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묘봉...1
묘봉을 향해서...
여기는 경상북도 상주시 화북면 용화리.
묘봉을 올라가려면 2km 정도 보은쪽으로 큰길을 따라 올라가서
운흥1리 일명 두부마을에서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인 등산길이다.
큰길에서 올려다 보는 묘봉 능선들...
한 눈에도 암벽으로 이어진 능선이 험난한 난코스로 보인다.
단풍은 능선을 내려와 이렇게 마을앞에서도 활활 타오른다.
운흥1리로 이동하며 만나는 아름다운 풍경들...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못보고 지나친다면 어찌 아쉽지 않겠는가~
말라가는 풀냄새를 맡으며 단풍길을 걸어가며 사색하는 즐거움은
가을이 주는 풍요로운 낭만이다.
여기가 묘봉 등산로 초입 두부마을 운흥1리
마을 앞에 국화도 활짝 피었고...
잘 익은 은행알도 깊어진 가을을 알린다.
마을 중앙길을 뚫고 올라서 만나는 묘봉 등산로.
등산로가 너무 험하여 이런 경고문이 붙어 있다.
이제부터 암벽능선길로 가파르게 이어진다.
첫 번 째로 만난 봉우리 정상에서 잠시 땀도 닦고...
온길을 뒤돌아 보니...
보은군 산외면 신정리쪽으로 이어진 능선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면서 여기까지 올라왔다.
넓은 마당바위가 있는 봉우리에서 보는 풍경들인데...
사방을 둘러봐도 절경 아닌 곳이 없다.
그런데 진행방향에 높이 솟은 이 암봉을 또 어떻게 지나가나~
하나 넘고 나면 또 만나는 더 큰 바위산... 은근한 걱정이 앞선다.
그 뒤로도 바위산이 또 있었네~?
요상하게 생긴 바위님~!
사고 없게 잘 좀 봐주이소...
전국의 여러 명산들을 올라봤지만
속리산 묘봉 등산로 만큼 로프가 많은 길은 일찍이 본적이 없다.
이렇게 가파른 바위에 매달린 로프가 묘봉길엔 아주 많으며
절벽을 지나가야 하는 구간이 많아서 매우 위험하여,
올라오다 만난 산밑 초입에 붙었던 경고문처럼 노약자와 부녀자는 왠만하면 삼가는 게 좋다.
잠시 쉬며 뒤돌아 보니 지나왔던 봉우리가 그림처럼 아름답다.
10m가 넘는 직벽의 로프를 타고 올라와서 만나는 상악봉 정상부의 넓은 바위마당.
하늘은 높고 햇빛은 강렬하고...
고추잠자리가 날면 더 멋졌을 것인디...
전형적인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가을날씨다.
잠시 숨돌리고 또 출발이다.
이 등산코스는 유격훈련 받는 느낌이 들정도로 정신이 없다.
안전을 위해 로프에 강철와이어줄과 스프링을 같이 감아서 매달아 놓은 곳이 많은데,
오래 되다보니 이 와이어줄이 마모 돼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 손가락을 두 번이나 찔려 피가 났다.
어찌나 쓰라리고 아프던지...
아니함만 못한 일 같은데, 뒤이어 오는 님들은
왠만하면 와이어줄은 잡지 말고 로프만으로도 충분하니 조심해서 이동하길 바란다.
경치가 수려한 것 만큼 올라오는길도 결코 쉽잖은 길이 묘봉 등산길이다.
왼쪽에 작게 보이는 마을이 두부마을 운흥1리이고, 아래 오른쪽 멀리 보이는 마을이 용화리다.
내가 용화리 보건소 앞에 주차를 하고 큰길을 따라 2km 정도를 걸어와서 두부마을로 올라왔다.
내려 갈 때 지친몸으로 걷는 것 보다는 차라리 돌아갈 때 편하게 가려고
두부마을까지 일부러 걸어서 왔다.
다른 산보다 여기는 씨그널이 적은 편이다.
개방을 한지가 채 2년이 넘질 않으니 등산로가 정비가 덜 돼
위험구간이 많아서 등산객이 적은 이유일께다.
헉~! 그런데 왠 묘~??
도되체 여기에 묘를 쓴 분은 뉘신지~?
그건 그렇고 어떻게 상여를 메고 여길 올라왔는지도 미스테리다.
천하명당자리를 고르고 골라서 묘를 썼겠지만 그래도 그렇지...
후손들이 얼마나 잘 됐는지는 몰라도, 묘 쓰느라 여러 사람 잡았을 것이란 생각에 안타까움이 앞선다.
죽은사람이야 뭘 알겠냐만서도...
장사지내는 사람들은 완전 쌩고생에~~
봉분은 세월속에 다 허물어져 없고 이렇게 비석만 쓸쓸하게 남았다.
가평 이 선생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려~~~!!!
이 묘 때문에 이 능선을 묘봉능선이라고 부른 것은 아닐까~~???
묘를 보는 순간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묘를 지나 다시 봉우리를 향해 몇 번이나 밧줄을 타며 기어올라
걷고 걸어 어느 봉우리에 힘겹게 올랐다.
여기는 무슨 몽우리인지~? 경치 하나는 정말 일품이다.
했볕은 따스하고... 계곡 아래 단풍은 불타오르고... 이래서 가을산이 멋지고 황홀한 것이다.
이 멋진 풍경을
산 아래 사람들이 어찌 이해할 것이며~ 또 느낄 수 있겠는가~!
또 가자...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목적지 묘봉은 산봉우리들에 가려 아직도 보이질 않는다.
"서산에 해는 기울고 갈길은 먼데...
님은 날 놓아주지 않으니 어쩌란 말이냐~"고
행복한 하소연을 했던 옛 선비의 詩가 생각났다.
그 행복한 고민을 지금 나도 느끼고 있다. 생각같아서는 한 사나흘쯤 이 산정에서
머물다 가고 싶건만 해는 기울고 갈길은 아직도 머니...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