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전 명시 감상

회향우서(回鄕遇書): 고향에 돌아와서 우연히 쓰다... 하지장(賀知章)

원회 choi 2013. 5. 25. 21:05

하지장(賀知章) 659~744

 

중국 당(唐)나라 때 낭만파(浪漫派) 시인(詩人)이다.

자(字)는 계진(季眞)이며

호(號)를 사명광객(四明狂客)과 비서외감(秘書外監)이라고 했다.


월주(越州) 회계현(會稽縣)

요즘의 지명으로 저장성(浙江省) 샤오싱(紹興) 사람이다.


서기 695년에 진사(進士)에 등과(登科)한 실력파로,
태상박사(太常博士)를 거쳐

725년 예부시랑(禮部侍郞)겸 집현원(集賢院) 학사(學士)를 역임하고,
이듬해 공부시랑(工部侍郞)에 이어,

태자빈객(太子賓客)과 비서감(秘書監)을 끝으로
귀향(歸鄕)한 후 얼마 안 되서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 해가 서기 744년이다.


양귀비(楊貴妃)와 로멘스로 유명한
황제(皇帝) 현종(玄宗)을 섬겼고,
당(唐)나라 최고의 천재시인(天才詩人) 이백(李白)을 발굴하여 세상에 알린

인물이 바로 하지장(賀知章)이다.


천보(天寶) 3年,

서기 744년에 노쇄하여 관직(官職)을 사임하고 황제의 특별한 배웅을 받으며

고향으로 돌아왔는데 그의 나이 86세의 고령이었다.

 

50여 년만의 귀향(歸鄕)의 정감(情感)을 노래한 시(詩) "회향우서(回鄕偶書)"

"기일(其一)"을 이때 지었다.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에 지은 시(詩)이다.


하지장(賀知章)은
대단한 시인(詩人)임에 틀림이 없다.
인생(人生)의 마지막에
이런 멋진 명시(名詩)를 남겨놓고 갔으니...

 

그는 평소 성격이 소탈하고 술을 아주 좋아하는

풍류인(風流人)으로도 이름이 높아 두보(杜甫)의 시(詩)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에도

호주인(豪酒人)으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애주가였던 이백(李白) 장욱(張旭) 등과 주로 어울려

술을 마시고 시(詩)를 읊었다고 한다.


성격상 얽매이기를 싫어하였으며
자유분방한 생활을 즐겼고,
당시로서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80세를 훌쩍 념기며 장수(長壽)했던 관리(官理)이며 시인(詩人)이다.


그는 서예(書藝)에도 뛰어나

초서(草書)와 예서(隸書)를 잘 썼다고 전해진다.

 

하지장(賀知章)의 시(詩)

회향우서(回鄕偶書: 고향에 돌아와서)
인생(人生)과 문학(文學) 그리고 시(詩)의 의미에 대하여

다시한번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본 시(詩)의 제목 회향우서(回鄕偶書)에서

"우서(偶書)"

"우연히 쓰다". 혹은 "즉흥시(卽興詩)"라는 말이다.


그 즉흥적(卽興的)인 짧은 글에

인생의 참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기도 한 것이

시(詩)만이 가질 수 있는 큰 매력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시(詩)를 좋아한다.

 

이 작품(作品)은

고향(故鄕)의 의미와 인생(人生)의 의미를 함께 함축해 놓은 시(詩)로,
어린시절 고향에서 같이 뛰놀며 살다가
일찍 고향을 떠난 친구와,
계속 고향에 남아 사는 친구가

인생의 만년(晩年)에 고향에서 재회하게 되는데...


고향을 떠났던 친구는

남겨진 옛 어린시절 친구를 담박에 알아보지만,
남았던 친구는
고향을 찾아온 어린시절 옛 친구를 알아보지 못한다.

 

回鄕遇書(회향우서): 고향에 돌아와서 우연히 쓰다.

 

少小離家老大回(소소리가노대회): 어려서 고항 떠나 나이 들어 돌아왔네.
鄕音無改鬢毛衰(향음무개빈모최): 사투린 그대로인데 머리카락만 세어졌구나.
兒童相見不相識(아동상견불상식): 어린 시절 친구 녀석, 빤히 쳐다봐도 몰라보네.
笑問客從何處來(소문객종하처래): 웃으며 말하길, 누구신지요~?.

 

우리에게 고향(故鄕)이란 어떤 의미인가... !.

타향에서 보는 고향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늘 변함이 없는 모습이다.

왜냐하면 떠나 올 때 두 눈과 가슴에

고향(故鄕)의 애틋한 모습을 고스란히 품고 와

늘 그리워하며 함께 살았기에,
아무리 변했다 해도 금새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향(故鄕)에 남겨진 사람은 다르다.

사는 곳 그 자체가 고향이기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모른다.


타향살이에서 오는 향수(鄕愁)를 달래려고

기울이는 술잔에 취하다 보면,

어느 순간 울컥하고 올라오는

아련함과 그리움 같은 애수(哀愁)를 결코 느낄 수 없으며,
가슴에 간직 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향에 남은 사람은
고향을 떠난 사람을 쉽게 잊어버리지만
떠난 사람은 남겨진 사람을 결코 잊지를 못한다.


타향에서 그리는 고향(故鄕)은
늘 그리움과 포근함의 본향(本鄕)이며,
인생(人生)의 마지막에는

내가 돌아가야 할 종착지(終着地)로 여기며 늘 품고 사는 곳이

고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향(故鄕)은
생각할수록 더더욱 그립고 포근하고 정겨운

마음과 몸의 안식처(安息處)이다.

 

시인(詩人)은 이런 심정을 짧은 시(詩)에 짙게 쏟아붓고 있다.

황혼녁에 인생을 정리하고자 고향으로 돌려가
어린시절 뛰놀던 옛 동무를

첫눈에 알아보고 덥석 두 손을 부여잡고 안부를 묻지만...


그 동무는 시인(詩人)의 얼굴를 빤히 쳐다보면서도

알아보질 못하고,
그 옛날 그 표정의 순수한 얼굴로

시인(詩人)에게 되묻는다... 혹~ 누구신지요~?.
하~! ...

 

마지막 구절에서

소문객종하처래(笑問客從何處來)를 풀어보면

"웃으며 묻다, 손님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라고 되어 있지만,


속 뜻을 좀더 들여다 보면

이는 사실상 "웃으며 묻는다,

그런데 누구신가요~?" 라는 의미가 더 강하게 담겨 있다.


나를 빤히 처다보면서도 몰라보는

어린시절의 저 죽마고우(竹馬故友) 친구 녀석...

세월은 인생을 이처럼 가혹하리만치 변모시켜 버렸다.


아련한 지난 어린 시절...

그야말로 눈만 뜨면 뒹굴며 뛰놀던 소꿉친구로부터

"누구신지요~?" 라는 말을,

꿈에서도 잊지 못 하고 늘 그리워 하며 품고 산 고향에서 들었을 때

그 심정이란...

 

이 시(詩)는 참혹하리 만큼 흘러 가버린

세월의 무상함과 옛 동무의 변해버린 모습을 통해

지나온 생(生)을 되돌아보게 하는 긴 여운을 남기는 명작(名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