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망(春望): 봄의 희망... 두보(杜甫)
國破山河在(국파산하재): 나라는 깨져도 강산(江山)은 남는다.
두보(杜輔)의 시(詩) "춘망(春望)"은
서기 757년 따스한 봄기운이 온 대지(大地)를 적시는 봄날,
그러니까 요즘처럼 남녁의 꽃소식이 들려오는 화창한 봄에
안록산(安祿山)의 난(亂)으로 장안(長安)에 볼모로 잡혀 있을 때 쓴 시(詩)이다.
정월 대보름 밤에 본 블로그를 통해 소개를 했던
명시(名詩) "월야(月夜)"을 쓸 무렵 본 시(詩)도 썼던 듯 하다.
당(唐) 현종(玄宗)은 양귀비(楊貴妃)을 앞세우고
양귀비(楊貴妃)의 고향인 촉(蜀)으로 피난을 떠났다가,
피난길에서 양귀비(楊貴妃)마저 죽게 만들고
겁에 질려 황제직(皇帝職)을 큰 아들에게 허겁지겁 이양(移讓)을 하곤
험준한 촉(蜀)땅으로 계속 도망을 친다.
엉겹결에 황제직(皇帝職)을 넘겨받은 아들 숙종(肅宗)마저
봉상(鳳翔)으로 몸을 피해 숨어있던 암울한 시기였다.
이지경에 이르자 수도 장안(長安)은 반란군(叛亂軍)들에 의해 쑥대밭이 되고
고위 관직에 있던 수많은 관리들이 붙들려 죽임을 당했다.
두보(杜甫)도 그 때 붙잡혔는데,
무기창고의 열쇠를 관리하는 말단 직책이라 목슴만은 겨우 부지할 수 있었지만
그것도 관리(官理)다 하여,
장안(長安)에 볼모로 잡혀 있었다.
그 틈에도 죽음의 공포 앞에서
나라와 가족을 걱정하는 시(詩) "춘망(春望)"을 썼다.
여기서 우리는
두보(杜甫)가
다른 시인(詩人)들과 차원이 다른 폭넓은 존경(尊敬)을 받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바로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도
나라를 걱정하는 애국(愛國), 충정(忠情)의 심성(心性)을 가졌고,
그 충정(忠情)을 시(詩)에 쏟아붓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두보(杜甫)의 시심(詩心)의 폭과 깊이 그리고 애틋함을,
과연 따라올 자 그 누가 있겠는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시인(詩人) T.S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은
그의 대표적(代表的)인 시(詩) "황무지(The Waste Land)"에서
봄이 온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했다.
1차 세계대전(世界大戰)이 끝나 대지(大地)가 황폐하던 때,
절망마저 입에 오르내릴 엄두조차 나지 않던 암울한 그 시절...
그래도 봄은 황폐한 대지에 라일락을 키워내고
마른 구근(球根)으로도 생명(生命)을 싹 틔웠다고 노래했지만...
그 옛날 두보(杜甫)는
엘리어트보다 훨씬 먼저,
꽃 피는 봄을 "춘망(春望)"이란 시(詩)에서 이렇게 노래 했다.
"나라는 깨져도 강산은 남고, 봄은 어김없이 오며
봄이 온 성(城)에는 초목이 무성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름도 모르는 저 아름다운 꽃이
두보(杜甫)의 눈에는 눈물 젖어 보이고...
새들의 즐거운 지저귐은 전란(戰亂)에 흩어진 백성들의 슬픈 아우성으로 들린다고 읊었다.
극도의 혼란속에
애타게 고대하는 가족의 안부는 억만금 보다도 소중하고 반갑지만,
초라하게 늙어 무기력한 자신에게는
이렇게 꽃피는 봄날이 오히려 회한(悔恨)에 젖는다고 했으니...
화창한 봄 앞에서 절망하는 시인의 마음이 가슴 아프다.
春望(춘망): 봄의 희망
國破山河在(국파산하재): 나라는 깨져도 강산은 남고,
城春草木深(성춘초목심): 봄이 온 성(城)에는 초목이 무성쿠나.
感時花濺淚(감시화천루): 저 꽃은 시대를 슬퍼하며 눈물 흘리고
恨別鳥驚心(한별조경심): 저 새는 이별을 아파하며 마음 조리네.
烽火連三月(봉화연삼월): 춘삼월에도 봉화 연기는 그치지 않고
家書抵萬金(가서저만금): 억만금 보다 더 소중한 가족의 소식.
白頭搔更短(백두소경단): 흰 머리 긁고 긁어 더욱 듬성등성 하니
渾欲不勝簪(혼욕불승잠): 이제는 비녀조차 꽃기 힘드는구나.
또다시 봄이 왔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풍경속에 그 옛날 두보(杜甫)가 생각났다.
이 아름다운 봄꽃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가족의 생사를 걱정해야 했던 시인(詩人)의 모습에서
오늘날 우리가 처한 남북(南北)의 암담한 현실을 생각한다.
세계(世界)에서 유일하게 남은 이데올로기의 땅 한반도(韓半島)~!.
입에 담기 조차 부답스러운 온갓 저속어로 가득찬 성명서(聲明書)를
앙칼진 목소리로 악을 쓰며 읽어대는
북녁땅 늙은 여자 아나운서의 표독스런 모습을 매일 접하면서...
이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란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아~!.
이 아름다운 한반도(韓半島)엔 언제쯤에나 완연한 봄이 올려는지...
그저 답답하고 한심할 따름이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