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雪嶽)은 지금 만추(滿秋)
한계령 밑 장수대→ 대승폭포→ 대승령→ 12선녀탕계곡→ 두문폭포→ 복숭아탕→ 응봉폭포→ 남교리까지 11.7km
한계령 고개 넘기 전 장수대 입구
여기가 등산 시작지점 오전 11시가 좀 넘은 시각,
벌써 많은 차량과 등산객들로 입구는 붐비고
시작부터 가파른 계단길을 빠른 걸음으로 2시간 반을 넘게 올라야 대승령 분기점에 도착 할 수 있습니다.
울창한 아름드리 원시림숲으로 길은 이어지고...
땀으로 온 몸은 이미 젖었고, 배낭 어께끈마저 땀이 스며들어 축축하다.
그러나 기분만은 나라갈 듯 상쾌하고 몸 컨디션은 아주 좋다.
이 뽀족한 봉우리들이 사이좋은 삼형제봉이고...
맨 우측 조금 보이는 봉우리가 주걱봉이다.
주걱봉을 정면에서 바라본 모습.
대승폭포 전망대인데... 물이 말라 흔적만 남은지라 모두들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악(嶽)자 들어가는 산치고 험한 산 아닌게 없고,
멋진 산 아닌게 없다.
몇년 전부터 이렇게 안전하고 편리한 계단들이 산길에 설치 돼
산행에 많은 도움을 준다.
아쉬움에 다시 한 번 뒤돌아 본 모습.
내가 등산을 한 날이 토요일인데...
요즘 등산붐이 일어 산마다 계곡마다 날리도 아니다.
와우~!
붉게 물든 단풍산...
마음 속까지 붉은색으로 채워질 듯 황홀하다.
설악은 아름드리 전나무숲이 멋지게 어우러진 산이기도 하다.
이런 멋진 산을 사색하며 걷는 건 상큼한 즐거움이며 잔잔한 행복이다.
진정한 산사나이 닉네임 "에너지"님!
그는 일년 열두 달을 등산 안내로 살아가는 정말 산에 미친 사람이다.
군살 하나없는 단련된 몸에서 뿜어내는 에너지는 고라니도 놀래 자빠질 체력을 자랑하며,
산에 대한 해박한 지식 또한 백과사전을 능가하는
내가 만난 산악인 중 진정한 산 사나이 이다.
대승령 갈림길에서 마지막으로 바라보는 1519m 가리봉
앞 산에 솟아오른 암봉이 멋지기에 여러 각도에서 잡아봤다.
길고 긴 하산길.... 무조건 계곡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
못에 잠긴 각양각색의 잎새들...
사람들 얼굴과 옷색깔도 모두들 다르 듯 잎새들도 각양각색으로 모두들 다르다.
이렇듯 서로 다른 모습들이 어우러져 공동채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
삶의 사회성이며 어울림의 아름다움이기도 하다.
조금 모자라면 어떤가~
또 조금 잘났다 해도 그게 뭐 큰 자랑거리가 되겠는가~
멀리서 보면 그 모두가 어우러져 하나의 숲이 된 이 가을날의 멋진 숲처럼...
모두가 이쁘고 소중하고 아름다운 공동체일 뿐이다.
그렇다...
생각해 보면 사랑하며 살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것이 우리의 인생일진데...
미워하고 시기하고 헐뜯고... 그리고 혜어짐에 아파하고...
이런 저런 생각들을 더듬어 보며 산길을 내려간다.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하며 걸을 수 있음을 늘 감사하게 여긴다.
언젠가 내 곁을 바람처럼 스쳐갔을 가슴앓이 인연들을 아직도 간직한 그 누군가가 있다면...
너그러이 용서를 구하고 싶고...
또 그 누군가도 정말 행복했으면 하는 바램을 진정으로 해본다.
이런 저런 추억들을 더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센치해 진다.
이건 순전히...!!!
저 붉고 노란 단풍이 만들어 놓은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경 때문일 께다.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에 흠뻑 취할 수 있다는 것은 내겐 둘도 없는 행복이다.
첫번째로 만나는 폭포 "두문폭포"라 한다.
여기부터 12선녀탕계곡의 백미로 각종 폭포와 올망졸망한 크고 작은 소(沼)들이
줄줄이사탕처럼 이어지는 멋진 경관을 연출한다.
그리고 이 황홀한 단풍이 더해져 몽환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와~!
이 아름다운 계곡에 잠시나마 내가 있다는 것에
난 무척이나 행복하다.
정말이지... 단풍 색깔에 아니 가을 빛깔에 한없이 취해버리고 싶은 그런 심정이다.
이 가을날의 풍경을 그 옛날 두보(杜甫)가 봤더라면 어떤 시를 남겼을까~?
아니 술에 흠뻑 취한 이백(李白)이 봤더라면은...
글재주 없고 손재주 없음에
그저 끝없이 토해내는 감탄사만이 내 표현의 전부이니 애석할 따름이다.
너무나 외지고 깊은 골이다보니 글줄께나 쓴다는 옛 선비들이 찾아들지 못해,
그 흔한 이름 몇 자나 잡다한 한시 몇 귀절도 보이질 않아 원시 자연상태를 그대로 간직한
보기드믄 청정한 곳이 바로 설악의 계곡들이다.
어찌나 맑고 투명한지...
두 손으로 가득 퍼서 벌컥벌컥 들이키면...
속이 뻥~ 뚫릴 것 같은 청량감은 심산유곡 계곡수의 특별한 매력이기도 하다.
불타는 단풍이란 이런 모습을 두고 하는 말일게다.
정말이지... 오늘 가슴에 붉고 노랑 단풍물이 찰랑찰랑 들어찬 느낌이다.
어떤 내 친구는 말한다.
"올라갔다 결국 끼내려 올 산을 뭐하러 비지땀을 쏟으며 쌩고생이냐고~".
그 친구는 절대로 모른다.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자연의 넉넉한 이 아름다움을...
복숭아를 닮았다는 복숭아탕.
본 계곡의 가장 아름답다는 곳으로 못 보면 평생 후회한다는데...
흐르는 물이 너무나 적어 좀 아쉽기는 하다.
복숭아를 닮은 건 사실 조금 밑에 있는 요 작은 탕이다.
저만치 위에서 보면 잘 익은 복숭아와 똑 같다.
한여름날 훌러덩 벗고 뛰들어 알탕을 하면 얼마나 시원하고 상쾌할까~?
선녀들은 참 좋겠다...
전국의 심산유곡에 숨은 아름다운 목욕탕은 다 알고 있을 테고,
은밀하게 내려와 목욕을 즐기고 올라가니 말이다.
그 옛날 날개옷을 감췄다는 나뭇꾼은 운도 좋지~~
요즘은 오염이 심해서 그런지 선녀는 통 내려오질 않고...
나무꾼 대신 등산객들만 붐비는 게 깊은 계곡의 요즘 모습이다.
여기부터 계곡 입구까지는 단풍이 덜 든 풍경도 눈에 띈다.
일주일이면 여기도 원색으로 변하겠지...
12선녀탕계곡에는 이런 다리가 많은데...
몇 개나 되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처음 몇 개를 세며 가다보면 자꾸 나오니까 나중엔
지쳐서 세는 걸 포기하고 마는 까닭이다.
마지막 폭포인 응봉폭포 풍경이다.
지금 설악엔 이렇게 계곡마다 단풍과 함께 울굿불긋 차려입고 나선 등산객들이 가득하다.
생활에 쌓인 스트레스를 단박에 날려버리는 건 바로 신선하고 상쾌한 공기가 가득찬 산이며,
그 산길을 걸으며 조용히 사색하는 즐거움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다.
만산홍엽(滿山紅葉)... 지금 설악엔 단풍이 환상적으로 물들며 정열적으로 타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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