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 등산

월악산(月岳山)...


월악산(月岳山)에서 탈진...

월악산은 충청북도 제천시 한수면과 덕산면의 경계에 있는 암벽산으로
주봉인 영봉(靈峰)의 높이는 1,094m이다.

세상에 악(岳)자 들어가는 산 치고 험준하지 않은 산 없다더니...

큰 맘 먹고 월악산 영봉(靈峰)을 향해 기세 좋게 오르다가, 1km 남짓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와선 탈진해 주저앉았다.

땀은 비오 듯 흐르고 다리는 후들후들 숨은 턱까지 차오르며 정신마저 혼미한게...

이러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영봉을 향해 가장 짧은 코스인 송계계곡 동창교에서 출발을 했는데, 짧은 만큼 비탈 각도는 대단했다.

몇 일 전 지독스런 감기몸살에 일주일간 밤 낮으로 쌩 고생을 치른 뒤끝인지라...

여름엔 개도 안걸린다는 감기몸살을 몇 년 만에 걸려가지고서리~

그 후 바쁜 일정으로 밤 낮이 바뀌어 몸에 리듬이 깨진 탓인지 컨디션이 별로인지라

땀 좀 쭉 빼고 시원스레 올 양으로 떠난 등신길인데...

링 위에 올라간 권투선수가 엎퍼컷 한 방 맞고 쭉~뻗은 것처럼,

길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한참을 비몽사몸 허우적대다 몽롱한 정신을 겨우겨우 가다듬으며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식염포도당 한 알을 먹었지만 도통 효과가 없었다.

얼마 후 정신이 조금씩 들어 가지고 온 점심을 펴놓고 먹었다.

역시 밥이 들어가니 정신이 빠르게 돌아온다.

게다가 집에서 일찍 출발한지라 오늘따라 아침밥도 굼고 왔지 뭔가~

차 안에서 꿩알 만한 계란 두어 개 까먹은 게 전부였다.

수많은 산들을 올랐지만 탈진해서 중도 포기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무튼 영봉 정상까지 2.7km 남았다는 이정표 팻말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등산이었다.

 

동창교에서 올라와 등산길로 접어드니... 월악산 주봉들이 선명하게 보인다.

 

 

 여기서부터 3.8km라... 요정도야 뭐~ 땅집고 혜엄치기 아닌감~!!

 

 산양이 산단다 비록 방목이지만... 우리나라 철책선 안쪽 비무장지대나 설악산 바위능선에

숨어 사는 녀석들로만 알았었는데...

 

 여기까지 올라와서 퍼져버렸다.

이 사진들도 겨우겨우 정신을 차려 밥을 먹고 나서 정신이 돌아온 다음 찍은 사진들이다.

 

 암벽이 솟아오른 가파른 봉우리...

 

산등성에 세월을 이고 선 우람한 송림들...

 

 옆면에 편쳐진 준령들이 잘 그린 산수화를 보는 듯 멋진 풍경이다.

 

 글면 뭐하나...

 

 여기가 종점인걸...

 

에그 어지러워라~

 

 뱃속을 든든히 채우고 나니 겨우 정신이 들어

아쉬움을 달래며 정상 등정은 다음을 기약했다.

 

 돌아서는 발길이 천근 만근이다.

이 무쉰 망신이랴~ 으이그~~

 

 진달래나무와 똑같은 관목에 요런 하얀 꽃송이가 피어난다.

 

내 눈엔 아무리 봐도 진달래 나무에 피는 요상한 꽃으로만 보였다.

니는 이름이 모냐~?


 멋진 봉우리여~! 담에 봄시다, 담에요~

 

 이상한 꽃 니도... 내가 너의 이름을 알아가지고 다시 오마

 

 네발나비과의 은판나비가 살포시 앉아 있다.

 

 크기도 부전나비들 보다 훨씬 크다.

한쪽 날개 길이가 약 5cm 정도 되는 큰 나비로

날개를 부채처럼 접고 펼칠 때면 우아한 기품이 느껴지는 매우 아름다운 산중의 진객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국립공원 월악산에서...

 

 탈진해 등산을 포기하다니...

 

써글~~~!

 

내 여길 오르기 위해 아침 일찍 장장 2시간을 달려왔다...

 

 보기엔 이렇게 이쁜 돌을 깔아 놓은 오솔길 같지만...

가파른길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와 보신 분들은 잘 알 것이다.

결코 만만이 볼 산이 아니라는 것을...

 

 하신길에 만난 엄나무 거목

이렇게 큰 거목으로 자란 엄나무는 첨 본다. 수백 년을 살았을 우람한 나무였다.

 

 오래 된 나무라 몸엔 가사가 퇴화 되 가지 끝부분으로 가야 날카롭고 강한 가시를 볼 수 있다.

우리 모두가 보호하고 가꾸어야 할 귀중한 우리의 자산이 아닌가~!

 

 기와지붕에 자란 뭇 생명들...

 

 

 

 산을 내려와 큰길에서 뒤돌아 보니, 월악산의 영봉이 그림 같다.

쪼오길 못 올라가고 뒤돌아 왔으니...

위 흰색원까지 겨우겨우 올라갔다가 되돌아 왔다.

 

 아쉬운 맘에 청풍호반을 둘러보고 가기로 하고 호반쪽으로 향했다.

 

충주호에서 올려다 본 월악산이 정말로 멋지다.

 

 저 아름다운 봉우리를 조만간 꼭 다시 와 올라 서고 말 것이다.

 

여기서도 올라가는 길이 있네 그랴~

 

 가믐으로 호반의 물이 거의 바닥 수준이다.

만수위선에서 20여m 정도 수위가 내려가 있다. 얼른 비가 좀 와야 할터인데...
 

여기가 충추댐에서 단양까지 이어진 뱃길 중 첫번째로 만나는 월악 나루.

손님이 없어 유람선이 졸고 있다. 외진곳에 있는 선착장이다보니 손님이 적어

산을 찾는 단체 여행객들을 맞아 뜨는 듯 했다.

 

 그놈의 미련이 월악산을 떠나질 못한다.

돌아보고 또 보고...

 

저기 저 산을...

 

 못 올라가고 중도 포기했다니...

 

오늘은 산과 인연이 별로이니 차라리 물과 친해 보자.

 

 그림처럼 아름다운 충주호반...

 

 호반을 지면서 어느 휴게소 정원에서 만난 해당화 열매.

강원도 동해안 해안가엔 여름이 오면

울타리처럼 늘어선 해당화 군락에서 장미꽃을 닮은 선홍빛 해당화꽃이 참으로 볼만 했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청풍호에서

동해안 군 시절 생각이 불쑥 솟구친 건 왠일이람~??

 

 별빛을 밤새 이고 보초를 서다보면

때론 詩人이 되기도 하고... 

때론 아름다운 것들을 잠시나마 들여다 볼 줄 아는 심미안(審美眼)을 갖기도 한다.

 

지나가며 보니... 또 다른 휴게소 안내판에 이런 글이 써있었다.

"우리 휴게소 2층에 올라가 월악산을 바라보면 아름다운 미인을 볼 수 있습니다"라고...

 

 올라가 보니... 오~ 정말~!!

아름다운 여인이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누워 있는 게 아닌가~?!! 

월악산의 또 다른 모습에 감탄을 했다.

 

  한 굽이를 돌아서면 또 다른 풍경이 나오고...

호반길은 꾸불꾸불한 한없이 느림의 길이지만

이런 멋진 풍경을 쉼 없이 바꿔가며 보여주는 낭만과 멋이 넘치는 호젓한 산책길이기도 하다.

 

생명을 다한 노송... 죽어서도 한폭의 그림으로 남았다.

 

언덕에서 내려다 보니 발아래 자그마한 못이 보였다.

 

그리고... 비탈에 홀로 핀 해맑은 이 원추리꽃!!

 

난 원추리꽃을 무지 좋아한다.

오죽 좋아하면 지리산 노고단에 핀 원추리 꽃무리를 보려고 일 년을 손꼽아 기다렸을까~

 

 은은하고... 해맑고... 그리고 청초하고... 화사한 멋도 풍겨나는

수줍음이 가득한 아름다운 산야꽃이다.

 

 어느 꽃인들 이쁘지 않은 꽃이 있겠냐 마는...

이렇게 깔끔하고 은은한 원추리꽃을 보고 있으면 아련한 고향의 향수가 몽실몽실 피어 오른다.

내 살던 뒷동산 풀숲과 시냇가 바위 언덕에는 

군데군데 등불을 켜 놓은 것 같은 노오란 원추리꽃이 여름마다 그렇게 이쁠 수가 없었다. 

특히 비위틈에 피어 물속에 비친 노오란 꽃은

그 자체가 몽환적인 풍경으로 가슴 설레게 만들던 잊을 수 없는 여름날의 정경이었다. 

 

난 그런 아련한 유년시절 고향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을

이 원추리꽃에서 발견 하곤 한다.

 

원추리꽃이 피면 여름이 이미 깊어 졌고 장마철이 왔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새벽녁 동이 트자마자 일찍 개화 하는 꽃으로

어쩌다 새벽비에 함빡 젖은 꽃잎을 이른 아침에 볼라치면

싱그럽게 느껴지는 깔끔한 아름다움에 감동을 받기도 했었다.

 

 지금 쯤 고향 시냇가 바위 절벽엔 이렇듯 이쁜 원추리꽃이 환하게 피어났을 것이다.

 

 그리워진다... 그 뒷동산... 그 시냇가... 그리고 그 등불같은 꽃들이...

나는 해맑은 원추리꽃을 이렇게 마주하고 있어도

어디선가 피었을 등불처럼 은은한 또 다른 원추리꽃이 한없이 보고파 진다...

 

 비취빛 맑은 물...

 

 두 발을 담그면 금새 푸른물이 담뿍 들어버릴 것 같은 깔끔한 못.

충주호 주변이 아니면 어디서 이런 평온한 풍경을 마주하랴~

 

비록 월악산 정상 등정은 포기했지만

산밑에서 만나는 여름날의 싱그러운 색채에 깊게 물든 하루였다.

등산이든 여행이든... 마음이 반은 차지하는 것 같다.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보는냐에 따라 그 대상은 크게 달라지며

마음을 열고 내가 다가 갈 때 감동은 두배로 금새 커지며 즐거움 또한 잔잔하게 솟아나곤 한다.

너그러운 마음속에 감동은 집을 짓고 살며,

사랑을 먹고 사는 썩~괜찮은 놈이... 바로 감동(感動)이란 녀석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