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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등산

산상(山上)의 화원(花園)을 가다... (2부)... 덕유산국립공원(무룡산)


산상(山上)의 화원(花園)을 가다... (2부)

 

삿갓재대피소에서 무룡산까지는 2.1km의 거리로 능선으로 이어진 완만한 오르막 길이었다.

능선길에는 산 밑보다 꽃도 많이 피었으며 초가을에 피는 꽃과 여름꽃이 섞여 피었다.

그렇게 얼마를 올라왔을라나...

모퉁이를 막 돌아서며 무심코 앞을 보니 탁 트인 앞산에...

와~! 세상에~~!!

말로만 듣던 노오란 산상의 화원이 눈앞에 펼쳐진 게 아닌가~!

산비탈을 타고 올라가며 완전 노랑꽃 천지였다.

난 태어나서 이보다 아름다운 꽃밭을 본 적이 없다.

해발 1,400m의 고지 위에 사다릿길 옆 비탈 능선을 따라 펼쳐진 원추리꽃밭은 환상적인 장관을 연출하며

사이 사이 연보라색의 비비추꽃과 함께 어울려 피어난 모습은,

마치 꿈속에서나 볼까 말까한 천상의 꽃밭을 보는 듯 했다.

백두대간의 무룡산 높다란 능선길에 이렇게 숨어서 무리지어 피어난 산상(山上)의 화원(花園)은

두고두고 잊지못한 황홀경이었다.

 

잎새를 보면 나리꽃과 완전 다른 걸 알 수 있다.

원형으로 7~8개의 잎이 방사형으로 둥굴게 돋아난 잎이 하늘말나리이고,

굵은 기둥을 따라 어긋나게 돋아나는 잎이 나리꽃이다.

꽃을 보면 비슷하나 잎을 보면 완전 다르다.

 

까치수영

 

꿩의다리

 

 모퉁이를 돌아서자마자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난 풍경!!.

 

 말로만 몇 번 들었던 바로 그 산상의 화원이었다!.

 

 세상에~~!

화원이 여기 숨어 있었어~!.

 

 가파른 비탈에도...

 

 돌틈에도...

바람이 잠잠한 오른쪽 능선을 따라서 이렇듯 원추리가 무리지어 가득 피었다.

 

 덕유산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원추리꽃밭 보호를 위해 사다리를 설치한 듯 했다.

 

 벌써 올라와 열심히 사진을 담는 메니아도 보였다.

 

산 정상 부근에 이런 멋진 화원이 있는 줄 누가 처음 알았을까~?

 

 오늘 여길 오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아름다운 산상의 꽃밭을 어찌 볼 수 있었겠는가~!

땀 흘리며 힘들게 올라온 보람에 무더위가 한방에 날아갔다.

그리고 이곳 산위에는 바람마저 살랑살랑 불어와 전허 더위를 못 느꼈을 뿐만 아니라

오래 서 있으며 오히려 서늘한 기운마저 들었다.

 

 자세히 보니 비비추도 완전 군락을 이루고 피었다.

 

 원추리와 함께 피어난 모습 또한 이쁘기 그지없다.

 

 올라온 길을 뒤돌아보니...멀리 삿갓봉 아래 움푹 들어간 곳이

삿갓재대피소로 여기 화원에서 부터 1.8km나 떨어진 먼 곳이다.

 

 전문 촬영장비를 배낭 가득 지고 올라와

조도를 살피며 조리개값을 계산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직업적인 사진작가들 인듯 하다.

 

 와~! 이토록 아름다운 야생화꽃밭을 난 한 번도 본적이 없다.

 

 

 이렇게 지천으로 핀 비비추도 등산길에서 몇 송이 만나면 그저 반갑고 이쁜 모습에

감탄을 연발했던 게 전부인데 오늘은 원 없이 보고있다.

 

원추리꽃을 좋아하는 나는 그저 황홀할 뿐...

 

선명하고 맑고 깨끗한 색상이 더 없이 이쁘다.

 

 꽃밭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꽃밭에 앉아 자연이 선사한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오래도록 감상하고 싶었다.

두 눈 속에 노랑물이 잔뜩 고이도록 말이다.

 

이곳은 해발 1,400m가 넘는 높은산 위이다.

이렇게 멋진 산 위에 이런 황홀한 꽃밭이 있다는 것을 얼마전 스치는 풍문으로 언듯 들었지만 설마하니 했었다.

 

 김장을 하듯...

가슴 속에 채곡채곡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놓고 꽃밭이 그리우면 조금씩 꺼내 볼 생각이다.

 

 그리고 산을 내려가면 등산하고는 거리가 먼 친구에게 천상의 화원을 자랑하고 싶다.

"덕유산 준령의 어느 산을 올라가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밭이 숨어 있다.

그런데 그 꽃밭은 아무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름 장마철 잠시 몇일 간 선택 된 등산객들에게만 보여주는 꽃밭인지라

너는 열번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로 못 보는 황홀경이라고..."

 

이 꽃들에겐 여기가 그들만의 낙원 같았다.

 

 참취꽃과 함께 핀 비비추.

 

지금부터 잠시나마 원추리꽃의 아름다움에 빠져보자 아름다움 앞에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주황색으로 이쁘게 피어난 이 꽃은... 동자꽃.

 

비비추와 원추리가 함께 어울려 피어난 화원.

 

바위틈에도 원추리가 피었다.

 

 날이 더워지자 잠자리들이 더위를 피해 상승기류를 타고 이곳 산 정상부근까지 올라와

엄청나게 많이 날아다닌다.

 

 이들은 가을까지 여기 산정에서 마음껏 날며 지내다가 더위가 누그러지는 가을날 산란을 위해

산을 내려가 늪이나 웅덩이에 알을 낳고는 생을 마감할 것이다.

 

 같은 꽃도 산꼭대기나 바위틈에서 피는 꽃이 더 이쁘게 보이는 이유는 뭘까~?

 

 산상의 화원인 원추리와 비비추꽃이 어우러진 꽃밭을 지나면서

무룡산 정상부에 거의 올라왔다.

 

 고추잠자리

 

 동자꽃

 

 비비추

 

 삿갓봉이 솟았고 그 뒤로 높이 솟은 남덕유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흰꽃은 "노루오줌"

 

 호랑나비만큼 크고 생김새가 비슷한 이 나비는

"산제비나비"로 꿀이라면 아주 환장을 하는 녀석이다.

 

꿩의다리

 

말나리

 

원추리

 

동자꽃

 

 배추밭이나 유채밭에 많이 날아다니는 배추흰나비와 석잠풀

 

산수국

 

 내가 생각해도 삼각대도 없이 이정도 사진들을 찍었다는 것은...

아마추어 치고는 정말 수준급이다~ㅎ.

자화자찬이지만서도...

 

 여기가 무룡산 정상

사진사가 억지로라도 웃으라고 했지만 웃음은 커녕 완전 찡그린 죽을맛의 표정이다.

습도가 높아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고 숨이 차던지 죽는 줄 알았다.

물도 엄청 마셨고...

 

 

어찌됐든 간에...

이렇게 아름다운 꽃밭을 이렇게 높은 산위에서 만나는 즐거움은 두고 두고 잊지못할 감동이다.

앞으로 몇 일이 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 꽃들이지만

저 꽃이 피기 위해서는

이 높은 산 위에서 온갓 비바람과 새찬 눈보라를 견뎌낸 인고의 나날이 있었기에...

더더욱 이쁘고 아름답게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산길을 걷다 보면 누군가 꽃을 꺾어 냄새를 맡아보고는 아무렇게나 길바닥에 버리고 간 안타까운 모습을 가끔 보게되는데...

꽃을 피우기 위해 일년 간 외로운 산에서 그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리하지는 못할 것이다.

 

자연은 우리가 사랑하고 소중히 다룰 때는

그 몇배가 넘는 즐거움과 활력를 기꺼이 선물로 내어주는 통 큰 아량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마구 해치고 훼손하면

엄청난 재앙을 순식간에 몰고와 사정없이 흩고 지나가며 지울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주는 걸 우리는 수도없이 보았다.

그러나 설마 나에게 그런일이~?? 하거나

위험성을 금새 잊어버리고 마는 것이 아둔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자연을 오래도록 즐기기 위해서는 나부터 자연을 보호하겠다는 마음에 앞서서,

훼손치 않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할 다짐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