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그리고 이야기

이름처럼 아름다운 들꽃 ....꽃향유

원회 choi 2012. 1. 30. 20:50

꽃향유

단풍이 화사하게 물든 한적한 오솔길을 걷다 보면...
바둑강아지 꼬리만큼 자란 자주색꽃이 길숲에 한무리 씩 피어있는 것을 가끔은 보게 된다.
보통은 그냥 생각없이 지나치는 게 다반사지만,
발길을 멈추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으로 이쁜꽃이란 걸 단박에 알 수 있다.
어느 꽃인들 미운꽃이 있겠냐만서도...

 

여름 내내 싱싱하던 온 산의 이파리가 거칠어질 무렵,
9~10월 말까지 아니 11월 초순까지도...
숲속의 돌틈이나 나무등걸 곁에 분홍빛이 살짝 도는 선명한
보라색 꽃송이를 생작잖게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꽃향유는...

전체적으로 풍성하게 꽃송이가 붙은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한쪽방향으로만
꽃잎이 달라붙은 것을 볼 수 있는데...
햇볕을 많이 받는 남쪽을 향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털처럼 작은 수술을 달고 떨기꽃으로 핀 보기드문 보라색꽃이
이른 봄 잔설 속 매화를 보는 듯 반갑기 그지없다.

 

그런데...
색깔이나 모양이 꽃향유와 닮았고
전체적으로 빈틈없이 골고루 꽃이 달린 보라색꽃도 있다.
그건"배초향"이라는 꽃이다.
그걸 구별할 정도면
식물에 대단히 조예가 깊은 전문가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아무튼 꽃향유는...
박하향이 은은하게 풍겨나 허브의 일종이라고 봐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성 싶다.
향과 꿀이 풍부해 벌과 나비 등,
가을날의 곤충들에겐 아주 반갑고 고마운 꽃임엔 분명하다.

꿀풀과의 한해살이 풀꽃 꽃향유...

나는 이 꽃을 처음 봤을 때
꽃이름이 뭔지 무척이나 궁굼하여
책꽃이에서 잠을 잔지 10년도 넘은 식물 도감을 뒤져 꽃향유란 걸 알아냈다.
정말이지 이름마저도 고혹적으로 아름다운 꽃이다.

 

인간적인 은은한 향과 멋이 풍겨오는 사람...
국화송이를 마주하듯
가끔씩 박하향 같은 신선함이 잔잔한 여운 속에 피어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좋은 건 나만의 특별함만은 결코 아닐 것이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서리가 내리지 않은 숲길 양지쪽엔
보라색으로 곱게 핀 꽃향유가 마지막 가을볕을 만끽하며 함초롱이 피어있다.
산국이 밭둑마다 숲길마다 만발한 요즘...
강아지꼬리처럼 도톰한 보라색꽃이 고개를 들고 무리지어 피어 있다면
다가가 보라,
그대에게 분명 화~하게 번져오는 기분 좋은 박하향과 함께
꽃향유가 반갑게 인사를 건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