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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등산

가을산행... 계룡산(鷄龍山)

모처럼 쾌청한 날이다.

 

늘 뿌옇던 박무(薄霧)도 오늘은 말끔히 걷히고...
계룡산(鷄龍山)을 올랐다.


누럿누럿 익어가는 벌판과 짙푸른 하늘을 보며

심호흡을 마음껏 하고 싶었기에...
초가을 산행의 즐거움은 예기치않은데서 느끼기도 한다.


커다란 떡갈나무 밑을 지나니...
후두둑 후두둑... 잘 익은 도토리가 발 앞에 떨어진다.

어느 때는 알밤도 떨어진다.

나는 도토리를 보면

35년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나곤 한다.

 

내 어린시절...

할머니가 들려주신 이야기이다.
참나무가 왜 참나무인가 하면...?.

 

도토리나무가

산에서 들판을 이리저리 내려다 보며,

"올해는 풍년(豐年)이 들었나~?.

흉년(凶年)이 들었나~?."

실펴보다가,


풍년(豐年)이다 싶으면...

그 해는 도토리를 적게 열고,


흉년(凶年)이다 싶으면...

도토리를 많이 열어

동네사람들의 주린배를 알아서 채워줬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굴밤나무를

진짜로 좋은나무라 하여 "참나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 이다.


도토리나무 든 상수리나무 든 묵을 쑤어 먹을 수 있는

열매가 맺히는 나무는 전부 참나무라 불렀다.

 

가뭄이 든 해에

유독 도토리가 많이 열리는 이유는...


물이 잘 빠지는 땅과 건조한 기후를 좋아하는

참나무류의 특성에서 기인한 것이겠지만,
옛적, 시골사람들은 철석같이 참나무가 배푸는

똑똑한 아량(雅量)을 믿은 듯 하다.

 

그 전설같은 이야기가 참말이든, 농담이든,
도토리는 예전이나 요즘이나

서민(庶民)들의 중요한 먹거리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산길을 오르면서 숲길에 떨어진

반짝반짝 윤이 나는 도토리가 많이 눈에 띈다.


그런데 아에 숲을 꼬챙이로 헤집어가며

도토리를 줍는 아낙들도 자주 보인다.


산에서 나는 열매는 야생동물들의 주된 먹이라 하여

국립공원(國立公園) 관리국(管理局)에서는

줍지 못하게 한다.


몇 알을 주어보면서

지난 추억(追憶)을 더듬어 보는 것은 좋으나,
숲을 헤집고 남김없이 자루에 채워넣는 것은

지양(止揚)할 일이다.


이제는 자연(自然)의 생명들과 내가 서로 나누고 공존(共存)하며

같이 어울려 살아간다는

너그러운 마음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삼불봉(三佛峰)에 오르니

바위틈에 구절초(九節草)가 곱게 피었다.


깨끗하고 맑은 꽃잎은 정갈하고 아름답다.
냄새를 맡아보면

은은한 쑥향이 미미하게나마 풍겨나기도 한다.


국화과(菊花科)에 속한 이 풀은

중국(中國) 명(明)나라 때

이시진(李時珍)이 저술한 약학서(藥學書)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데,
몸을 따스하게 덮혀주는데 주로 쓴다고 적고 있다.


음력으로 9월9일

중국(中國)의 명절(名節)인 중양절(重陽節) 무렵에

개화(開花)하며

이무렵에 약효(藥效)가 가장 좋다고 한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마디가 아홉이라는 뜻의 "구(九)"

중양절(重陽節)에서 따온 "절(節)"을 써서

"구절초(九節草)"라 했다.


요즘은 산사(山寺) 주변에 많이 심고 가꾸어

구절초 축제(九節草 祝祭)를 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