에
장내가 매우 소란스러웠습니다.
공연을 시작하기 전 메인화면에는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주석(主席)이
이곳 시안(西安) 공연장을 찾아와 관계자들을 격려하며,
본 공연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는
내용이 반복으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중국은
관광지 곳곳에
가무극장이나 서커스 공연장이 많으며,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관광의 필수 코스입니다.
중국의 가무극은 스케일이 크고
무대와 배우,
관객과의 거리감을 줄여
현장감이 생생한 입체적 무대가 특징입니다.
오늘 공연하는 "낙타의 방울소리"는
최근에 만든 가무극으로
대형급에 속하며,
관람료가 우리 돈으로 7만 원이 넘는 매우 비쌉니다.
객석이 우측으로 60도 가량 씩 회전하며 관람하는 원형극장으로
한바퀴 돌면 1시간 30분 가량 걸리며
공연이 끝납니다.
지금부터 사진과 함께
짤막하게 공연 내용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가무극(歌舞劇) "낙타의 방울소리"는
한문(漢文) 자막과 영어(English) 자막이
무대 우측 옆 전광판에 동시에 소개되며,
다른 지역에서 가끔 보이는
한글 자막은 없었습니다.
시안(西安)은 서역(西域)으로 향하는
실크로드(Silk Road)의 출발점이며,
서역에서 중국으로 들어와 만나는 종착지입니다.
따라서 극(劇) 줄거리가
지난날 화려한 문화(文化)와 문물(文物)을 자랑하던
"당(唐)나라"가 배경으로 그려지며,
서역(西域)을 오가는
초창기 무역상(貿易商)의 애환(哀歡)을 담고 있습니다.
황량하고 신비로운 고비사막(戈壁沙漠)을 배경으로
낙타 행렬이 등장하며 막이 오릅니다.
척박한 땅에 살아가는 소수민족들의 힘겨운 삶이
무대에 잠시 그려지고,
서역으로 장삿길을 떠나는 낙타부대의 행렬이 객석에서 나타나
무대 위로 오릅니다.
고비사막에는 사막만 있는 것이 아니고
사막 사이 사이에는
별천지(別天地) 같은
아름다운 오아시스(Oasis)가 숨어 있습니다.
낙타 행렬을 소개하는
오프닝 멘트(opening ment)를 끝으로
당(唐)나라의 어느 작은 마을로 무대가 옴겨갑니다.
초승달마저 차가운 새벽입니다...
일찍 장삿길을 떠나는 상인들이 사는 마을 모습이
슬픈 춤과 함께 잔잔하게 그려지고...
꼭 살아서 돌아오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마음의 길다란 줄로 부부지간(夫婦之間)을 서로 묶습니다.
어느 가정에...
눈 먼 홀어머니와 단 둘이 살아가는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 아들은 어머니를 홀로 남겨두고
장사꾼이 되어 상인들을 따라 머나먼 서역으로
첫 길을 떠납니다.
"몸조심 해라..." "길조심 해라..."
"어머니 걱정마세요..." "건강히 잘 계세요..."
"돈 많이 벌어서 꼭 다시 돌아올께요..."
"그때까지 건강하셔야 돼요..."
어미와 자식 간의 애타는 작별음이 객석으로 메아리칩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안타까운 작별로
남편과 자식들을 서역의 험난한 길로 떠나보내며
눈물 짓습니다.
서역으로 가는 길은 아름답습니다.
들력에는 꽃이 만발한
그림 같은 고을을 지나갑니다.
먼 산에는 만년설(萬年雪)이 끝없이 펼쳐지고
고을마다 마을마다
사람들은 인심도 좋으며,
상인들은 부자가 되는 꿈을 간직하고
머나먼 서역을 향해 길을 재촉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회전 무대가 우측으로 돌면서
상황이 급변합니다.
상인들 앞에 거대한 설산(雪山)이 나타나고 모래폭풍이 거세게 몰아칩니다.
뒤이어 굉음을 울리며
화산까지 폭발합니다.
도망치다시피 현장을 빠져나온 상인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놀란 가슴을 쓰러내립니다.
어느덧 거대한 설산으로 들어섭니다....
거센 눈보라는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고...
낙타는 울부짖으며 힘겨워 합니다.
"여기서 지체하다가는 모두 얼어죽고 맙니다~!"
"어서 갑시다~!"
죽을 힘을 다해 산속을 지나온 상인들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로의 안부를 묻습니다.
그것도 잠시,
어디선가 맹수의 울음소리가 설산을 뒤흔들며 메아리칩니다.
놀란 상인들은 황급히 도망을 치는데...
뒤이어 설산에서 나타난
늑대 무리들이
상인들을 향해 맹렬히 달려듭니다.
굼주린 늑대들은 사정없이 달려들어 물어 뜯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10여 마리의 늑대 무리들은
객석을 향해 달려옵니다~!.
여기 저기서 놀란 관객들의 비명소리로
극장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阿修羅場)이 됩니다.
늑대들이 공연장 통로를 줄지어 내달리며 휘젓자,
혼비백산(魂飛魄散)한 관객들은
비명을 지르고 아이들은 연이어 울음을 터트립니다.
그야말로 눈 깝짝할 사이에
극장 안은 공포 분위기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객석 이곳 저곳을 사정없이 휘저으며 내달리던 늑대들이
무대 위로 뛰어올라가 상인들을 물고 늘어집니다.
늑대들에게 물려 발버둥치는 상인들이
비명을 지르며 목숨을 건 사투(死鬪)가 이어집니다.
사람을 물어 뜯고 달려드는 건
개가 아닌 정말 늑대입니다.
오~ 세상에~~!.
그러는 사이
굉음과 함께 삽시간에 눈사태가 일어나자
놀란 늑대들이
모두 무대 뒤 산속으로 달아납니다.
결국 일행 중 상인(商人) 한 명이 늑대에게 물려
숨을 거두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무대는 회전하며 바뀌어 서역의 어느 도시로 이어집니다.
수많은 고생 끝에
서역의 어느 나라에 도착한 상인들은
이게 꿈인가 싶습니다.
이곳에도 꿈 같은 세상이 펼쳐져 있고
자신들과 조금은 다른 생김새의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그들만의 행복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나무가 아닌
돌로 만든 이상한 집들이 즐비한
신비한 나라를 상인들은 둘러봅니다.
상인들은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처음보는 신기하고 진기한 물건들과 풍경들...
그리고 사람들을 만납니다.
다시 길을 떠난 상인들은
간다라(Gandhara)의 어느 지방에 다다르자
말로만 듣던 신비로운 "불국(佛國)"이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거대한 절벽문이 열리자,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석가모니(釋迦牟尼) 부처(佛陀)가
구름 사이로 서서히 올라오며 위용(威容)을 드러냅니다.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 합장(合掌)과 경배(敬拜)를 합니다.
상인들은 부처의 가르침에 감화(感化) 됩니다.
뒤이어 나타난 현장(玄奘)은 부처님 말씀을 받들고
가르침을 만 백성에게 전하고자
불경(佛經)을 얻어 당나라로 돌아갑니다.
상인들이 길을 떠나자...
엄청난 폭포가 순간 부처상 양 옆에서 쏟아지며
세상의 모든 악(惡)을 쓸어버립니다.
물방울이 객석으로 튀며 일부 앞에 앉은 관객은 옷도 젖었습니다.
한참을 퍼붓던 목포수가 그치자.
부처는 연꽃을 타고 홀연히 사라집니다.
무대는 다시 이동하여
당(唐)나라 장안성(長安城)으로 바뀝니다.
장안(長安)은 평혼합니다.
아리따운 처녀들이 개울에서 수다를 떨며 미역을 감고...
백성들은 제 할일을 하며
하루를 행복하게 마무리 합니다.
매일 꿈 같은 날들이 이어집니다...
그러던 어느날,
서역으로 낙타를 몰고 떠났던
상인들이 드디어 장안으로 돌아옵니다.
마을 사람들이 가족을 찾아 모여듭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눈 먼 어머니도 자식을 만나러 허겁지겁 찾아옵니다
아들 이름을 큰소리로 부르며 찾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아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모두가 무사히 돌아와
가족들과 반가이 재회하는데...
애타게 찾는 그의 아들은 보이질 않습니다...
바로 지난날,
설산에서 늑대에게 물려 죽은 자가 바로 그 아들이었던 겁니다.
그런 사실을 모르고
눈 먼 어머니는 아들 이름을 부르며
거리를 헤맵니다.
안타까운 모습에 사람들은 모두가 흐느껴 웁니다.
"불러도 대답이 없는 내 아들은
어디에 있느냐~?."
"아들아 대답 좀 해다오~"
결국 어머니는 체념 속에 발길을 돌리는데...
등 뒤에서 큰 소리로,
"어머니 여기 아들이 왔습니다~~!"
"어머니 제가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어머니는 그 아들에게 달려가 부등켜 안고
얼굴을 만져보니 안타깝게도 찾는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너는 내 아들이 아니구나~"
실망하며 돌아서는 어머니에게 그는 말합니다.
"앞으로 제가
어머니의 아들이 되어 평생을 모시겠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감동한 마을 사람들은
또 다시 눈물을 쏟고...
돌아온 상인들 모두는,
"나도 어머니의 아들이 되어 받들어 모시겠노라"고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외칩니다.
이에 감동한 눈 먼 어머니는
그들의 따스한 마음에 감동되어 모두를 아들로 받아들입니다.
이때, 객석 여기저기서 훌쩍이며
눈물을 닦는 관객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무대는 다시 바뀌고...
봄이 온 장안성(長安城)엔 평화가 넘칩니다.
청춘남녀(靑春男女)들은 짝을 지어 사랑을 나누고...
개울가엔 꽃들이 만발합니다.
백성들은 모두가 행복에 즐거워 하고
황제(皇帝)도
여인을 만나 사랑에 취합니다.
그렇게 장안성(長安城)은 꿈결 같은 사랑으로 넘실댑니다.
부유해진 당(唐)나라는
태평성대(太平聖代)가 이어지고...
백성들도... 황제도...
모두가 즐거운 시절을 보냅니다.
서역의 문물(文物)은 장안(長安)으로 모여들고,
중국의 선진(先進) 문물(文物)과 비단(silk)은
서역으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갑니다.
어느 해 황제(皇帝)의 생일날,
각국의 사신(使臣)들은
자기 나라의 진기한 보물들을
가지고 와
당(唐)나라 황제(皇帝)께 바치며 축하(祝賀)를 전합니다.
이렇게 흥겨운 대명궁(大明宫)의 만찬은
객석과 하나되어
성대하게 이어집니다.
이 넉넉하고 행복함은
모두가 어진 황제(皇帝)의 은덕(恩德)이라며
백성들은 입을 모아 황제(皇帝)를 칭송합니다.
이상 가무극(歌舞劇) "낙타의 방울소리" 줄거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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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간 중국 각지의 가무극(歌舞劇)을
20여 편 보았습니다만,
이번 가무극은 느낌이 좀 달랐습니다.
공연 직전 화면을 통해,
시진핑(習近平) 국가(國家) 주석(主席)이 특별히 관심을 기울인 작품이란 점을
강조하는 영상을 보며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국가(國家) 주석(主席)이 한낱 지방의
가무극(歌舞劇)에 유달리 관심을 두는 것도 그렇고,
극(劇)과 관계없는 시진핑(習近平) 얼굴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게
좀 과하지 않나 ~?? 하고 생각을 했는데...
극(劇)을 보고나서야
의문이 풀렸습니다.
시진핑(習近平)이
통치 목표로 야심차게 내 건 슬로건(slogan)이,
"일대일로(一帶一路)"입니다.
과거 한(漢)나라 때
무제(武帝)의 명에 따라 "장건(張騫)"이
수많은 어려움을 뚫고 서역으로 향하는 무역로(貿易路)를 개척하여
중국과 세계의 문을 최초로 열었습니다.
이 위대한 업적을 오늘에 되살려 다시 중국이 일어서자는 것입니다.
따라서 "일대(一帶)"란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를 말합니다.
그리고 명(明)나라 때 영락제(永樂帝)의 명으로
"정화(鄭和)"가 대규모 함대을 이끌고
동남아와 인도양을 거쳐 아프리카까지
대원정(大遠征)을 떠나,
명(明)나라의 위상을 세상에 알리며 해상 무역로를 개척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일로(一路)"는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를 뜻합니다.
이 둘을 합친 "일대일로(一帶一路)"가 구축되면,
중국을 중심축(中心軸)으로
육상(陸上)과 해상(海上)의 실크로드를 따라
60여 개 국가를 포괄(包括)하는 거대한 경제권(經濟權)이 형성됩니다.
따라서 지난날의 진취적 기상과 개척 정신을
이어받아 육상과 해상에서
새로운 실크로드를 열여 중국의 위대함을 널리 알리며
선도해 나가자는 것이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야심차게 지향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의 핵심 정책입니다.
이것을 시진핑(習近平) 정부는
"중국몽(中國夢)"
즉 중국이 미래를 열어가는 진취적(進取的) 이상(理想)이라고 강조합니다.
중국 어느 도시를 가든
곳곳의 전광판과 게시판,
심지어는 공사판 벽에도 "중국몽(中國夢)"을 알리며
국민을 계도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습니다.
시진핑(習近平)의 고향이 이곳 시안(西安)이란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그가 목표로 주창(主唱)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중요성을 부각하며
정책(政策)의 홍보를 위해 만든 가무극(歌舞劇)이란 것을 그제서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얼마전 시진핑 주석은 아프리카와 동남아의 국가 정상들을
중국으로 불러들여
일대일로(一帶一路)의 필요성을 역설하였습니다.
각국의 열악한 항만과 도로 등,
국가적 인프라(infrastructure)를 외상으로 만들어 주겠다며,
막대한 자본을 빌려주고는
그 나라들을 중국편으로 변화시켜
중국화(中國化)를 가속화 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발한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중국이 해상 영토를 확장하며 야심(野心)을 드러낸
남중국해(南中國海)에서,
중국의 팽창을 저지하며
긴장 속에 위태로운 평화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거침없는 중국의 팽창을 저지하고자,
돈줄을 묶는 무역 전쟁을 선포하고
중국의 목을 죄고 있습니다.
두 패권국(覇權國)의 기싸움으로 새우등 터지는 건
결국 우리나라를 비롯한
인접국들과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들입니다.
이런 신 냉전 질서 속에서 우리가 처한 현실을
무겁게 느끼며,
결국 정책 홍보 공연극을 비싼 돈을 들여 보곤
공연장을 떠납니다...
허~혀~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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