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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 명시 감상

독좌경정산(獨坐敬亭山): 경정산에 홀로 앉아... 이백(李白)

맑은 마음으로 산을 마주하니,
내가 곧 산이 되고 산이 곧 나로구나~ !.

 

경정산(敬亭山)은 해발 고도가 317m로,

서울의 북악산(北嶽山 348m) 보다 조금 낮은 산이다.
안후이 성(安徽省) 남동부의 선주시(宣州市) 선성현(宣城縣) 북부에 자리잡고 있다.
원래 이름은 소정산(昭亭山)이라고 불렀다는데
진(晉)나라 문제(文帝) 이름이 "사마 소(司馬 昭)"라서,

황제(皇帝)의 이름과 중첩을 피하고자 경정산(敬亭山)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전해온다.


경정산(敬亭山)은
홀로 솟은 산이 아니라,

황산(黃山)에서 뻗어내려온 산맥에서 솟은 자산(子山)이다.

황산(黃山) 만큼 세상에 널리 알려진 산은 아니지만

안휘성(安徽省)에서는 관광 명소로 이름 난 산이며,

나무가 울창하여 임목자원(林木資源)이 풍부한 산이기도 하다.


문화재(文化財)로는
열 명의 성현(聖賢)을 모신 십현사(十賢祠)와

이백(李白)을 기념하여 세워진 태백루(太白樓)를 비롯한
도교사원(道敎寺院)인 광교사(廣敎寺) 등이 유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산이 높고 경치가 웅장해야 명산(名山)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실제로 경정산(敬亭山)은 산수경치가 뛰어나서 이름이 알려진 것 보다는,
당대(唐代)의 유명한 시인(詩人) 이백(李白)이

경정산(敬亭山)을 주제로 읊은 "독좌경정산(獨坐敬亭山)"이란 시(詩)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타지 않았나 싶다.

 

지금 소개하는 이백(李白)의 시(詩) "독좌경정산(獨坐敬亭山)"

오언절구(五言絶句)로 된 짧은 시(詩)다.

 

오언절구(五言絶句)로 된 시(詩)는

시(詩) 가운데 가장 짧은 시(詩)로 글자를 다 합쳐야 20자 밖에 안 된다.
시(詩)란 본래 간결함을 생명으로 삼는다지만,

20글자로 시인(詩人)의 정서(情緖)나 대상물(對象物)을

감동적으로 표현해 낸다는 건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때문에 오언절구(五言絶句)로 우수한 작품을 창작 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백(李白)은
일생동안 모두 일곱 차례에나 이곳 선성(宣城) 지역을 여행한 바 있는데,

본 시(詩)는 서기753년 가을에

 이백(李白) 나이 53세 때 선성(宣城)에 들러서 지은 시(詩)로 추정된다.

당현종(唐玄宗)의 여동생 "옥진공주(玉眞公主)"와의 불륜으로 궁 안이 어지럽자,

환관(宦官) 고역사(高力士)의 미움을 받아

장안(長安)에서 쫏겨나 천하(天下)를 유랑(流浪)한지 10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 였다.

 

그 사이 옥진공주(玉眞公主)도 죽어 이곳 경정산(敬亭山)에 묻혔다.

그와의 추억을 회상하기 때문이었지는 몰라도

유독 경정산을 이백(李白)은 좋아했고 또 여러번 찾았다.


이백(李白)은 오랜세월 유랑생활을 하면서

인간 세상의 쓴맛 단맛을 두루 맛 보았던 완숙한 나이에 접어들 쯤,
혼잡한 세상을 떠나 그간 종종 들렸던 경정산(敬亭山)으로 들어와
세속(世俗)의 시끌벅적한 시름과 번뇌(煩惱)를 잠시나마 내려놓고

한가로이 산과 마주한 듯 하다.

 

산을 즐겨 찾다보면 자연스럽게 느끼는 바이지만

여느 산들 보다 더 정(情)이 가고 편안하며 아늑하게 느껴지는 산이

대게는 한 두 곳은 있게 마련이다.

이백(李白)에게는 아마도 경정산(敬亭山)이 그런 산이었던 것 같다.

 

그는 평소 늘 함께하던 술이나 친구도 없이

맑은 정신으로 홀로 앉아 경치를 바라보고 있슴을 본 시(詩)를 통해 알 수 있는데,
산(山)과 내(我)가 하나가 되어

걱정이나 근심이 없는 고요한 허정(虛靜)의 경계(境界)에 들어선 모습을 느끼게 한다.

 

자연(自然)은 인간사(人間事)와는 사뭇 다르다.
인간관계의 복잡하게 얼키고 설킨 모순(矛盾)은
때때로 사람의 마음을 지치게 한다.


그러나 자연(自然)은 인간(人間)에게 아무런 댓가 없이,
그저 느껴지는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안위(安危)와 휴식을 넉넉하게 내어줄 뿐이다.


따라서 인간은 자연에서 즐거움과 위로을 늘 받으면서 살아간다.
지금 시인(詩人)의 심신(心身)은 지극히 평화롭고 한가하며

넉넉한 마음으로 경정산(敬亭山)을 바라보며 산과 무언(無言)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마음속의 번뇌(煩惱)와 근심(謹審)은

마치 새가 훌훌 털고 날아가 듯

구름이 홀연히 떠가 듯 그렇게 흩어지고 없으며,
곧 산의 모습이 나의 모습이고, 나의 모습이 산의 모습이 되는...
몰아일체(沒我一切)의 경지에 들어선 무심(無心)한 여유로움을 맛보고 있슴이

본 시(詩)에서 느껴진다.

 

獨坐敬亭山(독좌경정산): 경정산에 홀로 앉아

 

衆鳥高飛盡(중조고비진): 뭇 새들 높이 날아 사라지고 
孤雲獨去閑(고운독거한): 외로운 구름만 한가로이 떠가네.
相看兩不厭(상간양불염): 둘이 서로 바라보아도 싫지 않은 건
只有敬亭山(지유경정산): 오로지 경정산 뿐이로구나.

 

경정산(敬亭山)을 다녀가며 시(詩)를 남긴

당(唐), 송(宋) 시대(時代) 유명 시인(詩人)들 몇 명을 꼽아보면,
백거이(白居易), 두목(杜牧), 한유(韓愈), 유우석(劉禹錫), 왕유(王維), 맹호연(孟浩然),
이상은(李商隱), 위응물(韋應物), 육구몽(陸龜蒙) 등
당(唐)나라 시인(詩人)들과,


소동파(蘇東坡), 매요신(梅堯臣), 구양수(歐陽脩), 범중엄(范仲淹), 문천상(文天祥) 등...

송(宋)나라 때 시인(詩人) 문인(文人)들이 있었다.

이들 모두는 경정산(敬亭山)의 아름다운 경치를 노래하고 시름을 달랜 시(詩)들을 남겼지만

그 중 이백(李白)의 시(詩)

"독좌경정산(獨坐敬亭山)"이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