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서회(旅夜書懷): 나그네, 밤에 회포(懷抱)를 쓰다... 두보(杜甫)
두보(杜甫) 나이 54세 때인
서기 765년 5월부터,
성도(成都)의 완화초당(浣花草堂)에서
자신을 물심양면(物心兩面)으로 돕던 친구 고적(高適)과 엄무(嚴武) 덕에
막부의 낮은 벼슬이나마 얻어 3년간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않아 엄무(嚴武)가 갑자기 병으로 죽자,
그는 또 다시 가족을 이끌고 서러운 유랑(流浪)길로 나선다.
두보(杜甫)는 성도(成都)에서 친구 엄무(嚴武)의 도움으로 얻은
"공부원외랑(工部員外郞)"이라는
엄무(嚴武)의 비서 격 벼슬을 끝으로 더 이상은 관직(官職)을 얻지 못했다.
두보(杜甫) 생애(生涯)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추흥1수(秋興一首)"를 소개하면서 풀어놓았으니 여기서는 생략 한다.
旅夜書懷(여야서회): 나그네, 밤에 회포(懷抱)를 쓰다.
細草微風岸(세초미풍안): 언덕의 가는 풀잎 미풍에 흔들리고
危檣獨夜舟(위장독야주): 돛단배에 홀로 이 밤을 지새우네.
星垂平野闊(성수평야활): 별이 드리워진 들판은 더없이 활량하고
月湧大江流(월용대강류): 흐르는 큰 강물 달빛에 일렁인다.
名豈文章著(명기문장저): 어찌 글로 이름을 낼까마는
官因老病休(관인노병휴): 늙고 병들어 벼슬마저 쉬는구나.
飄飄何所似(표표하소사): 떠도는 이 신세 무엇과 같을꺼나
天地一沙鷗(천지일사구): 천지간(天地間) 모래톱의 한마리 갈매기로고.
이 시(詩)는 성도(成都)에서 출발해 민강(岷江)을 떠나 장강(長江)을 따라서
충현(忠縣)이란 곳까지 나룻배로 가는 도중에
밤이되자 강가에 정박(渟泊)하고 눈 붙이기 직전에 지은 시(詩)이다.
시(詩)을 보면 전반에는 자연(自然)의 경치(景致)를 읊고
후반에는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술회했다.
하늘에는 별이 가득 빛나고
도도하게 흐르는 드넓은 강물엔 달이 훤하게 잠겨 흐른다.
이 밤...
강가에 배를 대고 뱃전에 누워있는 그는
처연한 심정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천하(天下)에 명성(名聲)을 떨치려면
글재주가 뛰어나거나 높은 벼슬을 해야겠지만,
글재주는 변변찮아 그것으로 명성(名聲)을 떨치기는 이미 글렀고,
낮은 벼슬마저 늘고 병들어 그만두게 되었으니...
이래저래 마음만 착찹하다.
초라한 내 신세가
하늘과 땅 사이를 나는 한 마리 자그마한 갈매기와 뭣이 다르랴...
이룬 것 없고,
정착할 곳 조차 없는 늙고 병든 초라한 몸이 되어
강물 위를 떠도는 절박한 상황이지만,
끝내 버리지 못한 벼슬길에 대한 아련한 미련이 시(詩) 속에 잔잔히 흐른다.
이 시(詩)는
두보(杜甫) 특유의 착찹하고 침울한 정서(情緖)가 잘 드러난 시(詩)이다.
그의 쓰라린 인생역정(人生歷程)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