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덕유산에 푹 빠져들다!
겨울 덕유산에 푹 빠져들다!
무주리조트는 지금 절정의 스키씨즌.
남덕유 방향으로 송계삼거리까지 갔다 오기로 하고 곤도라티켓을 샀다.
왕복 약 4.6km의 능선 코스...
7부능선 쯤 오르자 설화가 피기 시작한다.
와~우~!
정상부근엔 구름이 덮여 시야가 몹시 흐려서
첨엔 싸라기눈이 내리는 줄 알았다.
산 밑에선 꿈꿀수 없는 산상의 멋진 세계가 산 위에선 펼쳐지고...
온 세상이 그야말로 새하얀 눈꽃세상으로 변해 있었다.
몇년 전에 왔을 때도 이랬었는데...
이 맛을 못잊어 이렇듯 한겨울에 또 올라왔다.
삼국지에나 나올 법한 8각누대도 예전처럼 꽁꽁 얼어붙었다.
50여m를 넘지 못하는 시계
눈세상을 줄기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러대는 사진 메니아들이 덕유산엔 특히 많다.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 정상...
바람 한번 무쟈게 세다.
어~? 오데서 많이 본 듯한 꺼벙한 뒷태~??
배낭에 매달린 저 조막만한 가방도 낯 익고... 너 누구냐~??
오호~! 다람쥐~~
벌써 동면을 끝내고 끼나왔구나~?
한겨울에 모 먹을 게 있다고 벌써부터 발발거리며 쏘다니냐~?
얼어죽지 않도록 조심해라~~ㅋ
"흐미~ 울 자기 뽈따구 뻘겋게 얼어뿐졌네~ 어쩜좋아~"
"이러다 거시기까지 꽁꽁 얼어뿔면 어떻하지 자갸~?"
"아 뭘 걱정여~ 얼었다~ 녹았다~ 겨우네 그러다 보면 울 자기 무쟈게 좋아하는 과메기 되겠지 뭐~ㅎ"
"쟈갸 난 과메기도 좋지만~"
"꽝꽝 언놈을 큼직한 방맹이로 사정없이 두들겨 패서리~"
"매콤한 양념 발라 푹~쪄낸 황태찜이 더 좋은디~~ㅎ"
"허걱~!! 살려줘~~~~~!"
덕유산 산장
어느 시골 노총각 장가가는 잔치집처럼 늘 사람들로 와글와글 붐빈다.
대부분이 여기서 점심식사나 간식을 먹고들 제갈길로 떠나간다.
나도 여기서 간식을 먹었다.
누룽지컵에 따끈한 물을 부어서 구수하게 누룽지탕으로 새참을 먹고 남덕유방향으로 바삐 떠났다.
어느새 하늘이 벗어졌다.
촌각을 두고 변하는 산정의 날씨는 지지배 삐지듯 도통 종잡을 수가 없다.
산은 언제나 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눈 덮인 능선을 거니는 겨울 산행의 참 맛은 톡 쏘는 겨자맛처럼 매콤하면서도 알싸하다.
수백 살을 먹도록 이런 눈세상을 참 많이도 겪어왔을 늙은 주목의 자태는
그 자체가 숙연한 경외요 생명에 대한 한없는 외경이다.
허걱~! 놀래라~~!!
넌 왠놈이냐~??
왠 커다란 늑대 한마리가 산모퉁이에 버티고 서서리...
가까이 가서 앞을 보니...
온순하게 생긴 등산객이였다.
깜짝놀랐다며 특이한 모자에 대해 물어보니
몽골에 출장 갔다가 맘에들어 사가지고 왔다면서 자랑이 째지는 게 아닌가~~
"니는 째지겠지만 난 간떨어지는 줄 알았다 얘~"
사진은 참 줄거운 취미 중에 하나다
잘 찍든 못 찍든 그게 뭐 그리 중요한가...
렌즈를 통해 보는 또 다른 세상을 내가 즐기고 사랑한다는 게 중요하지...
살아서는 천년을 푸르고...
죽어서도 천년을 서 있다는 주목이 설경에 멋진 그림을 연출한다.
또 다시 구름이 몰려온다.
중봉이 눈 앞에 펼쳐지고
저기서 오른쪽인 동업령방향으로 내려서야 한다.
중봉에서 글러브를 큰 것으로 바꿨 꼈다.
어찌나 손이 시리던지...
내 사진들은 누가 찍었느냐고?
궁금할 것 없다. 울 직원 중에 한 녀석을 붙잡아 강제로 끌고왔다.
으쩔 것여 안 가면 직이뿐다는디~ㅋ
와~! 난 이런 풍경이 참 좋다~
잔잔한 관목이 올망졸망 자라나 넓다랗게 펼쳐져
금새라도 노루 한마리가 뛰어 나와 관목 사이를 가로지를 것 같은 전원적 풍경이...
하지만 바람은 어찌나 쎈지... 옆사람과 대화조차 어렵다.
이 세찬 바람속을 뚫고 멀리서 꾸역꾸역 올라오는 이가 있었으니...
기다렸다 반가움에 물어보니... 어제 지리산을 출발해 육십령고개서 자고,
오늘 새벽 6시에 다시 출발해 지금 덕유산으로 오는 중이며 3명의 일행 중에 자기가 선두란다.
대단한 산사나이들이다.
누가 시키면 저리할까~??
내가 내려갔다 다시 돌아올 코스...
드디어 송계삼거리가 보인다.
오늘의 반환점 송계삼거리..
여기서 남덕유산까지는 아직도 12km가 넘는 머나 먼 남녁 땅.
잎새가 파릇하게 돋아나는 다가오는 봄날 꼭 가 볼 작정이다.
어 여쁜 봄처녀가 연분홍치마를 하늘거리며 봄나물을 뜯고있을 것 같은 아련함이
가슴에 동경으로 남아있다.
남덕유로 향하는 갈림길..
동업령으로 내려서는 고갯길
내가 온길... 다시 돌아갈 길이다.
저 위가 중봉삼거리
멀리 향적봉이 구름에 희미하다
다시 향적봉 정상
설천봉 정자 부근까지 내려왔다.
탁트인 신선한 쾌할함이라고나 할까~ 기분이 썩~ 좋아~
큰 소리로 한곡 뽑았다. 남들이 듣거나 말거나~
"누구의 노~래련가~♩♬ 맑고~ 고~운산~♩♪
아~~~♬♪
그만해라 음치야~ㅋ
괜찮았어~?
"얌마~ 나 노래 워뗬어? 괜찮튼?"
세상에 태어나서 이런 감동적인 노래는 첨 들어본다나~??
이 놈이 오버액션을 있는데로 해대며 너스레를 떤다... 귀여운 짜쓱~ ㅋㅋ
산 아래 설천봉 곤도라 펜스가 내려다 보인다.
새차게 불어대던 칼바람과 먹구름이 어느새 사라지고
시계가 선명하다.
산은 정말 알 수가 없다. 그 변화무쌍함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새해엔 좋은일 좀 많았으면 좋겠다.
어두컵겁하던 먹구름이 언제 끼여있느냐는 듯 이렇게 싹~ 걷힌 것처럼
우리모두 무탈하고 걱정거리가 없는 한 해가 됐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며 곤도라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