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봉이구년(江南逢李龜年): 강남에서 이구년을 만나다... 두보(杜甫)
강남(江南)에서 이구년(李龜年)을 다시 만나다.
이 시(詩)는 두보(杜甫) 나이 59세 때
서기 770년(대종 5년)에 쓴 작품으로
"당시선(唐詩選)"과
우리나라 세종(世宗) 때 한글을 널리 알리고자 출간한
"두시언해(杜詩諺解)"에도 수록된 명시(名詩)이다.
안사의 난(安史之亂)을 겪으며 말년(末年)에 유랑생활을 하던 두보(杜甫)가,
지난 태평시절(太平時節)
장안(長安)에서 가끔 만났던 명창(名唱) 이구년(李龜年)을 뜻밖의 장소인
강남(江南) 땅 담주(潭州)에서 쇠락한 모습으로 재회(再會)하게 되면서
느낀 감회(感懷)를 시(詩)로 옴긴 작품이다.
화려한 시절을 다 보내고
유락(流落)한 신세가 된 현재의 처지를 낙화(落花)에 비유하며,
자신의 감정을 시(詩)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내어 표현하지는 않았으나,
시(詩) 전편(全篇)을 통해 한없는 비애(悲哀)와
인생(人生)의 무상(無常)함이 저절로 느껴지게 하는 명시(名詩)이다.
특히 과거의 영화로운 시절과 화사한 강남의 풍경,
그리고 황혼기에 접어든 유랑인생(流浪人生)과
낙화시절(落花時節)의 대비가 돋보이는 두보(杜甫)의 명작(名作)이다.
江南逢李龜年(강남봉이구년): 강남에서 이구년을 만나다.
岐王宅裏尋常見(기왕택리심상견): 기왕의 저택에서 자주 그대를 보았고
崔九堂前幾度聞(최구당전기도문): 최구의 집에서도 여러 번 들었지요.
正時江南好風景(정시강남호풍경): 바야흐로 강남의 풍경이 화사한 이 때
落花時節又逢君(낙화시절우봉군): 꽃 지는 시절에 그대를 이렇게 만나는구료.
- 주(註) -
이 작품의 시제(詩題)에 나오는 "이구년(李龜年)"은
당(唐) 현종(玄宗) 때의 "명창(名唱)"으로,
황실(皇室)과 귀족(貴族)들의 저택을 드나들며 창(唱)으로 이름을 떨치던 인물이다.
안사의 난(安史之亂)으로 나라가 뒤집어지자
그는 장안(長安)을 떠나 강남(江南)을 떠돌았다.
이구년(李龜年)은 자신의 처량한 신세와
황제(皇帝)의 총애를 받던 지난날을 종종 회상하며 술에 취해 자주 눈물을 흘렸다.
그런 자신의 모습을
그는 사람들 앞에서 굳이 감추려들지도 않았다고 한다.
강남지방(江南地方)을 배회하며 경치 좋고 꽃 좋은 시절을 만나면,
제 흥에 취해 사람들 앞에서 종종 노래를 불렀다고 하는데...
듣는 이 모두 감탄하며
울지 않는 이가 없었다고 전하는 당대(唐代)의 명창(名唱)이다.
시(詩) 첫 구절의 "기왕(岐王)"은
현종(玄宗)의 아우 "이범(李範)"을 말한다.
그는 문인(文人)들과 교류가 잦았던 문학(文學) 애호가(愛好家)여서
두보(杜甫)는 젊은시절 시(詩)로써 어느정도 명성을 얻을 무렵
그의 집에 가끔 출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두번 쨋 구의 "최구(崔九)"는 현종(玄宗) 때 비서감(秘書監)을 지낸
"최척(崔滌)"을 가리킨다.
여기서 구(九)라 함은 항렬로 아홉 번째를 말하는 것으로
최척(崔滌)을 높여서 부른 말이다.
최구(崔九)는 낙양(洛陽)에 저택이 있었는데,
두보(杜甫)는 젊은시절 유람길에 최구(崔九)의 집에도 종종 드나들 정도로
당대(當代)의 명사(名士)들과 교류가 있었다.
이때 창(唱)으로 명성을 날리던 이구년(李龜年)을
기왕(岐王)의 저택에 이어 최구(崔九)의 집에서도 자연스럽게 만나곤 했었다.
그후 전란을 피해 12년간이나
장강(長江)을 따라 떠돌던 두보(杜甫)는 꽃 피는 봄날,
장안(長安)에서 천리(千里)나 떨어진 머나먼 강남 땅
담주(潭州) 즉 오늘날의 허난성(湖南省) 장사시(長沙市)에서 이구년(李龜年)을 우연히 다시 만났다.
두보(杜甫)나 이구년(李龜年)이나
둘다 초취한 그야말로 난민(難民) 신세가 되어 이렇게 다시 만났으니...
그 반가움과 놀라움 뒤로
북받치는 서러움을 어찌 다 쏟아낼 수 있었겠는가...!.
그대는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소~?.
이토록 아름다운 강남에서 그것도 꽃 피는 화창한 봄날에...
처량한 떠돌이 신세가 된
지난날 명가수(名歌手)와 병들어 떠도는 대시인(大詩人)의 안타까운 만남을
짧은 절구(絶句)에 담아 낸 시(詩)로,
깊이 흐르는 연민의 정(情)이 읽는 이로 하여금 눈물 짓게 한다.
마지막 구절 "꽃 지는 시절"이란 표현은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당(唐)나라의 현실과
정처없이 떠도는 자신들의 인생 처지를 빗댄 표현으로,
늙고 병든 나이와 망해가는 조국(祖國)의 현실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기막힌 표현이다.
두보(杜甫) 생애 마지막 시(詩)가 된 칠언절구(七言絶句)의
"강남봉이구년(江南逢李龜年)"은
보기드문 명작(名作)으로
후대에도 높이 평가받는 역작(力作) 중에 역작(力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