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 등산

혼불 문학관(文學館)에서... 남원시 사매면

원회 choi 2019. 7. 20. 15:17



남도(南道)를 떠돌다...!

"혼(魂)불 문학관(文學館)"에서,
안타깝게 떠난
최명희(崔明姬)님을 그리워합니다.


"혼불"은 소설가 최명희(崔明姬)씨가 쓴

장편소설입니다.


1981년 "동아일보 창간 60주년 기념 장편소설공모"
제1부가 당선되어
세상에 처음 선을 보입니다.


1988년 9월부터 제 2부가 월간 "신동아"에 연재되기 시작하여
1995년 10월까지 만 7년 2개월 동안 계속되어,
국내 월간지 사상 최장기 연재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던 작품입니다.


이후 신동아 연재 부분과,
새로 집필한 부분이 더해지고
기존 작품을 대폭 수정 보완하여,
1996년 12월에 전 5부 10권으로 한길사에서 출간합니다.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 초
전라북도 남원을 배경으로...


몰락해 가는 매안 이씨(李氏)

종가(宗家)의 종부(宗婦) 3대가 겪는
삶의 여정을 그려낸 "혼불"
역사적 사건의 추이(推移)를 더듬는 여느 대하소설들과는 달리,


한국인의 세시풍속과, 무속신앙, 관혼상제,
관제, 직제, 신분제도, 의상, 가구, 침선(바느질), 음식, 풍수 등...


당대의 삶에 대한 풍물과 가치를 눈에 잡힐 듯
섬세하고 꼼꼼하게 형상화한 작품으로
역사적 사료를 폭넓게 해석한 수준 높은 작품입니다.


평론가들은 이 작품에 대해

"방대한 고증과 치밀하고 섬세한 언어 구성,
생기 넘치는 인물 묘사로
우리 민족혼의 원형을 빚어냈다"고 극찬을 하기도 했습니다.


작가 최명희는
무려 17년 동안 오롯이 이 한 작품에 기울인 공은 각별했습니다.


"혼불"의 주요 무대가 된
중국 동북지방과 선양(瀋陽), 목단강(牧丹江) 유역 등을 돌아다니며
조선족들을 만나 취재한 64일간의 대장정은
그 중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최명희는 1994년 초
일리노이주립대학교 동양학연구소 초청강연을 시작으로
시카고대학교를 비롯하여
미국의 여러 대학의 초청을 받아 열강을 하며
작가로서의 혼을 불태웁니다.


그러던 중 안타깝게도 난소암에 걸립니다.
그녀는 암 투병으로 몇 차례 혼절을 거듭하면서도
원고지 1만 2,000매 분량에 이르는
혼불의 집필과 수정, 보완 작업을 매듭지었으며,
제 5부 작품 완간 1개월 뒤 기어코 쓰러져 입원을 합니다.


그러나 그녀의 작가정신은
3차례의 수술과

2년여 투병중에도 이어지며

1996년에 초간본이 출판된 것입니다.


이후 작가는
암이 악화되어 중환자실에서 투병하는 쇠약한 몸으로
제 5부 이후에 관한 부분을 구상하고

자료를 정리하는 투혼을 발휘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끝내 나머지부분을 집필하지 못하고
1998년 12월 52세로 세상을 떠납니다.


"혼불"의 중심 이야기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지나는 동안...


남원의 매안 이씨(李氏)

양반가문이 터를 잡은 "매안마을"
천민들이 모여 사는 인근의 "거멍굴"을 중심으로...


매안 이씨 가문의 삼대(三代)를 이루는 청암부인과

그 아들 이기채 부부,
손자 이강모와 허효원 부부,
그리고 거멍굴 천민인 춘복이 등이 주요 인물이 되어

방대하게 전개됩니다.


소설은 강모와 효원의 혼례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둘의 결혼생활이 순탄치 않으리라는,
예사롭지 않은 여러 전조가 나타나는데...


결국 신부는 첫날밤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날을 새는 수모를 당합니다.


신랑 강모가 사촌누이 강실이와
상피(相避) 즉 범해서는 안 될 일을 범하며
사랑을 몰래 불태우던 터였기에,

시집 온 신부에게 관심조차 없었기 때문입니다.


강모는 방황 끝에 만주로 떠나고
효원은 본의 아니게 외로이 청상과부(靑孀寡婦)가 되어
이씨 가문(家門)을 이끌어야 하는 비극적 운명을
시할머니 청암부인으로부터 이어받게 됩니다.


집안의 대들보이면서 기둥인 청암부인도

시집 온 첫날밤에 신랑이 시름시름 앓더니만

이튼날 급사(急死)하는 변고가 생겨

지금까지 청상과부(靑孀寡婦)로 한많은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쓰러져 가는 가문을 일으켜 세우고
가솔들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 모두에게 강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인물이 됩니다.


그녀는 매안마을 뿐만 아니라
천민촌 거멍굴 사람들에게도 신망이 매우 두터워
그녀의 말은

지역 일대의 법(法)으로 통합니다.

그러던 청암부인의 죽음은

강력한 리더의 상실로 이어지며
그간 잠재되었던
반상(班常) 즉 양반과 상민들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이씨 가문에 위기가 닥칩니다.


이런 힘겨운 격동기에 청암부인의 뒤를 이어
이씨 가문을 되살릴 책무가
효원에게 부여된 것입니다.


한편 거멍굴 천민들을 대표하는 인물인 춘복이는

양반들이 득세하는 세상이 하루빨리

뒤집어지기를 늘 꿈꾸며 살면서

한편으로는 양반가 처자 강실이를 사모합니다.



그러던 중 강실이에게 자신의 아이를 수태시키는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맙니다.

이 일로 강실이는 곤경에 처하게 되는데...
효원의 도움으로 모면하는 듯 사건이 진행됩니다.


애석하게도 소설이 미완이라...
사건의 전모나 이 후를 가늠할 수는 없습니다.
이 소설의 이야기가
이런 사건만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건 아닐 것이 분명한데...


그렇다고 소설의 줄거리를 단언하거나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줄기에서 확산된

이야기의 분량과 비중이 여러 갈래로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소설 "혼불"이
사건 중심으로 쓰여진 여느 소설과 다른 점은,
서사적(敍事的) 구성과 사건의 연속성으로 이어지는
서사기법(敍事技法)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민속과 문화에 대한 정보를

직접 기술하거나
형상화의 동기로 삼은 대목들이 곳곳에 등장할 뿐만 아니라,


문서나 전적(典籍)을 비롯하여
설화나 민요, 판소리 대목이 인용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상(思想)과 철학적(哲學的) 이치(理致)를

토론하는 대목들도
종종 있어,
작가의 폭넓고 해박한 지식이 유감없이 발휘된
보기드믄 수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곧잘 곁가지를 뻗어갑니다.
혼불은,
소설 장르를 넘어서는 듯 보이기도 했지만,
이것은 여러 담론을 융해하는 과정에서 적용된 하나의 가지일 뿐이며
소설의 본질적 틀을 넘어서지는 않습니다.


작가 특유의 세심하게 다듬은 문장 하나 하나가
소설의 문체미학을 한 차원 드높인 것은

이 소설이 간직한 매끄러운 아름다움이며,
작가의 혼을 불어넣은 역작임이 곳곳에서 느껴져
감탄을 하게 합니다.



"혼불"을 말하길... 민족적 혼이 짙게 배인
수준 높은 작품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이 작품이 단순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내는 소설만이 아니며,
깊은 역사적 타당성을 논리적(論理的)으로 직시하고 있음을
최명희(崔明姬)는 "혼불"에서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혼불에 너무나 많은 열정을 쏟아부었기 때문일까~?.
결국 쇠약햐진 몸에 병마가 찾아들어
아까운 나이에

훌륭한 작가 한 분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가 남긴 소설 "혼불"은 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짊어진
삶의 무게이며,
내일을 꿈꾸는 희망의 등불이기도 합니다.


고인(故人)의 명복(冥福)을 빕니다.


* 전북 남원시 사매면 서도리 혼불 문학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