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강가에 앉아서 생각했다.
어디로 갈까~?.
구례에서 남원으로 가 임실을 지나 전주로 올라가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갈 것인가~
아니면 온 길을 되돌아 지리산을 넘어서 갈 것인가~!
가만가만 생각 해보니...
어짜피 가는 거 그냥 집으로 가는 것 보다는 애착이 가는 뱀사골로 들어가
와운리 노송(老松)을 보고 가는 게 어떨까~?.
그려 가자고~
다시 지리산 산길를 타고 올라서 오전에 쉬었다 내려갔던 사암재휴게소에 오르니
구름이 많이 벗겨졌다.
그러나 성삼재쪽은 구름에 잠겨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잠시 휴게소에 들러 쉬면서
즉석에서 구워 파는 호떡을 사서 먹었더니 어찌나 맛있던지...
지금까지 먹어봤던 그 어떤 호떡보다도 최고로 맛 좋은 호떡 같다.
성삼재를 올라 달궁을 지나서 더 내려가면 뱀사골 입구에 도차한다.
시원한 물줄기가 바위 틈새로 콸콸 쏟아져 내리는 계곡.
역시 지리산은 뱀사골이다!.
그런데 어제 내린 비 때문인지
자연탐방로가 일부 유실 돼 복구공사 중이라고 막아 놔,
일반 차도를 타고 올라가야 했다.
그러다보니 경치 좋은 몇 몇 곳을 놓치고 말았다.
장마 영향으로 습도가 높고 날씨가 후덥지근 해지자
웃통을 벗고 등목을 하는 산객들이 가끔 눈에 띈다.
어젯밤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지만 아직은 가믐 해소가 덜 된 듯,
계곡물이 평소보다 절반정도 준 모습이다.
전국의 이름있는 여러 계곡을 다녀봤지만...
뱀사골에 범줄만한 멋진 계곡은 아직 못 봤다.
집채만큼 커다란 바위들이 계곡에 뒹굴고
그 사이로 시원하고 맑은 물줄이가 넉넉하게 흘러내리는 원시의 계곡,
역시~ 지리산 뱀사골이다 !.
그 매력을 느끼고 싶어 여름이면 가끔 오는데,
작년에는 단풍이 곱게 물든 만추의 가을날에 왔던 기억이 난다.
여러 계절 중
뱀사골은 녹음 우거진 여름풍경이 가장 멋진 것 같다.
사실...
오늘은 와운리의 천년송을 보러 가는 길이라 마음이 좀 급하다.
그래서 발걸음도 빨라지고...
계곡을 한참 오른 후 좌측의 세월교를 지나 오르막에서 뒤돌아 보니,
와운리로 오르는 길이 매우 가파라,
겨울에 눈이 내리면
차량 통행은 거의가 불가능해 와운리는 깊은 겨울잠으로 빠져든다.
와운리을 지나서 뱀사골로 흘러드는 계곡물은 맑고 깨끗하다.
남원시에서 몇 년 전에 최신 정화시설을 마을에 설치하여,
지금은 한 방울의 오염물도 그냥 계곡으로 흘러드는 일이 없다고...
올 때마다 동구밖에서 반가이 맞이하는 바위틈에 자라는 남매 소나무.
난 이 소나무들을 "남매송"이라고 이름 지었다.
장에 간 엄마를 동구밖에서 기다리는 오누이 생각이 들어서다.
반갑기도 하고... 애처럽기도 하고...
어떻게 저런곳에 자릴 잡았을까~?
하필이면 넓은 산자락을 두고 이토록 고단한 바위틈에서...
드디어 와운리...
와운리(臥雲里)는 해발 800m의 고산 준령에 위치한 마을로,
"구름도 누워 간다"해서 와운(臥雲)이라 했다.
다른 이름으로는 "누운골"이라고도 하고,
또 다른 이름으로는 겨울에 눈이 많이 온다 해서
"눈골"이라고도 불린다는 이야기다.
와운리 위치를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지리산 뱀사골 입구 반선(半仙)마을에서 약 3㎞ 정도 뱀사골 계곡을 타고 올라오면
왼편에 세월교가 나오고,
그 다리를 건너 비탈길을 한참(약 1km) 올라오면
저만치 산 아래 아담한 마을이 보인다.
바로 이 동네 옆산에
천년을 품고 산다는 천년송이 있으며
이 마을이 바로 와운리(臥雲里)라는 산중마을이다.
2007년까지만 해도 67세대 126명의 주민이 살고 있던 마을로
산중마을치고는 꽤 큰 마을였으나,
지금은 그 절반도 안 남았다.
마을을 사이에 두고 뒷산에서 뻗어내린 나지막한 동산이 있다.
여기가 동산으로 올라가는 입구.
뱀사골에 와서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지리산 전쟁기념관"이 뱀사골 매표소 뒷 편에 있다.
연합군의 인천상육작전으로 퇴로가 끈긴 인민군 패잔병들이
지리산으로 숨어들어
완강하게 저항하던 빨치산 소굴로,
휴전이 되고 나서도 근 1년 넘게 치열한 전투가 있었던 지역이다.
그만큼 지리산 여러 골짜기 중에서도 뱀사골은
오지 중에 오지이다.
와운리도 6.25전쟁 때는
빨치산의 등쌀에 주민들 모두가 2년여 동안 마을을 비웠었다.
공비들을 소탕하고 나서야
하나 둘 찾아들어
토종꿀도 치고 약초도 캐면서 그야말로 어렵게 이어오던 고달픈 마을 이다.
3공화국 시절부터 5년 단위로 묶어가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란 걸 만들어,
국책사업으로 중공업 우선 정책과 수출에 총력을 쏟은 결과
수출이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늘어났다.
그 결과 국민들 살림살이가 80년도 후반부터는 서서히 나아지면서,
90년도에는 마이카시대가 도래하며
전국적으로 관광붐이 급속하게 일어났다,
큰 도로 변 물가나 경치 좋은 관광지 주변에는
어김없이 무슨 묵슨 가든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각종 식당들과 유흥주점이 생겨났으며,
심지어는 러브호텔까지 엄청나게 늘어나는 부작용도 생겨났다.
그 여파로 국립공원지리산도
여가를 즐기려고 몰려온 많은 인파와 등산객들이 넘쳐나자,
와운리 사람들도 발빠르게 그들을 상대로 민박과 식당을 운영하면서
토종꿀과 버섯을 파는 등 관광산업으로 돌아서자,
생활 형편이 급속하게 나아졌다.
그러나 몇 년 못가 과소비와 급속하게 오른 물가상승의 후유증으로,
IMF 즉 국제통화기금에 부끄러운 손을 내밀며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터졌다.
그들이 요구하는 뼈를 깎는 구조 조정과 주요 은행을 비롯한
알짜배기 대기업의 일부 자산을 국제시장에 내다 팔아야 했다.
그 기업들은 모두 외국 투기자금에 넘어으며
국민들은 엄청난 고통에 시달렸다.
당시 정부는 매스컴을 총 동원하여
국민들에게 곧 나라가 망할 것 처럼 엄청난 겁을 주고,
애국이란 명분을 내세워 서민들 장농을 뒤쳐
금붙이란 금붙이는 싼값으로 싹쓰리 털어 갔다.
우리집도 애 돌반지까지 흔쾌히 내놓았지만 1개월도 안 돼서,
정부의 감언이설(甘言利說)과 겁박(劫迫)에 속았다는 걸 알았지만
이미 다 빼앗긴 뒤였다.
중소기업은
느닷없는 대출 중단 및 대출금 회수 압박으로 줄 도산을 맞았고,
그 여파는 서민들에게 직격탄으로 날아 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실업자로 내몰리는 고통을 뼈저리게 겪어야 했던 사람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 난관을 이겨내기 위해 온 국민이 절치부심(切齒腐心)한 결과,
비교적 짧은 시간에 국민들 주머니를 쥐어짜서
겨우겨우 국제적인 망신과 굴욕을 넘겼는데...
왠일인지...
IMF 탈출의 일등공신(一等功臣)이였던 일반 국민들은
살림살이가 늘 그 모양 그 수준이고...
대기업은 더더욱 커지고 확장되는 결과를 가져 와,
빈부격차(貧富隔差)가 더더욱 벌어진 건 어찌 된 일이며,
이런 현상은 누구의 책임이란 말인가~?.
입만 열면 말끝마다 "국민, 국민" 들먹거리는 정치인 치고,
제대로 정치 하는 자 못 봤으며,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큰소리치는 대통령 치고
부정부패(不正腐敗) 없이 정치 잘한 대통령 못 봤다 !!!.
아무튼...
어찌하다보니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각설하고...
하여튼 과소비 붐이 사그라들고
인플레이션(inflation)과 급속한 경제발개발의 후유증으로
경기가 침체기로 접어들자,
각종 관광시설및 콘도미니엄(Condominium)과
무슨무슨 가든(garden)이란 이름을 내 건 식당 등...
관광지에 들어섰던
위락(慰樂) 산업(産業)이 제일 먼저 타격을 받았다.
그 여파로 대부분 도산(倒産)하거나 그 직전인 경우가 많았지만,
와운리(臥雲里)만은
지리산 깊은 산속 오지의 청정한 자연환경과
지리적 특수성으로 인해
그 영향을 덜 받아 아직까지도 특수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은 오염 없는 청정마을의 대명사로 불리며
남원시의 적극적인 지원아래
그야말로 천연 왤빙(Well being)의 건강 마을로 탈바꿈 하는 중이다.
이 나무가 천연기념물 제424호로 지정 된 "지리산 천년송"이다.
마을 옆 동산에 우뚝 선 천년송은
일명 할매나무로도 불리는데,
매년 정월 초사흘 날이면
마을사람들 모두가 나무 아래 모여 당산제(堂山祭)를 지낸다고...
수려한 모양새와 기품이 한민족을 빼닮아서
다른 나무들 보다도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는 나무가 바로 소나무이다.
전국 각지를 다니면서 여러 노송들을 봐 왔지만,
지리산 와운리의 천년송처럼
윤기가 번들번들 흐르고 가지가 붉고 껍질이 종이장처럼 얇게 덮인
청청한 적송은 본 적이 없다.
할매나무에서 뒷쪽으로 100여 미터 위쪽에
좀 작은 할배나무다.
지리산은 유독 할매와 인연이 깊은 산이다.
노고단도 할매산이고~
전국각지에는 이름 난 수려하고 멋진 노송(老松)들이 많다.
경북 예천의 세금 내는 소나무인
천연기념물 제294호로 지정 된 "석송령(石松靈)"과
높은 벼슬자리에 오른
속리산의 "정2품송(正二品松)"을 비롯해,
천연기념물로 지정 된 소나무만 해도 18건이나 된다.
그 외에도 각 지역마다
노거수로 자란 멋진 노송들이
지역 주민들의 사랑과 보호를 받고있는 곳도 많다.
깊은 산중의 구름이 싣고 온 안개비와 맑은 이슬만 먹고 살아서인지...
매연 없는 청정지역이라 그런지...
특별한 영양제를 주는 것 같지도 않은데...
올 때 마다 느끼는 바이지만
우람하고 건강하고 고혹인 기품까지 갖췄으니,
이 멋드러진 자태를
가히 따라올 나무가 세상에 어디 있으랴~!.
뱀사골에 와서 매력적인 천년송 노부부를 안 보고 간다면
그건 뱀사골을 절반만 본 것이리라.
지리산 뱀사골에 오시면
와운리의 기상 넘치는 천년송을 꼭 만나보고 가시기를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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