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해 열린 절집... "선암사(仙岩寺)".
마음을 열면 세상이 모두 불국토(佛國土)이거늘
절집 저만치 앞선 화려한 일주문(一柱門)이 무슨 소용이랴~!.
코로나로 세상이 얼어붙어도
어김없이 계절은 오고 가며,
봄은 이렇게 또 찾아와 매화(梅花)를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대전에서 오후 늦게 순천 낙안읍성(樂安邑城)에 도착했다.
입구의 한옥펜션에 잠지리를 마련하곤
곧바로 어둑 어둑한 초저녁에 성루(城樓)에 올라
마을을 대충 돌아본 후,
저녁을 먹고 나니 나른한 몸이 이내 골아떨어졌다.
"쿵~! 쿵~!."
"아니, 이게 뭔~소리~??."
"이 밤중에 장작을 패는 저 놈은
도되체 어떤 염병할 놈인겨~??."
"참나~!. 환장하겠네~!."
적막을 가르며 지축을 흔드는 소리에
비몽사몽(非夢似夢) 비실거리는 몸을 겨우겨우 추스리며
문을 밀고 밖으로 나가니...
안개 자욱한 산사(山寺) 입구에서...
왠 노승(老僧)이 옷도리를 벗어제끼고서리,
깡마른 몸에 땀인지 눈물인지 범벅인 얼굴로
끙끙대며 도끼를 휘두루고 있었다.
몇 아름이나 되는 웅장한 일주문(一柱門) 기둥을
마치 장작을 패 듯,
군데 군데 날이 빠진 낡은 도끼로 사정없이
찍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게 우찌된 일이랴~??."
"아니 멀쩡한 저 일주문(一柱門)을 왜~??."
"아이고 큰일났네~!!.
이 황당한 모습에 어쩔줄 모르고
동동거리는 나를 봤는지 못 봤는지...
그는 들릴 듯 말듯한 소릴 중얼대며
산문(山門)을 사정없이 내려찍고 있었다.
"마음 한 번 크게 열면 온 세상이 불국토(佛國土)인 것을...
이따위 육중한 문(門)이 왜~!."
"에이 써글놈들~! 에이 써글놈들~!."
"뚜두둑~ 쿵~!!."
산문 넘어지는 벼락 같은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눈을 번쩍 뜨니...!.
꿈이었다!.
"휴~!. 이런 젠장~!."
꿈속에서 얼마나 버둥거리며 놀랬는지...
등줄기와 목덜미에 땀이 흥건하다.
"도대체 뭔 꿈이 이리 살 떨리고 정신 사나운겨 그래~??."
"이이구 놀래라~~!!."
그것도 잠시
언제 꿈을 꾸었냐는 듯,
피곤에 지친 몸이 쓰러지며 금새 단잠에 빠져들었다.
이튼날 누룽지를 끓여 아침 식사를 해결한 나는,
녹음속에 고즈넉한 낙안읍성(樂安邑城)을 한바퀴 돌고 나서
곧 바로 선암사(仙岩寺)로 향했다.
수령 600년 세월을 자랑하는
늙은 매실(梅實)이 이 봄날에 몹시 궁굼했기에...
산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녹음 사이로 하늘을 올려다 보니
청명한 하늘이 거울처럼 선명하고
공기마저 상쾌하다.
"그래~!. 지난밤 그 요상한 꿈~?."
"그 일주문~?."
너무도 생생하여 걸음이 빨라진다.
언제 보아도 단아한 운치를 자랑하는
멋진 아치형 돌다리 승선교(昇仙橋)를 건너,
신선(神仙)이 내려와 머물다 갔다는 강선루(降仙樓)를 지나도
일주문(一柱門)이 보이질 않는다.
"아니, 이 절집엔 일주문이 어디에 있지~??."
왠만한 큰 절엔
마치 절집 위상을 자랑이라도 하듯,
거대하고 휘황찬란한 일주문(一柱門)이
산사(山寺)를 멀리 나와
한길을 가로막고서리
입을 떡하니 벌리고 서 있게 마련인데...
계곡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도 도통 보이질 않는다.
"그럴리가 없는데...
분명 이 근방(近方)일 텐데...?."
어제 꿈속에서 본 모습...
땀인지 눈물인지를 뿜어내며 장작을 패듯이,
산문(山門) 기둥을 찍어내던
그 말라깽이 스님도 이곳 어딘가에 계시지 않을까~?.
나는 숲속 저만치 낡은 기와지붕만 살짝 드러난 절집을 향해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외쳤다.
"스님~!."
"어젯밤 내가 꿈속에서 또렷이 본
그 생생한 모습이...
정녕, 바람결에 스쳐간 개꿈 같은 춘뭉(春夢)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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