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한여름밤에 퍼붓는 초대형 폭포쑈... 계림(桂林)

원회 choi 2013. 6. 29. 22:17

 

제14경... 한 여름밤에 퍼붓는 초대형 폭포 쑈
계림(桂林) 이강폭포호텔(Lijiang Water Fall Hotel)

 

나는 요산(堯山)에서 내려오자마자

호텔에 들어와 일찍 저녁식사를 끝내고 한가롭게 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객실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누굴까~?. 내게 전화를 건 사람이~??.

 

궁금하여 받아 보니 다름 아닌 나를 안내하는 가이드 Mr.정(鄭)이였다.

이 친구 하는 말~
"기가막힌 것을 보여줄테니

아무것도 자져오지 말고 달랑 카메라만 챙겨서 지금
호텔 로비로 내려오세요~ 형님".
무슨일이냐고 물으니,

가보면 안다면서 어서 내려오기나 하라는 것이었다.


입고 있던 그대로의 반바지차림으로

카메라만 달랑 들고 맨발에 센달 신고 호텔로비로 내려가니...
호텔 앞에 서 있는 흰색 폭스바겐 승용차를 가리키며 타잔다.

그의 승용차를 타고 가면서 하는 말이...


자기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조금전에 생각이 났다면서,

집에서 편안하게 입고있던 차림 그대로의

반바지 차림으로 이렇게 부랴부랴 오는 길이라고 했다.


정말 Mr정(鄭)도 나처럼 무릅 위로 올라가는 짧은 반바지에 센달 차림이었다.
도돼체... 이 친구가

뭔~구경거릴 가지고 이리 호들갑이나 싶어,

다그치며 물어도
오늘 아니면 구경하기가 그리 쉽잖다며 뜸을 들이며 말을 흐렸다.

 

한 10여 분을 달려 어느 강가에 도착하더니

길 옆에 차를 세우고는 나보고 내리란다~?.
주변을 살펴보니 여기는 양강사호(兩江四湖)로 유명한 삼호(杉湖)의 호숫가 공원이 아닌가~?.
그리고는 앞에 우뚝 솟은 삐까번쩍한 특급호텔을 가리키며,
"저 호탤에서 조금 후면 깜짝놀랄 쑈가 기다리고 있으니 기대하라"나~??.
아니... 이거~ 이런 복장으로

별이 다섯개가 번쩍번쩍 붙어있는
저 특급호텔을 챙피스럽게 어케 들어가라고 이러냐며 들이대니...
이 친구 하는 말...

"걱정은 붙잡아 매시고 자가만 따라오면 된다나~??."
도돼체 점점 뭔 소릴 하는건지~~??.

 

그러더니 내 팔을 잡고는 호텔 건물을 끼고서 뒤로 돌아갔다.
호텔 뒤에는 작은 분수가 솟는 아름다운 공원이 있었는데,

뭔일인지 사람들로 꽉 차 있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공원 앞의 큰 도로까지 막고 서서 한 건물을 뚫어저라 바라보고 있었는데...
바로 가이드가 가리켰던 그 호텔이었다.


호텔 층 수는 대충 세어보니 12층 정도 돼 보였고,

둥구스름하게 배가 튀어나온 건물이었다.
뒷 모습이 마치 옛날 볼록하게 튀어나온 브라운관TV처럼 꼭 그런 모습으로 지은

밋밋한 그저그런 대형 건물이며
그 외 다른 건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저기 호텔 옥상에서 사람이라도 뛰어내린단 말인가~?."

"그 건 말도 안 돼지~!!."

"글면 뭐여~??."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가득메운 사람들 표정들을 살피니...
자꾸 헨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면서 건물을 뚜러져라 초조하게 쳐다보고만 있었다.
"도돼체 저 건물이 워쨌다는거여~??."

 

그때였다~!.

 어디선가 장엄하고 웅장한 음악이 주변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호텔 옥상에서...
허연 물줄기가 길다란 밧줄처럼 여기 저기서 흘러내리는 것이 아닌가~!!.

"저게 뭐랴~~???."

 

 

"와우~!!."

 

물줄기는 점점 건물 전체로 퍼지며

순간 엄청난 폭포수로 변해 세차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호텔 건물 벽면이 시끄러운 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나이에가라폭포 같은 웅장한 폭포로 변했다.

와~! 하고 함성을 질러대는 사람들이...
마치 월드컵 축구경기 중 우리편이 결승꼴을 멋지게 넣을 때처럼

요란한 함성과 휘파람을 불어대며,
펄쩍 펄쩍 뛰는 사람...

연신 사진을 찍는 사람...

자기들끼리 얼싸안고 웃는 사람...
순식간에 호텔 주변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해버렸다.

 

나도 넋을 잃고 폭포의 웅장함에 빠져드느라 멍~한 상태였는데,
Mr.정이 내 옆구리를 쿡 찌르며 씩~ 웃는다~.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든 나는

Mr.정을 끌어안고 마빡에다 대여섯 번의 키스를 냅다 퍼부었다 !!.

 

몇 컷의 사진을 찍었으나 나중에 확인해 보니...
워낙 빛이 미약한 한밤인지라 후레쉬 없이 찍은 사진이 선명하게 나오질 않았다.

그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정확히 15분이 지나자

음악이 서서히 멈추면서 물줄기가 갑자기 줄어들더니...
세차게 쏟아지던 폭포가 순간 뭠춰버렸다.

 

하나 하나 불이 커지며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일반 호텔과

다름없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와 동시에 주변의 그 많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흩어지는 게 아닌가~.


조금전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이 넓은 길이 금새 뚫리고

차들이 여느 때처럼 경적을 울리며 도로에 가득 찼다.
어느새 내 앞까지 차가 달려들며 클락션을 울려대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
"와~!."

이 모두가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꿈 같은 일로 난 어안이 벙벙 했다.

 


 

Mr.정과 공원 벤치에 앉아 방금 있었던 폭포쑈에 대해
이게 어찌 된 시추에이션(situation)이냐고 물으니...
이 호텔은 계림(桂林)에서 유명한 "이강폭표호텔(Lijiang Water Fall Hotel)"로,
중국의 국경일(國慶日)이나 공휴일(公休日)이면 이렇게 오후 8시 15분에
정확하게 폭포쇼를 펼치며 8시 30분까지 딱 15분 간만 진행 한다고 했다.


저 호텔 옥상에서 물이 떨어지는 바닥까지의 높이가 45m에 달하며

폭포의 넓이는 72m라고 하면서,
호텔측에서

계림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펜써비스와 홍보 차원에서 실시하게 됐는데,
쑈 때마다 드는 비용이 한국 돈으로 2천만 원 가량 들어가

자주는 못 한다는 설명이다.

 

폭포쇼를 시작한지는 오래되진 않았는데...
기네스북에도 등제 된 깜짝 폭포쇼로,

이제는 계림(桂林)의 명물(名物)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이 마침 중국 명절인 "단오(端午)"가 낀 휴일(休日)이라

운 좋게 보게됐다는 설명이다.

 

성심을 다해 한가지라도 더 보여주려 애를 쓰는  Mr.정이 나는 너무도 고마웠다.
올 연말에는...

이곳 한족(漢族) 출신의 착한 처녀와 조금은 늦은 나이지만,

결혼(結婚)을 하기로 약속했다며 멋적게 웃는다.
나는 진심으로 이들의 앞날을 축하해 주었다.

 

그날 밤... Mr.정(鄭)과 난

내가 여장을 푼

계림의 "서산상무호텔(WESTERN HILL HOTEL)" 바(Bar)에서

이곳의 명주(名酒)인 대나무술통을 앞에 놓고,
은근한 취기 속에...

가슴속에 감춰두었던 해묵은 이야기들을 하나 하나 꺼내 펼치며

아름다운 계림(桂林)의 밤속으로 깊숙이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