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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 명시 감상

심은자불우(尋隱者不遇): 은자를 찾아 갔으나 만나지 못하다... 가도(賈島)

가도(賈島) 779~843

당(唐)나라 때 시인(詩人)이다.
자(字)는 낭선(浪仙)으로

범양(范陽) 지금의 허베이성(河北省) 줘현(逐縣) 사람이다.


집안이 가난해 일찍이 출가(出家)하여 승려가 되었으며

무본(無本)이라는 법명(法名)을 얻었다.
당시 문장가(文章家)이며 정치가(政治家) 겸 사상가(思想家)였던

한유(韓愈) 가문(家門)에서 수학(修學)하며,

학문(學文)을 익힌 그는 한유(韓愈)로부터 시(詩)의 재능을 인정받는다.


십 여년의 출가(出家) 수행(修行)을 끝내고
환속(還俗)하여

과거(科擧)에 응시했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재능은 있으나 운이 궁했던 가도(賈島)는

관직(官職)을 늘 꿈꿨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시심(詩心)을 불태우며 지냈는데 만년(滿年)에 기회가 찾아온다.

 
당시로는 매우 늦은 나이인 57세에
스승 한유(韓愈)의 배려로

쓰촨성(四川省) 즉 사천성 장강현(長江縣)의 주부(主簿)로 시작한 그의 관직(官職) 생활은,


6년 후 서기 841년 이미 고령인 나이에

촨성(四川省) 푸저우(普州)의 사창참군(司倉參軍)에 승진(昇進) 임명되어
사호에 부임하라는 조정(朝廷)의 명(命)을 받고,
부임 전날 축하연(祝賀宴)에서
쇠고기를 얼마나 먹었던지...

과식(過食), 급체(急滯)하여 향년 6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는 오언율시(五言律詩)에 능했으며

저서로 가랑선장강집(賈浪仙長江集) 10권을 남겼다.

 

가도(賈島)는 승려(僧侶) 때부터 시인(詩人)으로 이름을 날렸으며,
"가랑선체(賈浪仙體)"라는 그의 시(詩)를 보면

싯구 하나 하나를 선택함에 있어 그가 얼마나 고심했는가를 잘 알 수 있다.

그의 시(詩)는 표현이 날카롭고 간결하며

자연스러운 멋이 풍기는데 이는 가도(賈島) 시(詩)의 특징이다.

훗날 송(宋)나라 문장가(文章家) 소동파(蘇東坡)는

같은 한유(韓愈) 문하생(門下生)이던

맹교(孟郊)와 더불어 "교한도수(郊寒島瘦)"라 하여
"맹교(孟效)의 시(詩)는 풍격(品格)이 한고(寒苦)하고

즉 가난하고 빈궁하며,
가도(賈島)의 시(詩) 풍격(品格)은 수경(瘦硬)하다.

서체(書體)가 가늘면서 힘차다". 라고 평(評)을 했다.

尋隱者不遇(심은자불우):
은자(隱者)를 찾아 갔으나 만나지 못하다.

松下問童子(송하문동자):  소나무 아래서 동자에게 묻노니
言師採藥去(언사채약거):  스승님은 약초를 케러 가셨다 하네.
只在此山中(지재차산중):  다만, 이 산중에 계신줄은 알지만...
雲深不知處(운심부지처):  구름이 깊어 계신곳을 알지 못한다 하네.

가도(賈島)는
"퇴고(推敲)"라는 말의 유래(由來)가 된 장본인(張本人)이다.

"퇴고(推敲)"라는 말은

당(唐)나라의 시인(詩人) 가도(賈島)가 그의 시(詩)에서
"조숙지변수 승퇴월하문(鳥宿池邊樹 僧推月下門)"
"새는 못가 나무에서 자고,

(僧)은 달빛 아래 문(門)을 미는구나".라는 싯구에서
퇴(推:밀다)라는 어구를,

고(敲:두드리다)로 바꾸면 어떨까~? 하고
많은 고민을 하였다는 일화에서 비롯된 말이 "퇴고(推敲)"이다.

 

퇴고(推敲)는...

원고을 쓸 때 초고(草稿)를 바탕으로

수정 보완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뜻하는 말이다.

주로 시(詩)나 소설(小說) 등의 문학(文學)에서

편집을 하는 과정에 퇴고(推敲)가 포함된다.


또한 퇴고(推敲)는
집필자(執筆者)를 기준으로 보면

마지막 단계에 해당하지만,

편집자(編輯者)를 기준으로 보면 기초 단계에 해당된다.

하나의 작품 출간을 위해서는 퇴고(推敲)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집필자(執筆者)와 편집자(編輯者) 간에 꾸준한 의견 교환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퇴고(推敲)을 꼼꼼하게 하는 것은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각설하고...

지금 소개하는

"심은자불우(尋隱者不遇)"라는 시(詩)는 또 다른 이름으로

"방은자불우(訪隱者不遇)"라고도 한다.


본 시(詩)는 한시(漢詩)를 몇 편 정도 읽어 본 분들이라면
눈에 익은 내용이며
한문 교과서에도 자주 등장하는 시(詩)이기도 하다.

내용이 간략하고 문답 형식의 시(詩)로

은둔자(隱遁者)의 삶과 멋이 잘 함축 돼 있다.


본 시(詩)는 세속(世俗)을 떠난 은둔자(隱遁者)에 대한

존경과 흠모의 심정이 잔잔하게 녹아든 명작(名作)이다.

후대로 내려오며 이 시(詩)의 내용을 그림의 주제로도 많이 그려졌으며
동양화단(東洋畵壇)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문인화단(文人畵壇)에 끼친바는 실로 깊고 넓으며

소나무 즉 노송(老松)에 대한 깊은 멋과 품격을 바탕으로,
세속(世俗)을 떠난 은둔자(隱遁者)의 한가한 여유는

오랜 세월 문인(文人)과 학자층의 로망으로 여겨졌다.


아직도 많은 현대인들이
한 번쯤은 아니 늘 꿈꾸는 복잡한 도시의 숨막히는 일상을 털고 픈
욕망(慾望)을 안고 살아가는데,

어찌보면 이런 생각은 그 밑바닥에
가도(賈島)의 시향(詩香)이 깊게 깔려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