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희회양주고인(淮上喜會梁州故人): 회수에서 만난 양주의 옛 친구... 위응물(韋應物)
위응물(韋應物) 737~789
역시 당(唐)나라 때 시인(詩人)이다.
태어난 연도는 맞지만 돌아간 연도는 정확하진 않다.
장안(長安), 즉 오늘날의 섬서성(陝西省) 서안(西安) 사람으로
젊은 시절에는 한때 호방한 기질로
오만하다는 소리를 종종 듣기도 했던 그다.
많은 시인들이 그랬듯이
그도 청춘시절엔 여러 지역을 떠도는 유랑(流浪)으로 세월을 보내기도 했었다.
그러나 충격적인 안사(安史)의 난(亂) 이후로는
생활의 무질서를 스스로 바로잡고 절제하면서 독서(讀書)에 전념하여
뛰어난 산수시인(山水詩人)이 되었다.
위응물(韋應物)은 당(唐) 현종(玄宗) 때
궁중에서 삼위랑(三衛郞)이란 벼슬을 역임하였고,
나중에 저주(渚州), 강주(江州), 소주(蘇州)등지의 자사(刺史)를 지냈다.
주로 지방관을 지내다 보니...
위강주(韋江州), 위소주(韋蘇州)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던 그다.
그의 시풍(詩風)을 보면
산수시인(山水詩人)의 대부로 불리는
왕유(王維)나 맹호연(孟浩然)의 시풍(詩風)에 가까워,
산수(山水) 전원(田園)을 묘사한 시(詩)들을 주로 지었으나
일부의 시(詩)에서는 상처의 아품을 읊은 감상(感傷)의
정조(情調)가 돋보이는 작품들도 다수 있다.
그는 동시대(同時代)를 살았던
왕유(王維), 맹호연(孟浩然), 유종원(柳宗元) 등과 더불어
당(唐)나라의 "산수전원파(山水田園派)"의 시인(詩人)으로 불린다.
위응물(韋應物)은
지난날 삼십대 중반의 나이에 타관 객지를 유랑(流浪)할 때,
양주(梁州) 즉 오늘날의 섬서성(陝西省) 남정현(南鄭縣) 동쪽지역인 양천(梁川)에서
마음과 시심(詩心)이 통하는 돈독한 친구를 사귀게 된다.
둘은 만났다 하면, 밤새 술잔을 기울이며 거나하게 취해
어지러운 세상을 한(恨)하기도 하고,
깊은 시향(詩香)을 나누기도 하면서
잠시나마 호방하게 어울리다 각자의 길로 떠나간다.
그 후 십여 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날...
이역만리(異域萬里) 회수(淮水)의 배 위에서 우연히 지난날 그 친구를 다시 만났다.
회상(淮上) 즉 회수(淮水)는
오늘날의 양쯔강(揚子江) 하류지방인 장쑤성(江蘇省) 회음(淮陰) 일대를 말한다.
이역만리(異域萬里) 외딴곳에서
기막힌 우연(偶然)에 서로 부둥켜 안고 만남의 기쁨을 만끽하며
지난날의 감회(感懷)에 젖는데...
다시금 또 헤어져야 하는 현실을 직시하고는 안타까움에 가슴이 미어진다.
십년이란 세월은
강산(江山)을 한 번 뒤집고도 남는 세월이며 혈기 왕성한 청춘이
구렛나루마저 희긋희긋 물들여 놓는 중년으로 밀려나 있지 뭔가~!.
회수(淮水)에 또다시 홀로 남게 된 시인(詩人)은
이 쓸쓸한 가을을 혼자서 보내야함을 안타까워 한다.
짧은 만남에 기약 없는 긴 이별...
옛 벗을 다시 장안(長安)이 있는 북쪽으로 보내야 하는 애틋한 심정(心情)이
고스란히 시(詩)에 녹아들어 가슴을 울리는 본 시(詩)는 길이 남을 걸작(傑作)이다.
개인적으로
옛 한시(漢詩)들에 애착이 있다 보니...
여러 작품을 대하며 느끼는 바이지만,
본 시(詩)처럼 첫눈에 반하는 시(詩)들도 간혹 있다.
지금까지 약 20편이 넘는 작품들을
나름대로 엄선하여 블로그를 통해 소개을 하는 중인데,
이번에 소개하는 위응물(韋應物)의 시(詩)
"회상희회양주고인(淮上喜會梁州故人)"처럼 명작(名作)은 극히 드물다.
오연율시(五言律詩)로 된 본 시(詩)는
시향(詩香)의 멋과 품위가 가히 일품인 작품이다.
정갈한 언어의 선택과 절제되고 세련된 시향(詩香)은
읽는 이로 이이로 하여금 눈물을 핑 돌게 만드는 걸작(傑作)이다.
淮上喜會梁州故人(회상희회양주고인):
회수에서 반갑게 만난 양주의 옛 친구.
江漢曾爲客(강한증위객): 강한(江漢)을 유람하며 지냈던 시절에
相逢每醉還(상봉매취환): 우린 만나다 하면 술에 취해 돌아갔었고.
浮雲一別後(부운일별후): 이별 뒤로 그대는 떠도는 구름이 되고
流水十年間(유수십년간): 강물처럼 흘러간 세월이 십년일세.
歡笑情如舊(환소정여구): 환한 웃음과 맘은 예전 그래로건만
蕭蔬鬢已班(소소빈이반): 벌써 구렛나루 드문드문 세어버렸네.
何因北歸去(하인북귀거): 무슨 까닭에 그대는 북으로 돌아가야 하고
淮上對秋山(회상대추산): 회수에서 나는 가을산을 홀로 또 마주해야 하는가~!.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어느 순간 연락마저 끊어진 안타까운 벗 한 둘 씩은 가슴에 남아 있게 마련이다.
이 시(詩)를 읽다보면...
어느 하늘 아래 살고 있을 아련한 옛 친구가 갑자기 그리워지며
가슴이 먹먹해 옴은 나만이 느끼는 감정만은 결코 아닐 것이다.
지난날 내게도
틈만 나면 머리를 맞대고 의기투합하던 멋진 친구가 있었다.
그러던 그 친구가 어느날 홀연히 떠나가더니...
언제부터인지 소식조차 끊어지고
이젠 희미한 옛 추억만 가슴에 남았다.
오늘 문득 본 시(詩)를 블로그에 옴기면서
옛 친구가 갑자기 보고파져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디선가 이 시(詩)처럼 그 친구을 우연히 마주친다면 얼마나 좋을까...
담벼락엔 라일락이 한창 피어올라
짙은 향기을 뿜어내는 이 화창한 봄 밤에,
소식마저 알 길 없는 나의 옛 동무가,
정말이지 지금 난 미치도록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