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追憶)이 머무는 그곳...
지난날 정확히 금년 3월 중순경에 아름다운 그린이 내려다보이는
이 호텔 12층에서 나는 이틀 간 머물다 간 적이 있다.
출장 차 다시 이 나라 이 도시에 와 같은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이번에는 5층이지만 방향은 전과 같은 북쪽 방향 그린쪽으로 창문이 난 객실이다.
눈에 익은 골프코스가 반갑고 정겹다.
특히 이제사 단풍이 곱게 든 황홀한 경치는 그야말로 잘 그린 가을날의 풍경화를 보는 듯 아름답기 그지없다.
먼 산엔 이미 눈이 내려 설산이 희긋희긋 빛나고 스키장 활강코스가 아득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그 아래로는 총총하게 들어앉은 도시의 촌락들...
맑았다 흐렸다를 반복하던 날씨는 급기야 이 도시에 금년들어 첫눈을 뿌리고 지나가기도 했다.
도시 중앙에 들어앉은 골프장도 이채롭지만,
아침 일찍 그린을 도는 골퍼들의 여유로운 모습들과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그린의 모습들을 틈틈이 모아봤다.
단풍으로 아름다운 C C
나는 이 호텔 5층에 여장을 풀었다.
엄무차 일년에 몇 번은 오가는 나라지만
이번엔 늦가을과 초겨울이 만나는 시기에 오게 됐다.
와~! 이제사 여긴 만추(滿秋)가 아닌가~!
호텔에서 내려다 보는 그린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골프장 치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어디 있겠냐만서도 여긴 역사도 꾀나 깊고
운치도 그만이다.
특히 도시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더 신기하기도 하고...
멋지기도 하고...
아무튼 멋진 곳임엔 틀림없다.
소파에 앉아 차 한잔 마시면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여유로움 그 자체이다.
지난날 내가 왔을 때는 저 그린엔 흰눈이 가득 쌓였었는데...
바로 올 3월 20일 경이다.
먼 산에도 아직 단풍이 그대로 남았다, 비록 붉은색은 거의가 퇴색 된 모습이지만...
크지도 높지도 않은 적당히 모여있는 주택들...
이 도시의 주택들은 거의가 이런 모습이 대부분이다.
물론 시내 역 주변을 비롯한 번화가에는 고층빌딩들과 높이 솟은 아파트들이 즐비하지만서도...
고기압과 저기압이 만나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차갑고 빠른 바람과 모이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구름은
그린의 색다른 풍경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맑았다가 갑자기 어두어지고
금새 눈이 쏟아질 것 같다가도 뭉게구름이 이렇듯 떠간다.
아침일찍 모여든 골퍼들...
그린 주변으로 붉은색 꽃무더기가 몽실몽실 핀 것은 꽃이 아닌 고운단풍이다.
언듯 보니 화살나무같기도 하던데...
참으로 여유로운 사람들...
산책을 하듯 느릿느릿 여유롭게 이동하는 모습이 우리와는 달랐다.
선명한 시야... 그리고 선명한 색채...
내가 여장을 푼 "베스트 웨스턴 호텔(Best Western Hotel)".
높은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어 시내 왠만한 곳에선 이 호텔이 보이며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아담한 8각형 건물이다.
순간, 하늘을 덮으며 새하얀 눈보라가 몰려왔다.
이것이 이 도시에 내린 첫눈이란다.
5분도 안돼 눈보라가 물러가고 살짝 오다만 눈은
눈 깜짝할 새 자취를 감춰버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를 뗀다.
와~! 세상에 이렇게 감쪽같이 사라지다니... 이건 완전 마술이야 마술~!
그리고 구름 사이로 밝은 햇빛이 그린 가득 퍼져간다.
이 앙증맞고 귀여운 뜨락같은 모습...
발코니에 나가 찬바람을 맞으면서도
이 아름다운 풍경을 오래도록 느끼고 싶었다.
조각거울처럼 작고 맑은 해저드(hazard)가 이쁘고...
경쾌한 타격음과 유쾌한 웃음,
그리고 연신 "굳샷~"을 외치는 그들이 정겹다.
한낮의 볕이 고운 오후...
저 속에 나도 녹아드는 느낌이다.
근교의 작은 못으로 나가보니...
세상에...!
세 마리의 백조와 엄청나게 많은 야생 오리들이 노닐고 있었다.
쇠오리 고방오리... 아직 청둥오리는 안 온 모양이다.
내가 다가가자 도망가기는 커녕
먹을 것을 달라고 내 주변으로 가득 모여든다.
이런...
아마도 여기 산책오는 사람들은 모두 먹이를 가지고 와서 준 듯 했다.
당연히 나도 그럴거라 생각하고 반가운 소리까지 질러대며 모여들었는데...
이거참 완전 빈손이니 이를 어쩌나~??
괜시리 미안해 죽겠네~~
저 멀리서 놀던 무리까지 내 주변으로 정신없이 몰려오는데...
아우~ 이를 어쩐다냐~~
물어보니
해마다 이맘때면 철새들이 이곳에서 겨울을 나고 봄바람이 불면 시배리아로 날아 간단다.
이제 모여들기 시작하는 중이고, 좀더 지나면 연못 절반은 가득 찬다고 했다.
그리고 저 백조들도 선발대로 온 것이며 더 날아 온다고 했다.
사람들이 자기들을 해치지 않는 걸 저 오리들도 오래전부터 알고있다.
그래서 해마다 마음놓고 찾아와 쉬어가는 것이리라...
이렇듯 자연은 모두가 어울려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며 이상적인 삶이라도 본다.
허나 그 순리를 냉정하게 깨뜨려버리는 것이 늘 이기적인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엔 이곳처럼 사람들을 반기며 야생 오리들이 모여드는 곳이 단 한군데라도 있었던가~??
나는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
짧은 겨울 해가 기울고 저녁노을이 서산 너머로
은은하게 물들어간다...
이 밤이 새고 나면 나는 이 도시를 떠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또 인연이 닿으면 다시 오겠지~
오늘 낮에
못가에서 나를 보곤 반가워 두 날개를 퍼덕이며 주변 가득 모여들던 철새 오리들과 백조들처럼...
내게도 단풍으로 곱게 물든 아름다운 그린의 모습과
정겨운 사람들이 살아가는 타국의 이 아름다운 도시를
때가 되면 또 찾아 올 것이다.
물오리와 백조들이 해마다 잊지않고 이 도시의 작은 못을 찾아오듯,
나도 함박웃음을 머금고 케리어가방을 끌고는 공항문을 반갑게 나설 것이다.
그때까지 도시여 안녕~
인연 고운 사람들... 모두모두 다시 만납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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