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가고... 또 내려가고...
온도와 습도는 단풍에 많은 영향을 준다.
온도가 낮고 습도가 높은 북쪽은 이렇듯 단풍이 절정인데,
그 반대 방향 남쪽은 이미 단풍이 다 지고 겨울채비에 들어선 모습이다.
드디어 안테나가 솟은 옆으로 문장대가 보이고 그 밑 바위산이 묘봉이다.
산 두 개만 넘어가면 목적지다.
눈앞에 나타난 사다리.
언제 놓았는지 틈실하게 잘 만든 사다리가 반갑다.
북쪽능선엔 단풍이 지금 절정이다.
사진에는 좀 별루인 듯 하나 실제 눈으로 보면 감탄이 절로나는 멋진 풍경이다.
이 불타오르는 황홀한 산하~!
내 발밑은 지금 골짜기 마다 참나무단풍이 절정으로,
혼자서 보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풍경이 펼쳐져 있다.
저 산 너머 남녁은 어딜까~?
감탄도 잠시뿐...
그야말로 5m만 가면 어김없이 나오는 이런 로프들...
저 산이 묘봉같은데...
절벽이 예사롭잖다.
이런 직벽에 가까운 바위틈에도 나무는 뿌리를 내리고 자라난다.
그리고 오랜 세월을 견디며 이렇게 거목으로 자랐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나약하게 보면 한없이 나약하고 보잘것 없지만.
강하게 보면 이렇듯 끈질기고 강하며 위대한것이 삶인 것이다.
내게 주어진 삶을 어떻게 가꾸어 가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엄청난 차이가 나며
가치 또한 비교 할 수 없는 격차가 난다고 본다.
신은 인간에게 똑같이 한나씩의 생명을 주었다.
어떤 이는 그 생명이 너무 길어 자살하는 자도 있고
또 어떤이는 잘못 관리하여 소중한 걸 낭비 하듯 허무하게 보내고 마는 이도 있다.
오래 살고자하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문제가 아니라.
신이 내게 준 내 생명을 스스로 소중하게 가꾸고 다듬어가는 삶의 질에 관한 것이
문제라고 보고
그에 대한 대책과 실천이 본질적인 의무라고 생각한다.
남보다 조금 더 오래 사는 게 뭐 그리 자랑거리겠는가~
짧든 길든 내게 주어진 생명을 알차고 보람있게 가꾸며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살아 있음에 대한 책무요 행복의 첩경이라고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난 틈나면 부지런히 여행하고, 구경하고, 그리고 세상을 느끼고 배우면서 바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러고 나는 죽고 사는 걸 이미 하늘에 맡겨놓은지 오래 됐다.
주어진 것 만큼 가지고 큰 욕심없이 부지런히 그리고 원 없이 살다,
어느날 홀연히 떠나고 픈 게 내 커다란 소망이기도 하다.
따라서 되도록이면 세상을 부정보다는 긍정의 시각으로 바라보려고 애쓰고.
못해 보다는 할 수 있다로, 긍정의 생각을 가지고 생활하려 한다.
각설하고...
누구든 허리를 구부리고 직각으로 굽은 이 작은 바위굴을 통과해서 나가야 한다.
오~! 불타는 단풍~!
나보다 먼저 온 산객들이 앞산에 보였다.
산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참 반갑다. 그가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간에
상관없이 만남 그 자체가 반가운 것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산을 찾는 사람들을 가리켜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절벽에 한 여자 등산객이 앉아 있다.
세상에~
그 밑을 가보니 한 남자가 로프 타고 올라가느라 죽을 힘을 쓰는 중이었다.
묘봉이 얼마남지 않았다 이제 300m만 가면 정상에 다다를수 있다.
이놈의 로프와 사다리는 셀 수 없이 이어지니...
아~! 이 아름다운 풍경...
와~! 묘봉이다!
묘봉 정상에 올랐다.
이미 서너명의 등산객이 정상 등정을 만끽하며 쉬고 있었다.
고생 끝에 만남이라 다들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하듯 함박웃음으로 반겨준다.
정상에 올라 나이 지긋한 분께
"도되체 여기 묘봉길에 로프가 몇 개냐"고 물어보니 스믈 다섯 개가 좀 넘을 거란다.
아~!
이 포만감~ 이 행복감 ~~~!
간식을 먹고 한 참을 쉬면서 경치를 감상하고는
미타사 방향으로 하산길을 택해 내려섰다.
여기부터는 악명 높은 로프도 없고
절벽도 없다.
산밑으로 내려갈 수록 듬성듬성 단풍이 눈에 띈다.
이미 낙엽이 져서 이렇게 산길을 덮어버린 구간도 있고.
지는 단풍...
여름날 미타사를 찾았을 때 만났던 산나물 곤드레가 이렇게 꽃이 폈다.
언듯 보면 보라색이 엉겅퀴꽃을 닮았다.
곤드레는 여러해살이풀로
내년이면 뿌리가 더 늘고 가지가 벌어 올보다 더 많은 잎이 돋는다.
산을 내려오니 저녁볕이 앞산에 곱게 걸렸다.
지난날 자그마한 밤송이가 길가에 오소소 떨어진 모습이
이쁘던 그 길도...
녹음 짙던 벗나무도...
산촌의 해는 유독 짧아 일찍 밤이 찾아온다.
바짝마른 장작을 고래 가득 지피고, 밤새 뜨끈뜨끈한 구들장에서 잠들던 어린시절...
이젠 오래전 전설같은 이야기가 됐지만...
그 시절이 아련히 그리운 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절이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볕 고운 산촌의 단풍...
그냥 아름답다는 말보다는 어느 詩에서의 표현처럼...
"이렇게 고운 너를 바라보고 있어도 또 다시 너의 고운모습이 한없이 그립다"던
그 표현이 맞을것 같다.
적당히 쓸쓸하고... 적당히 고독한... 그래서 한없이 아름다운,
단풍 고운 가을날의 산촌풍경이
갈 길 바쁜 발목을 부여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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