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발백제성(早發白帝城)... 이백(李白)
이백(李白)은
55세 때 당(唐) 현종(玄宗)의 아들 중 한 명인
영왕(永王) 이린(李璘)의 반란에 적극 가담했었다.
현종(玄宗)의 뒤를 이어 엉겁결에 즉위한 영왕(永王)의 맏형인 숙종(肅宗)과
기(氣)싸움으로 대립하다 결국 싸움이 붙었는데,
이린(李璘)이 대패(大敗)하여 영왕(永王)의 막료(幕僚)로 있던 이백(李白)도
강서성(江西省) 구강현(九江縣) 심양(尋陽)의 옥에 갇히는 꼴이 되고 만다.
그 뒤 귀주(貴州)로 유배령(流配令)을 받고 떠나가던 중
유주(渝州)의 벡제성(白帝城)에 도착했을 무렵,
궁중생활 당시 친분이 있던 곽자의(郭子義) 장군의 노력으로 어렵게 사면(赦免) 된다.
곽자의 장군은
안록산의 난(安祿山之亂)을 진압한 장수로 당(唐)나라의 최대 충신 장군이다.
이 소식을 들은 때가 이백(李白)의 나이 59세로
당시로서는 꽤나 노쇠한 나이였다.
早發白帝城(조발백제성): 아침에 백제성을 떠나며
朝辭白帝彩雲間(조사백제채운간): 이른 아침 노을 사이로 백제성(白帝城)을 떠나
千里江陵一日還(천리강릉일일환): 천리 길 강릉(江陵)을 하루만에 돌아왔네.
兩岸猿聲啼不住(양안원성제부주): 양쪽 강기슭의 원숭이 울음소리 그치지 않는데...
輕舟已過萬重山(경주이과만중산): 경쾌한 배는 이미 만 겹산을 지났다네.
사면(赦免) 전갈을 받고는 놀랍고 기뻐서 그 즉시 배를 타고 강릉(江陵)으로 되돌아가며
뱃전에서 일필휘지(一筆揮之)로 써내려간 시(詩)로 알려진다.
장엄한 백제성(白帝城)은 영롱한 구름 사이로 아침 햇살을 받으며 우뚝 서 있다.
이백(李白)은 흥분된 마음으로 배에 올라 강릉(江陵)으로 돌아간다.
강릉(江陵)으로 가기 위해서는 삼협(三峽)을 지나야 하는데
그 길이가 자그마치 700여 리나 되고,
급하게 굽이치는 새찬 물살과 깎아지른 협곡(峽谷)은
그야말로 심장을 오그라들게 만드는 악명 높은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또한 이 절벽에는 원숭이들이 무리지어 사는데,
그들이 울어대는 울음소리가 어찌나 구슬픈지
협곡(峽谷)을 지나는 이들은 저녁 무렵에 그 소릴 듣고는 울지 않는 이가 없다고,
두보(杜甫)도 그의 시(詩) "추흥(秋興)"에서 노래했던
험난한 대협곡(大峽谷)이 바로 삼협(三峽)이다.
따라서 본 시(詩)는 험난한 삼협(三峽)의 급류를 타고 내려가면서도,
너무도 기쁜 마음에 힘든 줄도 모르고
단숨에 내닫는 모습이 일사천리(一瀉千里)로
시(詩)에 역동(力動)치고 있슴을 느낄 수 있다.
이백(李白)이 탄 작은 돛단배는
굽이치는 격량 속에서도 쏜살 같이 협곡(峽谷)을 지나간다.
절벽에 사는 원숭이들의 울음소리는 끊이지 않고 뱃전을 울리는데,
이백(李白)을 태운 배는 장풍(長風)을 타고 날듯이
만 겹의 산을 지나 천리(千里)길의 협곡을 뚫고 강릉(江陵)에 도착한다.
본 시(詩)에서 "환(還)"자는
마치 고향(故鄕)에 돌아온 듯한 기쁨이 서려있고,
"경(輕)"자는 작가의 홀가분한 심정이 잘 드러나 있다.
석양(夕陽)은 서산으로 막 넘어가며 저녁노을은 점점 빛을 잃어가지만,
시인(詩人)의 심정만은
아직도 아침에 백제성(白帝城)을 떠날 때처럼 설레며 경쾌하다.
이 시(詩)에는 기쁨에 넘친 이백(李白)의 벅찬 감정(情感)이 잘 드러나 있으며,
읽는 독자(讀者)로 하여금 가볍고 경쾌한 멋을 시원하게 선사한다.
따라서 본 시(詩)의 묘미(妙味)는
내용보다 기법(技法)인 수사(修辭)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본 시(詩)를 소리내어 읽다보면
환하고 미끈하게 이어지는 정서(情緖)와 경쾌한 정감(情感)이
시원스레 솟아남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명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