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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등산

오산(鰲山)과 사성암(四聖庵)... 전남 구례

 

즐거운 토요일...
엇 저녁에 천둥 번개와 함께 지축을 흔들던 빗줄기가 아침이 되자 말끔하게 그치고 시야가 선명하니 좋았다.
이맘때 간혹 보여주는 지리산(智異山) 노고단(老姑壇)의 운해(雲海),

골마다 가득 들어찬 넉넉한 운해의 풍경은 천상(天上)의 세계(世界)를 보는 듯 압권이다.

문득 보고픈 생각이 일어 길을 나섰다.
사실 노고단(老姑壇) 운해(雲海)는 보기가 아주 어려운지라 더더욱 그랬다.
지리산 산행 때 자주 가던 코스로 뱀사골 입구를 지나고 달궁마을을 지나 성삼재에 올라서니,
아뿔사~!

운무(霧)가 얼마나 깊은지 그야말로 십여 미터 앞은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이렇게 두터운 구름이 겉힐려면 아마도 오후 늦은 시간이 되야 가능할 것 같아 어쩔수 없이 노고단(老姑壇) 등산을 포기하고,
구름을 뚫고 섬진강 구례방향으로 구불구불한 산길을 더듬더듬 내려갔다.

 

 88고속도로는 한창 공사중이다.

구불구불한 길를 반듯하게 바로잡고 왕복 2차선의 고속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는 중.

88올림픽을 기념하여 동, 서 화합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급조한 고속도로다 보니...

신호등과 건널목이 없어서 그렇지

사실 일반국도 만도 못한 이름뿐인 고속도로가 바로 이곳이다.

 

 지리산 톨게이트로 들어섰다.

 

자그마한 지리산톨게이트...

 

 뱀사골, 실상사, 노고단. 화개, 등등... 남 서쪽 지리산을 가려면 이길로 들어서야 한다.

 

 남원군 산내면을 지나 달궁쪽으로 계곡을 타고 가면서 만나는 첫번 째 폭포.

 

 

 이곳은 계곡이 깊고 물 맑은 암반이 깔린 골짜기라,

휴가철이면 콩나물 시루처럼 사람과 차들로 빽빽하게 붐비는 곳이다.

 

 어찌어찌 가다보니 성삼재까지 올라왔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운무가 앞을 가려 시야가 완전 먹통이다.

아우~~

 

저 산밑이 지리산 온천지구로 봄이면 산수유꽃이 지천으로 피고 지는 산동고을이다.

그런데...

 

노고단 등산을 포기하고

섬진강 쪽으로 내려가기로 하고 엉금엉금 기면서 산굽이를 돌다보면 만나는 "사암재 휴게소".

여기서 간단하게 차와 과일을 먹으며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구름이 걷힐 가능성이 재로였다 완전 재로...

그래도 산상에서 느끼는 신선함이 가슴 속까지 스며들어 아주 상쾌하다.

 

꾸불꾸불 내려가다 만나는 천은사 일주문.

성삼재 쪽으로 올라오는 차들은 모두 문화재관람료를 내야 한다.

1인 1,600원 씩.

 

 산길을 내려가며 생각해 보니...
오래전부터 한번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지리산 너머에 두어 군데가 있는데...
그 중 한곳이 "오산(鰲山)의 사성암(四聖庵)"이고,
또 하나가 인정 많은 선비가 살던 조선시대의 양반가옥 "운조루(雲鳥樓)"였다.
먼저 섬진강 건너 오산(鰲山)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오산(鰲山)의 사성암(四聖庵)을 가기 위해 도착한 주차장 겸 셔틀버스 정류장.

모든 차량은 여기에 주차를 하고 암자측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에 등산길로 올라가 등산을 하면서 올라가든 선택은 둘 중 하나뿐이다.

 

 셔틀버스 왕복 승차권

 

가파른 산길을 포장도로로 달리다가 얼마후 부터는 덜컹거리는 비포장 도로도 들어서고,

또 포장도로가 이어지고...

아무튼 엉덩이가 덜컹덜컹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렇게 약 10여 분 넘게 가파른 산길을 정신없이 오르던 버스가 종점지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다시 100여 미터을 더 걸어서 올라가자...

드디어 시야에 들어온 사성암(四聖庵)이 보였다.

와~! 듣던대로 멋진 암자였다.

 


사성암(四聖庵)은

해발 542m의 오산(鰲山)에 있는 암자(子)로 고승들이 공부하던 수도(道) 도량(場)이다.
오산 8부 능선 쯤에 자리잡고 있는데,

원효(元曉), 의상(義湘), 도선(道詵), 진각(眞覺) 등 네 명의 고승들이 이곳에서 수도했다 하여,

사성암(四聖庵)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는 전설이 전한다.

 

 사성암(四聖庵)에서 내려다 본 섬진강 풍경...

밤새 내린 비에 강물이 누런 황토물로 변했다.

 

저 구름만 없다면 지리산 준령이 한 눈에 들어온다 했는데...

 

금새 땀과 안개로 옷이 촉촉하게 젖었다.

 

 그래도 아름답다.

구름 밑으로 살짝 드러난 섬진강의 물줄기와 구례 들녁의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내려다 보고... 또 보고... 그렇게 한참을 있었다.

 

 여름은 여름 대로... 가을은 가을 대로... 나름의 멋과 운치가 일품인 섬진강...

 

우후죽순(雨後竹筍)...

오산(鰲山)은 지금 구름이 몰고 온 안개비와 이슬비에 촉촉하게 젖어있다.

 

 오산(鰲山) 정상을 향해 30여 미터를 오르다 보면 만나는 도선굴(道詵窟).

도선국사(道詵國師)가 수도했다는 작은 굴이었다.

구미 금오산(金烏山)에도 도선굴이 있는데...

아마 도선국사(道詵國師)께서는 천연굴에서 수도하는 걸 매우 좋아하신 모양이다.

 

비좁은 틈새로 하늘도 드러난다.

 

 입구도 매우 작다.

 

바위손

 


 


 


 

오산 정상으로 오르는 계단.

 

 


 

 구름에 가려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오산 정상부근에서 만난 어느 달란한 가족이다.

오랜만에 소풍을 온 모양인데 참으로 정겹다.

"요것도 먹고~ 조것도 먹어 봐 얘들아~ 엄마가 싼 도시락 맛있지~?

"네~에~~~~!!!!"

 

 정상에 오르니 희미한 구름 속으로 2층 누각이 보였다.

 

 어느 책에서 보니...

"때에 따라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아름다울 때도 있다"

라는 귀절이 갑자기 생각났다.

넉넉한 마음으로 산하(山河)를 내려다 봤을... 여기서 수도했던 그 옛날 네 분의 고승(僧)들은...

아마도 저 산 아래 풍경들을 보지 않고도 마음으로 꿰뚫어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난 무지하게 답답하다.

구례 들녁 가득 푸르름으로  덮였을 드넓은 논 밭들과

넘실대며 굽이치는 섬진강(蟾津江)의 강줄기를 시원스레 내려다보고 싶다.

그리고 웅장한 지리산(智異山) 준령에 우뚝 솟은 노고단(老姑壇))을 비롯한 고봉(高峰)과

산허리를 감고 도는 운무(霧)의 멋진 장관을 보면서 감탄(歎)에 젖고도 싶다...

 


 


 

 

 

오산(鰲山)이란 산이름이, 흔하게 쓰는 한자(漢字)가 아닌
자라 오(鰲)자를 쓰는 것으로 보아

이 산이 자라와 관련된 산이란 걸 알 수 있다.
아마도 산 모양새가 자라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같은데...

이렇게 구름이 칭칭 감고 보여주질 않으니...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안개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산허리의 그림 같은 암자...
그리고 정상부에 드리운 솜이불처럼 두터운 구름...
그 속에...

마음까지 촉촉하게 젖은 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