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歸去來辭)... 도연명(陶淵明)

삶과 자연(自然)을 사랑한 시인(詩人)

"도연명(陶淵明)".

 

중국(中國) 송대(宋代)의 대표적인 시인(詩人)

도연명(陶淵明:365~427년)은...

동진(東晉) 말기에 태어나

남조(南朝)의 송(宋)나라 초기에 살았던 시인(詩人)이다.

이름은 잠(潛)이며자는 연명(淵明) 또는 원량(元亮)이다.

 
난정서(蘭亭書)를 쓴 왕희지(王羲之)와 동(同) 시대를 살았지만,

왕희지(王羲之) 보다는 44살 아래로 그의 위대함을 알지는 못했던 것 같다.

아무튼 도연명(陶淵明)은 29세에 벼슬길에 올랐으나

전원생활(田園生活)에 대한 동경을 버리지 못하고,
41세에 누이의 죽음을 구실삼아 관직(官職)을 사임하고 낙향(落鄕)하여

두 번 다시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다.

 

도연명(陶淵明)을 두고 중국(中國) 문학사(文學史)를 통털어

가장 조화롭고 원만하고 유순한 삶을 살다 간,
시인(詩人)이라는 점에 이론을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도연명(陶淵明)

 

그는 큰 벼슬을 지낸적도 없고,

그렇다고 뛰어난 업적(業績)이나 권력(權力)을 잡은 적도 없었으며,

평생 지은 일백 편이 좀 넘는 시(詩)와 11 편의 산문(散文)이 남아 있는 정도지만

오늘날까지도 전원시(田園詩)의 초석(礎石)을 놓은

위대한 시인(詩人)으로 불려지는 사람이다.

그의 생활 역시, 그의 시(詩)처럼 검소하고 단순 담백해서...
화려하고 복잡하고 빠른 걸 좋아하는 현대인들에게는

자신을 뒤돌아보는 여유를 느끼게 하는 시인(詩人)으로,
존경심(尊敬心)을 넘어 외경심(畏敬心)까지 일게하는 대(大) 시인(詩人)이다.

 

도연명(陶淵明)은

애정관(愛情觀) 또한 모범적(模範的)이었다.

당시의 많은 명사(名士)들은 적게는 서너 명에서

많게는 수십 명에 달하는 첩(妾)을 두고 사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그는 그리하지 않았다.

 

육체적(肉體的)인 사랑도 지나치지 않게

적절하게 절제(節制)하며 평생(平生)을 살았다.

그렇다고 큰 이상(理想)을 품고 학처럼 고고하게 살아가는

금욕주의자(禁慾主義者)같은 삶을 산 건 결코 아니다.

관능적(官能的)인 아름다움을 느끼고 즐길 줄도 알았으며,

높은 정신적(精神的) 품성(品性)까지 갖춰

그 조화(調和)가 잘 어우러진 사람이였다.

 

가장 이상적(理想的)인

남성상(男性象)을 말하자면...
여성(女性)의 관능(官能)과 미적(美的)인 아름다움을 느낄 줄 알지만,

결코 무례하지 않고 존중(尊重)하며,
인생(人生)의 멋과 향(香)을 즐기지만 절제할 줄 알아야 하고,
세속적(世俗的)인 성공(成功)의 욕구와 실패에 대한 낙담(落膽)이

결국엔 다 부질없는 허상(虛象)인 줄도 알며 그에 초연(初演)하지만,

그렇다고 삶과 욕망을 가벼이하거나 적대시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정의(正義)할 수 있다.

 

도연명(陶淵明)의 인생을 돌아보면...

그의 시(詩)처럼 지극히 순리적(順理的)이고 자연적(自然的)이며
인간(人間)의 본성(本性)을 사랑했던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진정한 자유(自由)를 알아 그것을 만끽하며

넉넉하고 풍요로운 마음으로 한세상을 살다 간,
가슴 따뜻한 자유인(自由人)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낙향(落鄕)하여

3년 째 되던 해 한창 전원생활(田園生活)에 심취했을 무렵 원인 모를 불이 나,

집과 세간(洗肝)을 다 태워

가족을 데리고 심양(瀋陽) 근교 남촌(南村)으로 

한 번 이사를 했을 뿐 죽을 때까지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

대부분 시인(詩人)들이 그렇듯

그도 술을 너무 좋아하여 한때는 가세(家勢)가 기울기도 했으니...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놈의 술이 늘 문제를 일으킨다.

 

서기 405년 평택현(彭澤縣))의 현령직(縣令職)을 그만두고 낙향하며 지은 시(詩)가,

그의 대표작(代表作)이라 할

지금 소개하는 "귀거래사(歸去來辭)"이다.

당시 부패하고 타락했던 사회(社會)와 뇌물(賂物)로 얼룩지고

아부(阿附)와 아첨(阿諂)을 일삼는 벼슬자리가

그의 생리(生理)에 맞을리 없던 그는,

"내 어찌 쌀 다섯 말에

허세부리는 관직(官職)의 소인배(小人輩)들에게

허리를 굽힐 수 있으랴" 라고 소리치곤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당시 현(縣) 지사(知事) 한 달 봉급이 쌀 다섯 말 정도였었다).

 

그의 대표작(代表作)이라고 할 "귀거래사(歸去來辭)"에는

자유로운 삶과 자연(自然)에 대한 사랑이 짙게 녹아 있다.

 

귀거래사(歸去來辭)는 한시(漢詩)의 초기 작품이라

후기에 생긴 한시(漢詩) 형식(形式)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도연명(陶淵明)을 두고 언뜻 생각하면 은둔자(隱遁者)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그는 결코 세상을 도피한 은둔자(隱遁者)는 아니었다.

그가 정녕 피하고자 했던 것은

현실(現實)의 답답한 정치(政治)와 혼탁(混濁)한 사회(社會)였지,
인생(人生) 자체의 도피(逃避)는 결코 아니었다.

 

그는 관직(官職)을 그만둔 후에도

여러 번 조정(朝廷)의 관직(官職) 권유(勸誘)를 받았지만 모두 거절하고,
땀 흘려 부지런히 농사 짓고 자연(自然)과 벗하며,

천하(天下)의 근본(根本)이며 땅의 진정한 주인(主人)인

농부(農夫)로 살기를 원하고 또 그렇게 살았던 사람이다.

 

 그가 남긴 시(詩)는

사언체(四言體) 9수, 오언체(五言體) 115수와

산문(散文) 11편이 전해지고 있는데,
연대(年代)를 알 수 있는 작품(作品)은 80여 수(數)에 불과하다.

허나, 따스한 인간미(人間味)와

고담(古談)의 기풍(氣風)이 서려있는 작품들이 다수(多數)로,

모나지 않는 자연스러움과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경지(境地)는

전원적(田園的)인 삶에서 우러나는 심성(心性)의 산물(産物)이다.

그의 시(詩)가 오래도록 주목(注目) 받고 애송(愛誦) 되는 까닭은...

"고요하고 자연스러운 읊조림과 멀리 세속(世俗)의 티끌을 넘어서서
맑고 깊은 운치(韻致)를 칭송하는

선경(仙景)의 경지(境地) 때문이다"라고

소동파(蘇東坡)는 칭송(稱頌)하기도 했다.

 

그는 종교(宗敎)에 심취(心醉)한 사람들이나

현실(現實) 부정적(否政的)인 사고(思考)와

미래지향적(未來指向的)인 사고(思考)만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처럼,

자신의 가족을 떠나거나 현실적(現實的)인 삶 자체를 등안시 하고,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인 이상(理想)을 쫒는 사람들과는 질적(質的)으로 다른,
노동(勞動)의 고됨과 신성함을 몸으로 느끼며

그것들을 즐기고 또 사랑했던 사람이다.

따라서 그는 긍정적(肯定的)인 사고(思考)와

자연(自然)에 대한 합리적(合理的)인 이치를

폭넓게 구현한 진정한 휴머니스트(humanist)였다.

 

이상(理想)과 현실(現實)이 잘 조화된 그의 인생관(人生觀)에서,
중국 역사상(歷史上) 최고의 선경적(仙境的) 전원시(田園詩)인

"귀거래사(歸去來辭)"가 탄생한 것이라 보여진다.

그는 그가 태어나고 살아온

부패(腐敗)와 모순(矛盾) 투성이의 세상을 피해 숨기 보다는 한 걸음 빗겨서서,

맑은 아침 홀로 산책을 즐기거나  밭 가에 지팡이를 꽂아두고

잡초를 뽑고 곡식을 돌보는 근본적(根本的)인 삶을 택했다.

그는 죽는날까지 전원(田園)에서 스스로 농사를 지으며 살다가

63세에 그가 애정(愛情)을 쏟아부은 자연(自然)으로 돌아갔다.

 

 도연명(陶淵明)

그의 인생(人生) 목적(目的)은

자연(自然)과 인간(人間)의 아름다운 조화(調和)였지,
결코 배반(背反)이나 도피(逃避)는 아니였음을

그의 시(詩) "귀거래사(歸去來辭)"는 일러주고 있다.

 

 歸去來辭(귀거래사): 귀향을 하며

 

歸去來兮(귀거래혜): 자 돌아가자!.
田園將蕪胡不歸(전원장무호불귀): 고향의 전원 황폐해지려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
旣自以心爲形役(기자이심위형역): 지금껏 고귀한 정신 육신의 노예로 만들어 버렸구나.
奚惆悵而獨悲(해추창이독비): 이 어찌 슬퍼하며 서러워만 할 것인가.
悟已往之不諫(오이왕지불간): 이미 지난일 탓했자 무슨 소용 있겠는가.
知來者之可追(지래자지가추): 남은 날 바른길을 쫓는 게 옳다는 것도 알았도다.
實迷塗其未遠(실미도기미원): 길 잘못들어 헤맸지만 그것도 멀지는 않았고
覺今是而昨非(각금시이작비): 이제 깨닫고 바른길 찾았으니, 지난 벼슬길 그릇됨도 알았노라.
舟遙遙以輕颺(주요요이경양): 배는 흔들흔들 가볍게 흔들리고
風飄飄而吹衣(풍표표이취의): 바람은 한들한들 옷깃을 스쳐가네,
問征夫以前路(문정부이전로): 길손에게 고향 얼마나 머냐고 물으며
恨晨光之熹微(한신광지희미): 새벽녁 희미한 빛마저 한하도다.

 

乃瞻衡宇(내첨형우): 마침내 저 멀리 내 집 대문과 처마가 보이니
載欣載奔(재흔재분): 기쁜 마음 급히 뛰어간다네.
僮僕歡迎(동복환영): 머슴아이 길에 나와 나를 반기고
稚子候門(치자후문): 어린자식 대문에서 손 들어 나를 맞도다.
三徑就荒(삼경취황): 뜰안 세 갈래 작은길엔 잡초 무성하나
松菊猶存(송국유존): 소나무 국화는 변함없구나.
携幼入室(휴유입실): 어린아이 손 잡고 방 들어서니,
有酒盈樽(유주영준): 향 좋은 술, 항아리 가득하구나.
引壺觴以自酌(인호상이자작): 술단지 당겨 스스로 잔 부어 마시며,
眄庭柯以怡顔(면정가이이안): 뜰 나뭇가지 바라보며 웃음짓노라.
倚南窓以寄傲(의남창이기오): 남쪽 창에 기댄 체 의기양양 해지니
審容膝之易安(심용슬지이안): 무릎 하나 들일 작은집이건만 어찌 편안치 않을 손가.
園日涉以成趣(원일섭이성취): 날마다 동산 거닐며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본다네.
門雖設而常關(문수설이상관): 문은 달았건만 찾아오는 이 없어 늘 닫혀 있도다.
策扶老以流憩(책부노이류게): 지팡이에 늙은 몸 의지해 발길 멎는대로 쉬다 가며,
時矯首而遐觀(시교수이하관): 때때로 머리 들어 먼 하늘 바라본다.
雲無心以出岫(운무심이출수): 구름은 무심히 산골짝 돌아나가고,
鳥倦飛而知還(조권비이지환): 날기에 지친 새 제 둥지로 돌아오도다.
影翳翳以將入(영예예이장입): 저녁빛 어두우메 서산에 해 지려는데,
撫孤松而盤桓(무고송이반환): 외로운 소나무 붙잡고 서성이도다.

 

歸去來兮(귀거래혜): 나 돌아왔도다!.
請息交以絶遊(청식교이절유): 세상과 사귀잖고 속세와도 단절하련다.
世與我而相違(세여아이상위): 세상과 나는 서로 인연을 끊었으니,
復駕言兮焉求(복가언혜언구): 다시 벼슬길 나가 무얼 구할 게 있겠는가.
悅親戚之情話(열친척지정화): 친지들과 정담 나누며 즐거워 하고,
樂琴書以消憂(낙금서이소우): 거문고 타고 책 읽으며 시름 달래련다.
農人告余以春及(농인고여이춘급): 농부가 내게 찾아와 봄이 왔다 일러주니,
將有事於西疇(장유사어서주): 내일 서쪽 밭에 나가 밭 갈련다.
或命巾車(혹명건차): 때론 수레 불러 타기도 하고,
或棹孤舟(혹도고주): 혹은 배 스스로 저어
旣窈窕以尋壑(기요조이심학): 깊은 골 시냇물 찾아 나서며
亦崎嶇而經丘(역기구이경구): 험한 산 넘고 언덕 지날 때도 있노라.
木欣欣以向榮(목흔흔이향영): 나무는 즐거운 듯 생기롭게 자라고,
泉涓涓而始流(천연연이시류): 샘물 퐁퐁 솟아 흘러가도다.
善萬物之得時(선만물지득시): 만물이 때를 만나 즐거워 함을 부러워 하며,
感吾生之行休(감오생지행휴): 내 생도 머지않았음을 스스로 느끼는 바로다.

 

已矣乎(이의호): 아, 이제 모든 것이 끝이로구나!.
寓形宇內復幾時(우형우내복기시): 이 몸 세상 머물날 얼마나 되려나.
曷不委心任去留(갈불위심임거류): 어찌 이 마음 자연의 섭리에 맡기지 않으리.
胡爲乎遑遑欲何之(호위호황황욕하지): 초조하고 황망한 마음 무얼 욕심 낼 것인가.
富貴非吾願(부귀비오원): 돈도 지위도 바라지 않고,
帝鄕不可期(제향불가기): 내 죽어 신선나라 태어날 것 바라지 않는다.
懷良辰以孤往(회양진이고왕): 좋은 때라 생각되면 혼자 거닐고,
或植杖而耘耔(혹식장이운자): 때로 지팡이 세워놓고 김도 매고 한다네.
登東皐以舒嘯(등동고이서소): 동쪽 언덕 올라 조용히 읊조리고,
臨淸流而賦詩(임청류이부시): 맑은 시냇가에서 시도 짓노라.
聊乘化以歸盡(요승화이귀진): 잠시 조화의 수레를 탔다가 이 생명 다하는 날 돌아갈지니
樂夫天命復奚疑(낙부천명복해의): 주어진 천명을 즐길 뿐 무엇을 의심하고 망설일소냐.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