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西湖)에서 술(酒) 마시니
맑다가 비가 온다.
소식(蘇軾) 즉 소동파(蘇東坡)의 생(生)에 대해서는
"적벽부(赤壁賦)"를 본 블로그에 올리면서
대강적으로 소개를 한 관계로 여기서는 생략 한다.
소식(蘇軾)은 유배(流配) 시절 방대한 저서를 남겼다.
부친(父親) "소순(蘇洵)" 동생 "소철(蘇轍)"과 함께 3부자 모두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에 드는 석학(碩學)들이며,
소동파(蘇東坡)는
수많은 학술적(學術的)인 저술(著述) 외에도 문집(文集)으로 소동파집(蘇東坡集) 115권과
동파사(東坡詞) 1권을 남긴 대 문장가(文章家)이다.
인생(人生)도 파란만장(波瀾萬丈)하여 귀양(歸鄕)과 복권(復權)을 반복하며
생을 대부분 보냈다.
그는 여러모로 박식(博識)하여
시(詩)면 시(詩), 산문(散文)이면 산문(散文), 그림(畵)이면 그림(畵),
서예(書藝)면 서예(書藝) 등...
그야말로 못 하는 것이 없었다.
그림에서는 "문인화(文人畵)"의 창시자(創始者)로 불리는 인물이 바로
소동파(蘇東坡)이기도 하다.
지금 소개하는 그의 시(詩)는
왕안석(王安石)의 신법(新法)을 반대하며 신종(神宗)에게 상소(上疏)했다가 미움을 사,
항주(抗州) 통판(通判)으로 쫏겨나 재직하던 시절,
항주(抗州)의 서호(西湖)에서 술을 마시는 도중
맑았다가 흐려지는 서호(西湖)의
변화무쌍한 경치를 읊은 시(詩)이다.
역사 이래 서호(西湖)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詩)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 많은 시(詩) 가운데 가장 많이 애송되는 7언절구(七言絶句)의 시(詩)가 바로
소동파(蘇東坡)의 본 시(詩)이다.
서호(西湖)는 맑을 때는 맑은 대로
우중(雨中)에는 우중(雨中)대로의 아름다운 경치가 빼어난 호수(湖水)이다.
나도 항주(抗州)에 출장을 가면 늘 서호(西湖)에 들러 2~3일 쉬었다 오곤 하는데,
호수(湖水)의 경치는 가히
경국지색(傾國之色)의 미인(美人) 서시(西施)에 비견 될 만큼 아름답다.
본 블로그에도 지난날 항주(抗州)를 소개하면서
"서시(西施)를 닮은 호수 서호(西湖)"라는 제목으로
서호(西湖)의 아름다움을 사진과 함께 소개를 했었다.
시인(詩人)은 뛰어난 기지를 발휘하여
풍치 좋기로 유명한 서호(西湖)를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월(越)나라의 미녀(美女) 서시(西施)에 비유하여 본 시(詩)를 썼다.
시(詩)를 읽어보면 서호(西湖)와 서시(西施)는 비슷한 이름 때문에 그 둘이 본래
무슨 연관이 있는 것 처럼 보이나 사실은 아무 관계도 없다.
궂이 관계를 따지자면 서로가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는 것 뿐이다.
시인(詩人)은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항저우(抗州)의 서호(西湖)와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빼어난 미모의 여인 서시(西施)를 연관지어
시(詩)에다 자연스럽게 대비를 시켰다.
飲湖上初晴後雨(음호상초청후우):
호수(湖水)에서 술(酒) 마시니 맑다가 비가 온다.
水光瀲灩晴方好(수광렴염청방호): 반짝이는 호수, 빛 맑은 날이 좋더니
山色空濛雨亦奇(산색공몽우역기): 안개 낀 산, 내리는 비도 멋지구나.
欲把西湖比西子(욕파서호비서자): 서호(西湖)를 가져다 서시(西施)에 견준다면~?.
淡妝濃抹總相宜(담장농말총상의): 엷은 화장 짙은 단장 무엇인들 어울리리.
서시(西施)는 어떤 미인(美人)이길래...
소동파(蘇東坡)도 서호(西湖)와 견주며 이런 시(詩)를 지었을까~?.
중국(中國)의 역대(歷代)
나라를 망치도록 황제(皇帝)의 혼을 쏙 빼놓은 미인(美人) 중에
나라의 국운마저 기울게 했던
"경국지색(傾國之色)"의 4대 미색(美色)이라 하여,
서한(西漢) 원제(元帝) 때의 궁녀(宮女)였던 "왕소군(王昭君)",
삼국시대(三國時代)의 풍운아(風雲兒) 여포(呂布)의 부인(婦人) "초선(貂蟬)",
그리고 당(唐)나라 현종(玄宗)의 왕비(王妃) 양옥환(杨玉环) 즉 "양귀비(楊貴妃)"와,
춘추시대(春秋時代) 월(越)나라 여인(女人) "서시(西施)"등 4명을 꼽는다.
서시(西施)는
이와같이 중국(中國)의 4대 미녀(美女) 중 한 명으로 손꼽히며
오(吳)나라 왕(王) 부차(夫差)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하여
정사(政事)를 망치도록 유도하여
오(吳)나라를 멸망 케 하는데 크게 일조(一助)한 인물이라고 전해진다.
그녀는 월(越)나라의 변방(邊方) 깊은 산골 저라산(苧羅山) 자락에서
나뭇꾼의 딸로 태어났다고 전해질 뿐,
자세한 성장 배경은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다.
여러 문헌에 야사(野史)로 이르길,
평범한 집안에서 출생하였지만 뛰어난 미모를 타고 났기에
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연정(戀情)을 품었다고 한다.
그녀가 살았던 고을에서는 일찍부터 미녀로 소문이 파다하여,
같은 고을에 사는 여자들은
서시(西施)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을 흉내 내길 좋아했다.
무엇이든 서시(西施)의 흉내를 내다보면
자신들도 아름답게 보일 것이라 믿었다고 한다.
서시(西施)는 지병(持病)으로
심장병(心臟病)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심지어는 심장병(心臟病)의 통증으로
찡그리는 서시(西施)의 얼굴까지
고을 처녀들은 흉내를 내고 다녔다고도 한다.
눈살을 찌푸린다는 의미의
"서시효빈(西施效嚬)" "서시빈목(西施嚬目)" 등은
여기서 생긴 고사(故事)들이다.
그리고 서시(西施)가 가슴앓이를 한다는 의미의
"서시봉심(西施奉心)"이라는 말도 이러한 정황에서 유래 된 말이며,
이 모두는 본질(本質)을 망각하고
맹목적으로 남을 따라한다는 어리석음을 나타내는 말들이라 하겠다.
오(吳)나라에 패망한 월나라 왕(越王) 구천(勾踐)의 책사(策士)인
범려(范蠡)가
빼어난 미녀 서시(西施)를 본국(本國)에서 데려다가,
호색가(好色家)인 오(吳)나라 왕(吳王) 부차(夫差)에게 비(妃)로 바쳤다.
서시(西施)의 미색(美色)에 빠져들게 만들어
정치(政治)를 태만 케 유도 하여
부차(夫差)가 이끄는 오(吳)나라를 마침내 멸망 케 했다는
서시(西施)의 드라마틱한 전설이 전해 오고 있다.
아무튼 서시(西施)는 작전대로 오(吳)나라가 멸망하자
오왕(吳王) 부차(夫差)를 홀린 죄책감에
스스로 강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는 설(說)과,
자신을 요부로 키운 범려(范蠡)와 함께 제(齊)나라로 도망을 가
그곳에서 장사를 하여 큰 재물을 모았다는 설(說) 등...
전설 같은 여러 이야기가 여러 문헌들에 실려 전해온다.
어떤 것이 진실이든 간에
그녀는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던 당대(當代)의 요부(妖婦)임엔 틀림없던 듯 하다.
본 시(詩)에서 "담장농말(淡粧濃抹)"이라 하여
서호(西湖)의 맑은 경치는 서시(西施)의 엷은 화장 같다 했고,
비내리는 흐릿한 경치는 서시(西施)의 짙은 화장을 닮았다고 읊었다.
이 신선한 비유는 대단히 유명한 말이 되어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은 소동파(蘇東坡)의 싯구절을 인용하여 서호(西湖)를 일러
"서자호(西子湖)"라 부르기도 한다.
맑은 날이나 비오는 날이나 서호(西湖)의 그림 같은 풍경은
기분마저 상쾌하게 하는
항저우(抗州)의 유명한 명승지(名勝地)로 사시사철 국 내외(國 內外)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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