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 등산

화림동계곡... 유람별곡(遊覽別曲)

원회 choi 2012. 1. 30. 00:54

 


정자(亭子)에 누워 만월(滿月)을 농락하다~!.

 

경남 함양군 안의면에서 전북 장수군 장계면으로 이어진

꾸불꾸불한 26번 국도는,
함양에서 경치가 가장 수려하며

멋과 운치가 서리서리 감겨도는 산촌길이다.
대전 통영간 고속도로가 생기기 이전엔

이곳을 이용해 남해안을 오가는 길이었지만

지금은 한적한 유람길로 변했다.

 

농월정(弄月亭)은

조선(朝鮮) 선조(宣祖) 때

관찰사(觀使)와 예조(禮曹) 참판(參判)을 지낸

지족당(知足堂) 박명부(朴明榑)가

정계(政界)에서 은퇴(隱退)한 뒤 지었다고 전해진다.


"농월(弄月)이란 달을 희롱한다는 뜻으로..."
선비의 농(弄) 익은 운치(韻致)가 압권(壓卷)인 정자(亭子)였지만

3년 전 원인 모를 화재(火災)로 소실되고 말았다.

우즉 흰색 원이 농월정(弄月亭)이란

아담한 정자(亭子)가 있던 자리였다.

 

농월정(弄月亭)의 옛 모습인데...

수 년전에 세운 안내표지판에 있는 사진을 찍었다.

전라도와 인근 정자들은

대부분 이렇게 방이 딸린 정자(亭子)가 많다.

 

함양(咸陽)은 낙향(落鄕)한 선비의 고장이다.

벼슬길에서 물러나거나 귀양(歸鄕)을 온 선비들이

세상사 잊고자 시름을 달래던 은든(隱遁)의 땅으로,

산굽이 하나를 돌면 정자 한 채가 나타날 만큼 정자(亭子)가 많은

풍류(風流)의 고장이다.

 

농월정(弄月亭) 앞의 넓은 바위가

달바위(월연암)라 부르는데...

넓이가 약1,000평 정도로 이렇게 넓은 너럭바위는 드믈다.


강원도 삼척 두타산 계곡의 무릉반석이

넓기로 유명한데 여기 보다는 좀 작을 듯하다.

휴가철이라

농월정(弄月亭) 앞에도 물마다 그늘마다 인파가 북적인다.

 

 백살 먹은 왕버들이 운치를 자아내는 물가 펜션가...

지금도 영업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은 연신 들락인다.

 

농월정(弄月亭)을 지나면서는

이런 계곡물이 이어지며 피서객들이 많다.

어찌들 알고서 이렇게 찾아들 오는지~

 

뙤악볕에 짠 파도가 넘실대는 콩나물시루 같은

해수욕장 보다는,

그냥 벌컥벌컥 마실 수 있는 시원한 생수(生水)가

폭포처럼 쏟아지는

심산계곡(深山溪谷)이 더 좋은 건 두 말하면 잔소리다.

 

 얼마나 청정한지 날도래 유충과 가재도 많다.

 

지리산과는 좀 떨어져 있고 덕유산하고도 꽤나 먼 계곡...

사람들은 여기를 "화림동계곡"이라고 부른다.

이렇듯 물 좋고 산 좋은 골짝에

정자(亭子)가 없다면 어디 격이 맞겠나...

 

농월정(弄月亭)에서

한 4km를 장수쪽으로 올라가면

"동호정(東湖亭)"이란 화려한 정자를 만날 수 있다.


오랜세월 풍상에 삭은

낡은 지붕을 근년에 새로 복원을 한 모양인데,

아직 석가래 등 목재가 덜 말라 단청(丹靑)을 못 올렸다.

 

동호정(東湖亭)은

화림동계곡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정자다.
노송에 둘러싸인 정자를 바라보면

제일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이층으로 오르는 나무층계인데,
통나무 두 개를 잇데어 비스듬히 세웠다.


커다란 도끼로 내치쳐서 만든 계단이 백미(白眉)로...

투박한 정겨움이 느껴진다.

울퉁불퉁 자연 그대로의 멋을 살린 1층 기둥도 멋스레 정겹고...

 

정자 앞 개울에 펼쳐진 차일암(遮日巖)이라는 넓은 바위,

차일하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예전에 큰 행사가 있으면

마당에다 커다란 천막을 치곤했는데 그것이 차일이다.

넉넉한 모습이 참으로 평화롭다.

큼직한 돌다리도 정겹고....

 

둠성둠성 패인 차일암(日巖).

석질(石質)이 비석을 만드는 단단한 화강암(花崗巖)이다.

옛날 선비들이 모여서

솥 걸고 숫불 피워 매운탕을 끓여 먹고 마시며 풍류를 줄겼던 곳이라고...

 

물 건너 산비탈에도

사다리를 걸고 산책을 할 수 있도록 오솔길도 만들어 놓았다.

 

화람동계곡이...

옛날엔 팔담팔정(八潭八亭)이라 하여....

여덜 개의 큰 담(못)과 여덜 개의 정자(亭子)가 있어서,

빼어난 풍치를 자랑하던 심산유곡(深山幽谷)의 정자골로도 불렸으나

현재는 다 사라지고

3채의 정자만 남아있다.

 

달빛을 벗삼아 세상사 조롱하던

농월정(弄月亭)도 불타버렸고...


이젠 동호정(東湖亭), 거연정(居然亭), 군자정(君子亭),

셋만이 계곡에 남아

세월의 풍상(風霜)을 근근이 버틴다.


거연정(居然亭)과 군자정(君子亭)

시간이 부족해 다음으로 미루고...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최고의 고갯길인 육십령(六十嶺)을 향해 길을 재촉했다.

 

지금은 이렇게 쭉~뻗은 고속도로가

사통팔달 안 가는 곳이 없다만은...

얼마전만 해도 여긴 하늘만 빠꼼한

그야말로 강원도 정선의 오지와 다름 없는 깡촌이었다.

 

육십령(六十嶺) 고갯마루 정상에서

장수쪽을 바라 본 풍경이다.


옛날 이 산길에는

화적패(火牌)가 들끓어

누구든 맘 놓고

대낮에도 고개를 넘어 갈 엄두를 못냈단다.


최소한 장정(壯丁) 60명이 모여야 겨우 안심하며 넘을 수 있다해서

"육십령(六十嶺)"이라고 불렀다는 말도 있고,

돌고 도는 산굽이가 60개나 되어

그리 붙어다고도 한다.

 

터널 길이 3,170m 

대진 고속도로에서 가장 긴 "육십령 터널".

지금은 이렇게 일짜로 쭉~뻗은 터널속에서

준령 밑을 시원스레 내달린다.


한많은 역사를 추억속으로 거침없이 밀어넣는

현대문명의 질주가

때로는 정신없게 만들기도 한다.


이젠 기술의 노예가 되어

허둥대며 끌려가는 입장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잘 정돈된 목장같 은 풍경은...

한국 마사회에서 운영하는

"장수종마직영목장"이다.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로

40억 원이 넘는 종마를 비롯해,

말 워킹장, 수영장, 치료실, 종자 번식실, 등등...

말과 관련하여 없는 게 없다고 한다.


또한 말 전문 사육꾼을 양성하는 "한국마사고등학교"도

목장(場)에 붙어 있고...

기왕 짐승으로 태어나려면

송아지 보다는 망아지로 태어나야 대접 받으며

폼나게 사는 세상이다.

 

경남 함양군에서 전북 장수군으로 이어진

26번 산악국도,


거침없이 내달리는 빠른길 보다는

좀 여유롭게 돌아가 옛길이 더 정겨울 때도 있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정신없는 일상에서,

몸도 맘도 쉬면서 한 템포(tempo) 느리게 살아가는

"슬로우 라이프(Slow Life)"가 새삼 그러워진다.