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야사(靜夜思): 고요한 밤의 그리움
주위가 조용한 깊은 밤...
타향을 떠도는 한 나그네가
밤이 되어 객사(客舍)에 몸을 누이고 고단함에 잠이 들었다.
그러다 깊은 밤 갑자기 잠에서 깬 그는
밝은 달빛이 내려앉아 방안이 훤한 모습에
"땅바닥에 내린 서리인가~??." 하고 어리둥절 했다.
달빛이 너무도 밝아 순간 착각을 했던 것인데...
바로 이 착각(錯覺)이,
달빛이 주는 청명함과
나그네의 심정을 모두 묶어 담아 낸 그야말로 명 귀절로,
달빛을 "서리(霜)"라고 표현한 이백(李白)의 재치와 운치가
멋스럽게 녹아든 낭만적인 시(詩)가 됐다.
잠에서 깬 나그네가 정신을 차려 살펴보니,
사방이 훤한 저 것은
서리가 아닌 타향(他鄕)에 쏟아지는 달빛임을 금새 알아차린다.
그는 고개를 들어 산 위의 둥근 달을 바라보다가
결국 그리운 고향(故鄕)을 떠올리게 되고...
이내 고개를 떨구곤 향수(鄕愁)에 젖는다...
靜夜思(정야사): 고요한 밤의 그리움
狀前明月光(상전명월광): 침상 앞 밝은 달빛
疑是地上霜(의시지상상): 땅에 내린 서리인가 했네.
擧頭望明月(거두망명월): 고개 들어 밝은 달 바라보다
低頭思故鄕(저두사고향): 고개 숙여 고향을 그리네...
여기서 그리움(思)은
시(詩) 전체의 주제가 되고 중심이 되는 시어(詩語)가 됐다.
그리움이란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일 수도 있고,
옛 친구나 유랑길에서 만났다 헤어진 벗들일 수도 있다.
좀더 내면적으로 깊이 들어가면
세월의 무상함이나 늙어가는 인생에 대한 사념(思念)일 수도 있다.
이렇듯 정야사(靜夜思)는
읽은 독자로 하여금 수많은 상상을 돋우는 무한한 자유를 준다.
그래서 어떤 학자는...
"이백(李白)의 정야사(靜夜思)야말로 표현하지 못한 것이
표현한 것 보다 훨씬 많고,
애써 공들인 시어(詩語)들 보다 더욱 정교한 표현"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별한 꾸밈이나 수식어(修飾語)도 없이
단지 고개를 들어 달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떨구고 고향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시(詩)를 읽는 독자를 감동시키는 무한한 매력은
이백(李白)이 왜 시선(詩仙)으로까지 칭송 받는
위대한 시인(詩人)인지를 단적으로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멋진 표현이라 하겠다.
아주 짧은 시(詩)지만 어떤 장편의 드라마보다도 더더욱
진한 감동을 오래도록 풍기는 여운(餘韻)은,
향 좋은 그 어느 꽃보다도
몇 배나 더 향기로우며 감동적이지 않느냐고,
읽는 이에게 마음으로 눈빛으로 묻고싶은 시(詩)가 "정야사(靜夜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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