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조루(雲鳥樓)
조선(朝鮮) 중기(中期)의 양반가옥으로
영조(英祖) 52년 서기 1776에 삼수부사(三水府使)를 지낸 유이주(柳爾胄)가 지었다고 전해진다.
오산(鰲山)에서 내려와 섬진강을 건너면 지리산자락 양지 바른 마을 중앙에 멋진 기와집이
여러채가 보이는데,
집 앞에 아담한 연못이 있고 세월이 느껴지는 대가집이 있다.
바로 그 집이 구례를 대표하는
조선시대(朝鮮時代)의 대표적인 양반가옥인 "운조루(雲鳥樓)"이다.
현재 운조루(雲鳥樓)에는 6·25 전쟁이 나던 해에 시집을 와 지금껏 대가집을 지키며 살고계신
이길순 할머니(80세)와 그 가족이 살고있다.
집 앞의 연못
길게 늘어선 행낭채와 중간의 높은 대문이
대가집의 풍모를 느끼게 한다.
운조루에는 사랑채가 3채나 있는데 정면에 보이는 사랑채가
가장 크며 이 사랑채의 높다란 툇마루 이름이 운조루(雲鳥樓)이다.
지금은 이 집을 통칭하는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다.
마당 담 밑의 꽃밭에서 자란 관목의 정원수가 이렇게 큰 나무로 자랐다.
그만큼 세월이 흘렀다는 이야기이다.
사랑채 툇마루...
저 끝의 누대가 운조루(雲鳥樓)
안채 마당
안채 끝엔 내부에서 사다리 타고 올라가는 집안 여성들 전용 2층 망루가 있다.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思想)이 당연시 되던 조선시대에
감히 여자를 2층에 올라가도록
배려한 망루(望樓)를 지었다는 것은 아무리 대가라 할지라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운조루에는 있다.
저 흰색원 옆이 바로 그곳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唯一無二)하다.
당시 양반집 아녀자들은 남자 구경은 물론 바깥 구경도 엄격하게 제한하던 때라,
집 안에 갇혀 계절이 변하는 것도 알 수 없이 사는 게 당연시 되었는데,
높은 다락 누각에 올라가 먼 바깥 풍경을 구경도 하면서
위안를 받으며 마음이라도 쉬라고 안채 끝에 2층 망루를 만들어준 것이니...
이 어찌 주인 어른의 속 깊은 가솔 사랑에 존경(尊敬)과 감탄(感歎)이 일지않을 손가~.
안방 마님의 거처인 안채의 모습
지금은 소실되었지만
운조루는 사랑채와 하인이 살던 행랑채를 연결하던 통로도 있었다.
또한 집안의 굴뚝이란 굴뚝은 그 높이가 전부 허리 이하의 높이로 만들었다.
굴뚝을 낮게 만든 이유는...
밥 짓는 연기가 멀리 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세심한 배려 때문이다.
모두가 배골이를 하던 시절...
밥 굶는 백성들이 태반이던 그 시절에...
멀리서나마 운조루의 밥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본다면
굼주린 이웃들의 고통이 얼마나 심하겠는가 하여,
그 배려책으로 굴뚝을 낮춘 것이라니...
배고픈 이웃의 마음을 혜아리는 세세한 마음 씀씀이에 숙연해진다.
이토록 집안의 모든 굴둑은 저렇게 낮게 만들었다.
세월을 함께 한 안채의 디딤돌과 마루
안방마님의 기침소리가 금새 들려올 듯도 하다.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당시의 기름병과 조촐한 옹기들...
바로 이것이 나를 운조루로 발길을 이끌었던 주역이다.
지름 66cm, 높이 114cm의 "통나무 뒤주"
옆에 놓인 큰 쌀궤에서 쌀을 가득 퍼 담아 놓고,
통나무 뒤주 아래쪽에 자그마한 사각문을 만들어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글을 써놓고서
배 고픈자는 누구 든 와서 맘 놓고 퍼갈 수 있도록 배려를 했다.
이 파격적이고 아름다운 마음씨~
이것을 벤치마킹하여 몇해 전에 전국의 동사무소 입구마다 커다란 쌀뒤주를 만들어 놓고서
"배고픈 주민은 누구든지 쌀을 퍼가도 좋다", 라고 써놓았었다.
처음에는 호응이 매우 좋았으나
정부에서 기초생활 수급자 가정에 직접 쌀을 배달하고 부터는 시들해지다가
지금은 몀목만 남은 곳도 있고 아에 없어진 곳이 대부분이다.
타인능해(他人能解)란...
"타인은 누구 든 능히 열 수 있다", 라는 뜻이다 .
나눔과 배려의 뜻이 담긴 통 큰 선비의 아름다운 자비가 물씬 풍겨나는 사랑의 결정체다.
정말 감동이다...!!
이 집에는 처마 끝선에 맞춰 마당에 홈을 파 빗물이 흘러가도록 만들었다.
사랑채 앞의 자그마한 화단에
회양목이 이런 거목으로 자랐다.
회양목은 잘 아시다시피 키 작은 관목을 대표하는 수종으로 화단에 심어
동그랗게 머릴 깎아 주고
봉숭아나 멘드라미들과 어울려서 자라게 하는 전형적인 관목 정원수이다.
따라서 성장이 매우 느린 나무이다.
그런 나무가 이토록 마당가의 거목으로 컸으니...
세월이 참 많이도 흘러갔슴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랑채의 누각 운조루
여기서 바라보는 섬진강변 풍경이 일품이다.
큰 어른의 대표적인 열린 공간으로 손님을 대접하고 담소하는 곳이며,
사랑방과 더불어 양반가 바깥 양반들의 대표적인 사교와 교감을 나누는 생활공간이다.
마루 밑의 세월.
그 옛날 한시절을 풍미하던 마차 바퀴가 지난 세월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얼마나 많은 양곡을 거두어 들였을까~?.
)
안 주인 이길순(80) 할머니
팔순의 나이지만 지금도 꼿꼿하고 인자한 미소가 대갓집 마님다운 모와 기품을 지니셨다.
섬진강을 바라보며 지리산 자락에 지어진 운조루는
그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 장소로 많은 제의를 받았고,
늘 배풀고 살았던 가풍 그대로 할머니는 그때마다 흔쾌히 허락을 해주 곤 했단다.
최불암과 정윤희가 출연했던 영화 "최후의 증인"을 비롯해
벙어리 삼룡이, 서편제, 흑수선, 열녀문, 토지, 등등...
운조루의 영화나 드라마 경력은 꽤나 화려하다.
그러나 촬영팀들은 운조루에 대한 기품과 정을 담기보다는
그야말로 필요한 사진을 만들러 오는 사람들에 불과할 뿐이었다.
정성으로 일군 꽃밭에 마구들어가 꽃도 망가뜨리고,
카메라 들고 지붕 위엘 맘대로 올라가 돌아다니질 않나 그 피해가 컸다고 한다.
나중에는 허락도 없이 안방의 장롱까지 마당으로 들어내고 촬영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한다.
이 어찌 몰상식한 행동에 화가 나지 않으랴...
그 불편함과 불쾌함을 묵묵히 참고 견디며 지금껏 지내왔단다.
그 사람들이야 사진 찍고 가면 그만이지만 그들이 가고 나서
망가진 것들을 전부 손봐야 했던 기억들은
지금 생각해도 쓰라린 아품이었다고 한다.
그간 운조루에서 촬영한 작품들은 상도 많이 받았단다.
"그러면 됐지 뭐..."
엉망으로 어질러 놓고 가버린 집을 정리하고 손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기에 굳이 남 탓을 하지 않았다는
너그러운 마님의 속 깊은 배려를 그들은 조금이라도 알았을까~?
과거 운조루에는 민속박물관을 방불케 할 정도로 오래된 도자기를 비롯한
지체 높은 양반들이 사용하던 고급스런 생활용품이 참으로 많았다고...
대가집이다보니 당연한 것이기도 했을테고...
한 번은 이런일도 있었다.
예전부터 대대로 내려오던 귀한 "팔모병"이 있었는데 자손 한 명이 그것을 몰래 팔아먹었단다.
후에 그 사실을 알고 팔모병을 사간 사람을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를 하고
논 서 마지기를 팔아서 다시 찾아온 적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귀히 지켜온 손때 묻은 유물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언제부턴가 각종 매스컴에서 자주 들락이며
운조루를 경쟁적으로 소개하면서 집안의 유물들까지 들먹이다 보니,
급기야는 도둑들이 들끓어 그 많던 세간살이를 다 도둑 맞고...
보다시피 지금은 남은 게 없다고 한다.
참으로 애석하고 안타까운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어찌 화 나고 부끄러운일이 아니겠는가~!
집 앞 화단에서 해마다 꽃을 피운다는 소담스런 백합.
오래전에 지금의 안 주인 할머니께서 심은 백합이라는데...
거의 죽고 몇 포기만 남아 이렇듯 해마다 소담스런 꽃을 피운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백합마저도 할머니를 닮은 듯
고고한 기품이 느껴진다.
할머니와 함께 오래오래 살아서
향 좋은 이쁜꽃을 해마다 피웠으면 하는 바램이다.
"할머니~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세요~
시간나면 또 들릴께요~ 그리고 녹차 잘 마시겠습니다~"
전국에는 운조루(雲鳥樓)보다도 더 크고 멋진 대가집이 아직도 많이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이웃의 배고품과 고통을 헤아릴줄 알며,
나눔과 배품을 실천의 덕목으로 삼았던 대가집은 그리 많지 않다.
아낌없는 구휼(救恤) 내력과
집안 가솔들의 생활까지도 세심하게 배려했던
조선의 양반가옥 "운조루(雲鳥樓)".쓸데없는 권세(權勢)와 오만(傲慢)이
사회적(社會的) 통념(通念)으로 당연시 되고,
신분(身分) 차별(差別)이 세상을 지배하던 암울한 시절,
배풀고 나누는 애민정신(愛民精神)이 궁색(窮塞)하던 그 시대 그 시절에...
운조루(雲鳥樓)만은...
배푸는 자비(慈悲)의 사랑을 목묵히 실천했던
존경스런 대가(大家) 중에 진정한 큰집(大家)이었다.
'여행 &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륵산(彌勒山)에서 공중부양(空中浮揚)을... 전북 익산 (0) | 2012.07.16 |
---|---|
와운리(臥雲里) 천년송(千年松)... 지리산 뱀사골 (0) | 2012.07.13 |
오산(鰲山)과 사성암(四聖庵)... 전남 구례 (0) | 2012.07.09 |
구름속 산책 (0) | 2012.06.30 |
월악산(月岳山)... (0) | 2012.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