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열차를 타다~!.
대전역 대합실....
07시 15분 발차 제천행 무궁화호를 타기위해 아침도 거르고,
대충 눈곱 떼고 달려왔다.
잠도 덜 깬 시간...
새벽역엔 여행객들이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초조하게 열차를 기다리고....
나도 제천을 거쳐 강원도 동해까지 먼 길을 가기 위해 대합실을 나섰다.
무궁화호.
지금은 이 열차가 옛날 비둘기호의 역활을 대신한다.
통근열차라 생각보단 사람들이 꽤 많았다.
신탄진
담배로 유명한 도시, 지금은 대전시의 일부지만 전엔 독립 도시였다.
"담배인삼공사" 본사도 여기 신탄진 제조창 옆에 있다.
조치원
경부선과 충북선으로 갈라지는 분기역이다.
청주역
난 얼마전까지도 청주역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었다.
충주야 원래부터 역사와 문화가 숨쉬는 중원의 대표 도시가 아니던가...
충주댐과 중원탑 등...
삼국시대 중원문화의 산실로 특히 통일신라시대의 문화재가 많은 도시이다.
하~! 드디어 제천
한 참을 이 생각 저 생각에 잠겨 오다보니 어느새 환승역인 제천역이다.
열차에서 내려 환승을 위해 청량리발 강릉행 무궁화호 열차를 20분 가량 기다렸다.
시간이 좀 있는지라 대합실을 둘러 보니...
시골역이지만 충북선과 태백선 중앙선 등 3개 노선이 갈라지는 분기역이라 제법 큰 편이고
사람들도 많이 타고 내린다.
내가 군대시절 휴가 때나 제대할 때도 여기 제천역에서 열차를 갈아 타고 집으로 왔던 기억이 난다.
그땐 참 설렜는데... 벌써 25년이란 세월이 지나갔으니.
이젠... 예비군도 끝나고... 민방위 대원도 끝나고...
어느새 국가에서 아무 쓸모없는 밥통 민간인이 돼버렸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역에서 변치 않는 것은 평행선으로 쭉~쭉~ 뻗은 두 가닥의 레일 뿐이다.
무심한 세월에
그 시절 그 사람들도 희미한 추억만 남긴 체
어디론가 모두들 떠나 버렸다.
드디어 열차가 들어왔다.
이른 새벽부터 청량리역에서 헉헉 거리며 달려 왔을 무궁화호 열차가
무지하게 반갑다.
눈이다~!!
여기까지 오는 내내 이슬비가 내렸는데
여기부터는 눈으로 바뀌어 내린다.
쌍용역을 지난다.
제천에서 제일 많이 다니는 열차는 여객 열차가 아닌 시멘트를 싣고 다니는 화물열차이다.
원래 이 기찻길은 여객 수송보다는 화물을 싣기 위해 철로를 놓은 것이다,
그것도 시멘트를 위해서.
여기도 시멘트 공장...
한국의 대표적인 시멘트 회사는 태백선을 중심으로,
제천부터 강윈도 동해, 삼척시까지 태백산맥을 축으로 모여 있다.
질 좋은 중석이 이 지역에 몰려 매장된 까닭이다.
어느새 영월 부근...
새로 우회 도로를 놓는 공사가 철길을 따라 이어진다.
새로이 다리를 놓고 터널도 뚫고...
저 산 위의 밭들이 전부 배추밭이다.
지금은 텅~빈 밭이지만 봄철부터 가을까지 이모작을 하는 고냉지 배추밭이다.
배추는 수분이 아주 많은 채소로
조금만 덥거나 습하면 금새 썩어버리고 또 물러서 아삭한 맛이 사라진다.
또 눈이 온다...
산을 올라가면 눈이 오고... 내려오면 비가 오고...
동강에 놓인 아치형 다리...
경적을 울리며 힘들어 하던 열차가 갑자기 속도가 붙는다.
또 배추밭이...
내년 봄 배추 재배를 위해 부지런한 농부는 밑거름을 갔다 놓았다.
산촌을 지나면 그냥 좋다.
유순한 풍경이 낯 익고...
언제나 그러하듯 평온함이 온 몸으로 스며든다.
영월...! 영월...!
지난 여름에 왔던 그 영월...
역사(驛舍)도 마치 궁궐의 전각처럼 운치있게 지었다.
역시 단종의 도시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도 이뻐서 몇 컷을 잡았다.
겨우 30초 가량 머물던 열차는 뭐가 그리 바쁜지 경적을 울리며 떠난다.
안녕~~~!
내 언제 다시 올지 모르지만 잘있거라~
영월의 높은 산에는 천문대도 있는 모양이다.
스모그가 없는 청정도시라는 증거로, 별빛이 쏟아지는 밤 하늘...
그리고 그대와 나...
어린시절 읽었던 알퐁스 도데의 "별" 이란 짧은
소설이 갑자기 생각났다.
프로방스의 어느 양치기 목동 어께에 살포시 기대어 잠이 든
어여쁜 주인 아가씨...
그리고 무수히 쏟아지는 보석 같은 별빛들...
바위들이 대부분 석회암이라 무른 까닭에,
강원도 지역엔 오랜 세월 침식작용으로 생긴 종류동굴이 많이 있다.
드디어 태백까지 왔네...
이곳 쯤 와야 강원도에 들어 선 본격적인 기분이 든다.
태백하면 탄광이 생각나고...
실제로 지금도 석탄을 채굴하는 탄광이 몇 개는 있다.
시커먼 사람들만 돌아다는
까만 도시인줄 알았는데... 아주 깔끔하네~??.
코레일 강원본부가 여기 있다.
한강 상류...
태백산 황지에서 발원하는 남한강이 흘러간다.
얼마나 깨끗하고 맑은지...
여름날 천렵하긴 여기 보다 좋은 곳이 대한민국엔 또 없을 듯 하다.
열차가 산속으로 접어들자 또 설산이 나타난다.
아에 여긴 평평 눈이 내린다.
민둥산 역이라~ 지난 해 늦은 가을이던가~?.
민둥산에 올라 시원한 억새밭 광경을 본 적이 있다.
그때 사진을 찍어와 카페에 올린 기억도 있고...
시골 간이역 치곤 좀 크지만 개점 휴업중인가~??.
얼라리~? 열차도 그냥 통과하네...??.
구름 낀 고즈넉한 산촌 들녁을 지나간다...
창 밖의 풍경은 이렇게 느긋하고 포근하고 아름답기만 한데...
우리는 왜 이리도 바삐들 사는 걸까?`
산 하나를 넘거나 지나면 풍경이 금새 달라진다.
지금처럼 구름 걸린 높은 산이 나오는가 하면...
눈 쌓인 설산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태백을 지나자,
갑자기 시골의 한적한 풍경은 금새 사라지고
고급 도시풍으로 창밖 풍경이 바뀌기 시작한다.
아니 이런 시골에~!!.
왠 고급 호탤이~? 강남 분구인가~??.
태백을 지나 사북역에서~
고한역까지는 그야말로 마천루의 숲을 이룬다.
카지노의 위력이 대단함을 실감한다.
내국인 전문 카지노 "강원랜드"가 있기 때문이다.
강원랜드는 태백을 지나 사북 직전에 고한의 산 능선에 있는데,
여기서는 코빼기도 보이질 않고...
호텔과 안마 시술소 등 유락시설들만 가득하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황폐해 가는 탄광촌의 부흥을 위해 정책적으로 설립한 시설이
내국인 전용 카지노이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전국에서 돈다발을 매고 남여노소
이곳 탄광촌 골짝으로 몰려든다.
잠시 내려,
"불랙잭 이나 바카라 아니면 쎄븐오디" 등
한판 쪼르다 가고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호텔과 위락시설이 많은 곳에는 돈다발이 굴러 다니고...
돈 냄새 맡고 ...
어여쁜 꽃순이들과 기생 오래비들까지 파리 때 처럼 우글우글 몰려 들었다.
그 속에서...
더러는 돈을 따고....
많은 사람들은 털리고... 웃고 탄식하는 사이~
흥청망청 눈 먼 돈들이 이손 저손을 거치며 돌아다닌다...
적당한 놀음은 자본주의의 멋과 여유로 여기는 게
통례이기도 하다.
미국의 라스베이가스나 홍콩과 마카오 그리고 지중해의 카사불랑카나 몬테카를로 등등...
내놓으라 하는 도박과 환락의 도시가 지구촌엔 여럿 존재한다.
돈이 돌아야 산업이 번성하고,
산업이 번창해야 소비가 살아나며,
소비가 살아야 경제가 부흥하는 것이 경제의 기본적 순환 원리이다.
경제는 톱니바퀴처럼 모든 시스템이 맞물려서
빈틈 없이 돌아야 하는데.
그 중에 어느 하나라도 제 구실을 못하면
연쇄적 도미노현상으로 금새 불경기가 오고 만다.
우리나라에도 한때는 저축만이 미덕인 시절이 있었다.
정부차원에서 국운을 걸고
저축을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기간산업을 조성하고 중화학 공장을 신축하는 등,
수출만이 살길이라고 전 국민을 쥐어짜던 지난시절.....
사실 저축 장려는 개발도상국 초기 단계에서 행하는 정책 노선이지,
선진국 진입 단계에서의 경제 정책은 아니다.
현재 한국의 경제적 현실은 저축이 아닌
소비가 살아야 경제가 사는 활성 단계에 진입해 있다.
따라서...
가진자가 봇따리를 풀어서 소비를 늘려야
경제가 돌아간다 이 말이다.
일본의 경제는 지금 고령화로 소득이 줄어들다 보니 소비가 얼어붙어
생산도 급속으로 줄어드는,
위축이 위축을 부르는 전형적인 디풀레이션에 빠져 중병을 앓고 있는 중이다.
강윈랜드 임 직원 아파트 단지가 산 비탈에 이렇게 있다.
큰 길에서 아파트 현관까지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어
마치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마트처럼.. 고급지다.
아~ 부러워~!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추전역"
그냥 지나치는 게 안타깝다,
이 역을 지나면 태백산맥을 넘었다는 증거이며
이제부터는 영동지방이다.
통리역에서 나한정 구간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스위치 백" 구간이다.
산이 가파라 열차가 직선이나 곡선으로 오르내리 질 못해,
직진과 후진을 지그재그로 운행하는 매우 흥미로운 구간이다.
안내 방송이 나온다.
4분 간 후진을 하니 여유롭게 주변을 구경하며 줄기시라고...
여기서부터는 전형적인 강원도 산촌의 간이역 풍경이 펼쳐진다.
한때는....
광부들의 거나한 술타령이 선술집을 들썩였을 탄광촌...
옛 영화는 간데 없고 쓸쓸함이 대신한다.
신기역....
여기서 내려 동쪽 산속으로 8km만 버스를 타고 가면 강원도에서 제일 아름다운
종류석 동굴인 "환선굴"이 있다.
창밖으로 눈보라가 또 스치며 날고 있다.
저 하얀 눈 덮인 밭이 고냉지 배추나 무밭들...
갑자기 한줄기 눈보라가 세차게 몰아친다.
목적지에 왔다.
동해역에서 내렸다...
나를 내려놓은 열차는 종착역인 강릉을 향해 다시 출발한다.
잘 가라~ 고맙데이~~~
대전서 동해까지 약 6시간의 열차 여행은 왕복 12시간을 타야 하는
긴~여정이다.
엉덩이에 종기가 날 꺼라 생각했는데...
변화무쌍한 창밖의 정겨운 풍경들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여기까지 왔다.
돌아 오는 길에 40여 분여의 환승 시간이 있어서,
제천역 대합실 한 켠에 있는 향토기업 한약 판매점엘 들어갔다.
십전대보탕 한 대접에 2천원,
쭉~들이켜니 힘이 불근~!!
제천이 전통 한약 중점 육성 특화 도시라나~?.
마른 한약재는 대략 봉지당 1만원선에 판매한다.
먹기 편리하게 각종 환약으로 만들어 봉지에 넣어 판매를 한다.
어딜가나 단골 술인 인삼주 물어보니 20만 원이라고...
선물용 액기스
밤 8시경의 제천역 앞의 풍경이다.
이른 새벽에 나섰는데 어느새 어두운 밤이 되었다.
오늘 제천역을 떠나면 언제 다시 올련지~
인연이 다으면 또 올테고...
어찌피 생의 대부분이 만남과 혜어짐의 연속이잖은가~!.
소설가 최인호의 글처럼
우린 모두가 "길위의 인생"은 아닐까~?.
삶이라는 명제을 안고 인생이란 길 위에서 태어나...
그 길를 따라 우여곡절을 겪으며 걷다가
지금처럼 어둠이 내리는 인생의 황혼역에 도착을 한다.
그리고...
어둠속으로 가뿐 숨을 몰아 쉬며 사라지는 쓸쓸한 나그네...
그것이 인생아닐까~?.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는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려 있다.
생각이 절반을 차지하고
나머지 절반은 행동이 좌우한다.
한번뿐인 생은 대단히 중요한지라
그냥 허송세월로 보내기에는 너무도 억울한 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그대, 인생열차를 함 타보시면 어떨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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