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 등산

산수유꽃이 폈다... 지리산 산동면

산수유꽃이 폈다~! 

노오란 산수유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지리산 성삼재에 올라 길가에 잠시 차를 세우고서 혹시나 하고 산수유마을을 내려다 보니...

세상에~!!! 산수유가 노오랗게 온 동네를 덮고 있는게 아닌가~!!.

와우~ 폈다 ~! 폈어~! 산수유가 폈다 !!

섬진강으로 내려가 광양땅 매실농원의 매화꽃을 보고 바로 저 산동으로 올라 올 생각이다.

갑자기 마음이 설레며 급해진다.

 광양 매화마을에서 하얀 매화꽃을 보며 감탄을 하고

다시 구례를 지나 산동땅으로 올라오자,

길 옆으로 샛노란 개나리와 함깨 가로수로 심은 산수유가 활짝 폈다.

어느 게 개나리고 어느 게 산수유꽃인지 온통 노랑꽃 천지다.

온천지구 입구로 들어서자 산수유축제를 알리는 걸개그림이 걸렸는데,

다음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29일~31일까지) 3일간 한다고 써 있는게 아닌가~??.

 이미  꽃이 활짝 핀 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듯 연신 차들이 올라간다.

 아무리 둘러봐도 지금이 절정인듯 한데..

다음 주면 꽃이 거의 시들어서 샛노란 꽃이 탁하고 어두운색으로 변한다.

작년에는 너무 일찍 축제를 열어 꽃이 절반도 안 폈었다. 그런데 올해는 그 반대이니...

날짜 맞추기가 이렇게 어렵다.

 상위마을 입구 하천에 핀 산수유.

와우~!! 완전~ 절정이다 절정!!.

 몇년 째 이 마을을 찾아오지만 올해는 개화 날짜를 정확하게 맞춰서 온 것 같다.

 작년 산수유 축제날에는 절반도 안 폈었다

성삼재을 비롯한 노고단 정상에는

간밤에 내린 눈으로  상고대만 하얗게 펴 절경이었던 지난날의 기억이 새롭다.

 이 샛노란 아름다움!!

산수유는 유독 척박한 땅을 좋아한다

돌담의 작은 틈이나 물가의 바위틈을 비집고 어럽게 자라나는 특성이 강하다.

 노고단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과 어우러진 산수유꽃의 아름다움은

형용키 어려운 감동을 준다.

 옛날... 아주 오랜 옛날에...

 중국(中國) 산동성(山東省)에 사는 한 처녀가

어찌어찌 하다보니 이곳 지리산 산촌마을로 시집을 왔다는데...

 산동성 고향마을에 지천으로 피었던 몇 알의 산수유 씨앗을 가지고 와,

고향생각 날 때 꽃이라도 보려고 밭둑에 심었던 것이

이렇게 온 마을로 퍼지게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그래서 이곳 지명도 그 처녀가 살던 중국 산동성(山東省)의 지명을 따서

산동이라 했단다...

 시집 온 그 새댁은 산수유가 지금처럼 노오랗게 필 때면

고향땅 산동성을 얼마나 그리워하며 눈물을 흠쳤을까~

왠지 그 전설을 떠올리면 아스라한 안타까움과 애틋함이 묻어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이곳에 와서 보면 알 수 있지만 마을 지형이 비탈인데다 거의가 돌밭이고 바위투성이라

밭이나 논이 타 지역 보다 많이 적은 편이다.

 살기는 살아야 겠고...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보니...

한약재로 요긴하게 쓰이는 산수유를 우연히 마을 도랑가에서 발견하고는

집집마다 돌담 밑이나 밭둑에 한 두 구루씩을 심고 키웠단다.

 신(腎:콩팥)을 보호하고 남성들의 정력(情力)을 보강해준다는 산수유...

한방에선 귀한 약재로 대접 받으며 가격도 다른 약재 보다 비싼 편이다.

이렇게 춘삼월 중순경에 노오랗게 꽃이 피며,

무서리가 내리는 시월 말이나 동짓달에 온 나무를 빨갛게 물들이며

구기자처럼 생긴 열매가 가지 가득 주정주렁 매달린다.

 지붕을 덮는 산수유나무 한 두 그루만 울 안에 있으면,

대학 보낸 아들녀석 반년치 등록금 걱정을 덜었다는 고마운 나무였다.

 이 열매가 익어

빠알갛게 매달린 풍경 또한 멋진 장관을 연출한다.

 그러면 동네 장정들이 커다란 대나무 장대로 바닥에 멍석을 깔고는 툭툭 치면서 털어낸다.

 그 담부터 할 일은 아낙네들 몫이었다.

 말랑말랑한 열매 속에 커다랗고 단단한 씨가 하나씩 들어 있는데,

산수유씨는 독성이 있고 단단하여 빼내야 약제로 쓸 수 있으며 팔 수도 있다.

이게 또 보통일이 아니다.

 손톱으로 눌러서는 잘 나오지도 않고 힘만 들며 속을 태운다.

 그래서 생겨난 기발한 방법이

앞니로 물어서 터트려 씨를 빼내는 방법을 터득했다.

앞니로 물어 톡 터트리면 신통하게도 시큼한 과즙이 터지며 껍질속의 씨가 쏙~ 빠져 나온다.

 이리하여 씨는 뱃어내고 껍질을 모아서 볕 좋은날 멍석에 깔고 바짝 말리면,

한약재로 쓰이는 빛깔 좋은 산수유가 완성되는 것이다.

 겨울이면 온 동네 아낙들이 군불 치핀 어느집 안방에 모여 앉아

시큼털털한 산수유 열매를 깨물어 씨를 발라내며,

길고 긴 겨울을 나는 것이 이마을 풍경이다.

 눈썰미 좋은 분들은 가서 보셨겠지만...

동네 아낙들 앞니는 대부분 달아서 빠지고 망가져 일부분을 쒸우는

라미네이트나 혹은 틀니를 하고 다닌다.

 목구멍에 풀칠 하기도 어렵던 옛 시절...

이곳 산동골로 시집 보낸지 삼년만에 처음으로 친정집에 온 큰딸 앞니를 언듯 보니,

몽당빗자루 마냥 달아버린 딸년 앞니를 보고 놀란 친정엄니는

얼마나 속이 상하고 맘이 아팠을까~?.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어...

자꾸 손으로 입을 가리고 돌아앉던,

어린 딸 마음도 쓰리고 아프긴 매한가지였을 것이다...

 이렇듯,

고단하게 근근이 살아가던 산촌 마을이 지금은 봄맞이 관광지로 이렇게 변했으니...

그야말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따로 없다.

 언제부터인지 산촌마을엔 이런 넓은 주차장이 생기고 산수유꽃이 만발한 동네를 

한 눈에 내려다 보는 전망대까지 생겨났다.

 마을 사람들은 가구마다 하나씩 집 앞 골목에 좌판을 열고

산수유니... 산나물이니...약초니... 하는 잡다한 물건들을 팔며,

손님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눈에서 빛이 난나.

 

장사도 좋지만...

눈살 찌푸리게 하는 마을 구석 구석에 버려진 농자재 비닐조각이나

도랑가에 널부러진 폐 전선과 쓰레기들을,

말끔하게 치우고 손님들을 맞이했더라면 얼마나 보기 좋았을까~

돌담도 이쁘게 돌보고... 안내판도 군데군데 정답게 세우고 말이다.

해마다 찾아오는 많은 상춘객들이 마을 경제에도 적잖은 도움을 준다는 걸 안다면,

저리 당장 눈 앞의 이익에만 혈안이 되진 않을 것이다.

 

너무도 풍경이 아름다워 카메라를 들이대고 보면 피사체 옆으로 어김없이 나타나는 쓰레기들...

속상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허나~! 안타까움 보다는 아름답고 황홀한 풍경이 아직은 더 많으니...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섬진강가 광양의 매화 핀 산촌마을도 너무너무 아름다웠지만,

여기 산수꽃이 지천인 지리산 산동면 상위마을도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개울 옆으로 이렇게 저절로 자라난 산수유가 그럼처럼 이쁜 이곳....

 전국 어디에 또 이런 풍경이 있겠나~

 산비탈 동네 밑으로 펼쳐진 지리산 온천지구엔

각종 펜션들과 유스호스텔 그리고 호텔들이 들어서 있다.

 가족 단위로 찾아와서 온천욕도 즐기면서 산수유꽃도 감상하면 더 없이 좋을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즐거움이 있은 곳.

 바로 지리산 온천지구의 산수유마을이다.

 섬진강 매화마을로 해서 이곳 산수유가 지천인 산동땅까지...

오늘은 정말이지 봄꽃에 듬뿍 취한 하루였다.

나는  이렇게 아름다운 남녁의 흐드러진 봄꽃 풍경을 잊을 수가없다.

해마다 봄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은 이렇게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꽃 풍경을 고대하기 때문다.

그래서 늘 이맘때면...

정겨운 꽃동네가 그리워 설레는 마음을 안고 남녁땅으로 달려 오곤 한다.

그리고는 이렇게 꽃물결에 흠뻑 취해서 행복한 마음으로 돌아간다...

 

여행은 이토록 설렘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으며...

가슴 푸근한 느낌표가 함께하는

삶의 또 다른 여유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