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 돌... 부석사(浮石寺)에서 인생을 묻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10월 중순 가을날...
꼬불꼬불한 과수원길과 시골 마을을 여럿 지나
도착한 천년고찰 "부석사(浮石寺)"...

고즈넉한 산사(山寺)란 이런 곳이구나 하고
감탄할 정도로 단아한 절집이

따스한 오후의 햇볕을 받으며 아담한 산자락에 펼쳐져 있습니다.

 

신라 제 30대 문무왕(文武王) 때 의상(義湘)이 왕명(王命)을 받들어 창건한 뒤
화엄종(華嚴宗)의 중심 사찰로 삼았다고 합니다.
부석사의 무량수전(無量壽殿)과 조사전(祖師殿)은
충남 예산에 있는 수덕사(修德寺) 대웅전과 함께
우리 나라 목조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참고로, 무량수전(無量壽殿)은 일반 사찰의 대웅전(大雄殿)과 같으며
조사전(祖師殿)은
절을 창건한 스님의 뜻을 기리는 법당(法堂)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 이 절의 창건설화가 나오는데,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내용입니다.
저도 부석(浮石) 즉 "뜬 돌"이란 이름의 절이 궁금하여
찾게 된 것이 첫째 이유이고...

 

둘째는 고려시대에 지어진 무량수전(無量壽殿)의 상태를 보고싶었습니다.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하여 목조건물이
오래 버티질 못 하는 단점이 있는데,
문헌상 고려시대인 서기 1,200년 중반 경에 지어진 것으로
대략 800년의 세월을 버틴 전각이라 상태가 궁금했습니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 따르면 당나라로 유학을 떠났던 의상(義湘)이
당나라 어느 집에 잠시 머물던 때

그 집의 선묘(善妙)라는 처녀가 의상을 사모하여 결혼을 청하였으나,
의상은 오히려 선묘를 감화시켜

불교(佛敎)에 귀의 케 했다는 이야기가 주 내용으로...

 

처녀는 자신의 뜻을 이루지는 못했으나
의상을 끝까지 도와 훌륭한 선사(禪師)로 거듭나는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는 용이 되었고 용은 다시 뜬 돌로 변하여
이 절집이 "부석사(浮石寺)"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으며

지금까지도 부석사를 지키고 있다는 전설이 내려옵니다.

 

그리고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적인 문화유산이기도 합니다.

 

부석사는 1천 년 넘게 우리나라 불교문화를 계승하고 지킨
종합승원 7곳 가운데 한 곳으로
그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한국의 13번째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합니다.

 

함께 등재된 여섯 곳은 양산 통도사(通度寺),
안동 봉정사(鳳停寺), 보은 법주사(法住寺), 공주 마곡사(麻谷寺),
순천 선암사(仙巖寺), 해남 대흥사(大興寺) 등이 있습니다.

 

무량수전은 부석사 맨 위에 자리한 법당으로,

산 아래 마을들과 겹겹이 굽이치는 산맥의 준령들을
내려다보는 탁 트인 전망이 압권입니다.

 

오랜 세월 풍우에 단청(丹靑)이 모두 벗겨나가
속살이 완전히 드러난 법당은
고색창연(古色蒼然)한 자태가

지난 모진 세월을 견뎌온 위엄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지난날 둘러본 공주 마곡사(麻谷寺)와
부안 내소사(來蘇寺)의 전각들 단청이 모두 벗겨져
기둥에 심줄처럼 드러난 골 깊은 나이테와 옹이가
고혹적(蠱惑的) 정감이 일던 기억이 생생한데,
그 감동을 이곳 부석사에서도 느껴봅니다.

 

축대 사이에 걸린 고루(鼓樓) 밑을 지나며 절집을 나서는데...
나이 지긋한 스님이 돌마루에 앉아 먼 산을
하염없이 바라보시길래

분위기를 깨고싶어 뜬금없이 물었습니다.

"스님~~!."
"스님은 인생이 뭐라 생각하십니까~?."
빙그레 웃으며 나를 바라보던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글쎄올시다~"

"단단한 껍데기 속의 번데기라면 어떨까요~?."
"그럼 처사(處士)께서는 인생이 뭐라 생각하나요~?."
나는 망서릴 것도 없이 평소 생각대로...
"지구별을 떠도는 방랑자란 생각이 듭니다~!."

"방랑자라~"
"허허, 처사께서는 인생을 지대루 사십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제대로 산다는 말인지...

제멋대로 산다는 말인지...

아리한 여운을 뒤로한 체 부석사(浮石寺)를 떠납니다.

 

그 사이 짙은 구름 조각들이 드넓은 하늘을 빈틈없이 메우고는
빠르게 산허리까지 덮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